명상록
read 4673 vote 0 2002.09.10 (11:21:33)

애들을 때리지 말아라

세상에는 답이 없는 문제가 많이 있다. 답이 없는 문제에 억지로 답을
꿰다 맞추려 하는 데서 비극이 시작된다.

체벌을 허용할 것이냐 금지할 것이냐 ..이 문제도 역시 정답이 없는 문
제 중의 하나이다. 논쟁은 계속되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 그러나
답은 있다.

애들은 때려서 가르켜야 한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일치된 생각이었다.
루소가 에밀을 쓴 이후 애 패면 성질 버린다는 새로운 사상이 생겨났
지만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납득할 수 있는 생각은 아니었다.

요즘 아이들은 안 때리고도 통제가 된다. 컴퓨터와 오락이 있으니까.
거기다가 인터넷까지. 현명한 요즘 아이들은 한시간의 게임을 위해 기
꺼이 심부름을 하고 숙제도 한다.

과거에는 겨우 몇푼 용돈으로나 통제가 되었다. 그깟 용돈..부족하다.
차라리 사고를 치고 말지. 그렇다. 나아가 학교체벌의 문제에 있어서도
그러한 관점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학교에 가는 것이 거리를 헤매는 것보다 더 재미있다면..통제가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시설이 좋아야 한다. 돈이 든다. 답은 있지만 갈
길은 멀다.

고로 우리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조금씩 변화시켜나가는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문제의식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든 방법은 있다.

단지 그 답이 안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찾아지며 당장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가혹한 회초리, 혹은 다정한 말투, 초인적인 교사의 희생정신. 또는 선
생의 한마디에 감동하여 문득 깨달아 돌연 악동에서 모범생으로 변하
는 만화같은 기적....

이런 데서 답을 찾으려는 것이 안에서 찾는 것이다. 물론 뛰어난 교사
와 뛰어난 학생들이 있다면 안에서도 답은 찾아진다. 그러나 확률적으
로 모든 교사가 훌륭할 수는 없으며 모든 학생이 모범생은 아니다.

답은 항상 바깥에 있다. 그것은 환경이다. 그 환경을 뜯어고치는데는
돈과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세상 모든 것에는 질서가 있다. 그 질서는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동시
에 질서는 진보의 방해자이며 깨부셔져야 한다. 질서는 합리성이면서
동시에 억압이다.

안에서 찾아서 안되고 밖에서 찾아야 한다. 안에서 찾는 것..규율을 정
하고 리더가 희생하며 구성원이 문득 감동하여 착해진다는 것이다. 만
화에서는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뿐 아니라 오히려 역할을
위축시킨다.

모든 질서는 1회용이며 환경의 변화와 함께 질서 역시 지속적으로 변
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답은 있다. 그러나 참된 답을 찾기 위해서 먼저 답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모두를 만족시키는 뾰족한 답은 없다. 그
러나 환경은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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