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4117 vote 0 2002.09.10 (11:22:08)

바른 독서법을 이야기함

먼저 인용문을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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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막스: 세기를 움직인 위대한 사상가, 칼막스는 딸이 죽는날에도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그의 사상의 결론은 모든것이 물질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요것이 좀 맘에 안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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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굳이 따지기로 작정하고 쓰는 글입니다.

작정하고 쓴다는 점에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위 인용부분을 쓴 아무개님의 독서법은 굉장히 위험한, 잘못된 독서법입니다.

그런 식으로 책을 읽으시려거던 안읽는 것이 좋겠군요.

잘못 이해하고 잘못 판단하고 잘못 받아들이며 상처를 입게 됩니다.

(의도적으로 사용한 거친 표현은 양해를 바랍니다.

논리의 일관성을 위해 일부러 작정하고 그렇게 쓸거니까)

"그 사상의 결론은 모든 것이 물질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이렇게 본다면 아주 잘못 읽은 것입니다.

결론은 독자가 내리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이 물질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마르크스의 결론이 아닙니다.

바른 결론은 어떤 것일까요?

"물질중심으로 보기로 한다면 이러저러한 주장을 전개할 수 있다"

여기서 끝납니다.

말하자면 마르크스가 "세상은 물질 중심이다" 하고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초기설정을 '물질중심'에 두면 이러저러한 결론이 도출될수 있다"인 것입니다.

만약 마르크스 본인이 '세상은 물질 중심이다'하고 확신했다면

학문하는 자의 태도가 아닐뿐더러 본인이 오바한 것인데

이 부분은 독자가 수용하기에서 선별하고 배제해야 합니다.

작가가 오바했다 해도 바른 독자라면 그 오바한 부분은 수용해서 안되지요.

[마르크스 - 물질 중심으로 보기로 한다면

세상이 이러저러하게 변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좋은 독자라면 마르크스를 읽고

"물질중심으로 보기로 한다면 이러저러하게 보여지는군"

여기서 한정됩니다.

더 나가면 오바한 것이죠.

세상이 물질중심인지 아닌지는 판단을 내려서 안됩니다.

위 아무개님의 독서법은

생각이 다른 타인의 견해를 수용할 수 없는

아주 고약한 독서법입니다.

하긴 지성이 결핍되어 있는

대한민국 사람 대부분의 독서법이기도 하지요.

그런 자세로 책을 읽는다면

불교신도는 성경을 못 읽고 기독교신도는 불경을 못 읽습니다.

"음 예수는 무화과나무가 돼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군"

이런 결론은 명백히 독자의 오바이며 잘못된 것입니다.

책읽는 자세는 철저하게 중립적, 객관적이어야 합니다.

내용에 개입해서 안되며 가치판단에 개입해서도 안됩니다.

그건 독자로서 주제넘은 생각이며 설사 작가가 그런 주제넘은 판단을 해서

마치 북한 교과서처럼 써놓았다 해도 독자가 그렇게 받아들여서 안됩니다.

(사회주의 교과서는 저자가 일일이 가치판단을 하고 있다. 잘못 만들어진 책이 된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보면 세상이 저렇게 보여지는군"

이렇게 읽어야 정답입니다.

물질중심이냐 아니냐 이런 판단은 해서 안됩니다.

가치판단을 미리 하고 들어가면 독서를 할 수 없어요.

그것은 마치 소설독자가

"어? 이거 다 지어낸 거짓말이 아니냐?"

이런 바보같은 생각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좋은 독자라면

"아하 초기 인물설정이 이렇게 되면 전개가 요렇게 되어 아귀가 맞아떨어지는군"

"초기설정과 중반전개의 과정에 무리는 없는가?"

이걸 보아야 훌륭한 독자입니다.

초기에 이건 공상과학이다 혹은 괴기다 하고 설정을 하였다면

내용이 비현실적이어도 상관없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마르크스의 초기설정..유물론적 시각을 먼저 수용하고

아하 유물론적 초기설정과 그의 자본론의 전개 사이에 과연 무리는 없는가?

단지 이 부분만을 판단해야 합니다.

아하 유물론적으로 설정하면 이런 답이 나오는군..하고

그 상관관계만 수용할 때 비로소 참된 독서가 가능한 것입니다.

학문은 시대의 산물이고 전 인류의 공동작업입니다.

마르크스는 유물론을 과제로 설정하고

유물론적 시각으로 보여지는 세상을

설계해 보여주었으며 이것은 그의 업적입니다.

마르크스가 본인이 유물론자였는지 아닌지는 판단의 대상에서 배제됩니다.

갈릴레이는 지구가 돈다고 믿었지만 훌륭한 기독교도였습니다.

많은 과학자들은 서로 모순되는

자기의 학문적 성과와 종교를 동시에 수용하고 있습니다.

"너 과학자이면서 왜 교회다녀?" 하고 따져서는 안됩니다.

과학엔 과학의 방법론이 있고 이는 종교의 인식체계와 별개인 것입니다.

종교를 믿더라도

종교의 교리와 모순되는 과학적 성과를 발표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이것이 지성적인 태도입니다.

그러나 좋은 독자가 못되는 다수는 잘못 판단하여

과학적 성과와 종교적 신념 사이에 충돌을 일으키고 고민에 빠져버리며

일탈의 길로 접어듭니다.

마르크스주의를 순수하게 학문적성과로 수용할 수 있을 때

성숙한 사회가 됩니다.

로마교황청은 갈릴레이를 사면하고 과학적성과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교황청이 기독교를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모순되는 부분은 신이 풀어야 할 숙제이지

인간이 고민할 이유는 하등 없습니다.

객관적으로 학문의 성과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의 유물론이 옳다/그르다 하는 신념이 그의 인격을 판단하는데

혹은 학문적 가치를 판단하는데 개입되었다면 공정하지 못한 것이며

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판단하지 말아야 할 것은 판단하지 말라]

마찬가지로 이 글도 독서법에 대해 따지기로 작정하고 초기설정을

그렇게 하고 들어가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서 읽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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