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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607 vote 1 2008.11.30 (00:33:56)

이런 저런 이야기

이 나라가 이토록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철학의 빈곤 때문이다. 그런데 철학 따위를 어디에 쓴담. 철학은 도무지 쓸모가 없다. 그러므로 철학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모양 이꼴이다.

철학의 부재로 하여 치르는 국가적 비용이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치가 되겠는가? 못해도 수백조원은 되겠지 싶다. 해마다 수조원씩 손실을 보고 있다. 시행착오, 우왕좌왕, 의사결정 실패에 따른 비능률에 비효율 엄청나다.

세계에서 철학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는? 독일이다. 유명한 철학자만도 수 십명 된다. 칸트, 헤겔, 니체, 쇼펜하우어, 하이데거, 라이프니쯔, 피히테, 하버마스. 어이구 골치야.

하여간 독일은 철학자를 넘 많이 배출했을 뿐 아니라 이름마저 하나같이 괴상해서 세계인들이 철학에 염증을 내게 만들었다. 어쨌든 이만하면 독일인들이 왜 효율적으로 움직이는지 알만한 것 아닌가?

철학은 동기를 부여한다. 그러므로 효율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그래서 독일인들이 근면한 거다. 철학이 돈된다는 사실 알아야 한다. 100년전 일본이 잽싸게 근대화에 성공한 것도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퇴계의 경(敬)사상이 전해진 때문이다. 흩어진 일본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이 되어준 거다. 근면과 질박을 강조하는 일본 불교 특유의 사상도 기능했다. 도쿠가와는 일생 보리밥에 나물 하나 된장국만 먹었다는데 이유가 있다.

일본인이 일벌레인 것도 어떤 승려가 그런 가르침을 폈기 때문이다. 퇴계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근면을 강조하는 일본불교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언제나 그렇듯이 새로운 철학이 전해지면, 새로운 기운이 일어나는 법이다.

그것이 마침 여러 가지로 시대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우리나라도 고려말에 안향이 들여온 주자학이 몇 백년 묵으면서 토착화되어 율곡과 퇴계를 낳고 세종 대의 치세를 연 거다. 다 이유가 있다.

쓸모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를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미학도 마찬가지다. 미학은 안목을 틔게 하고 수준을 높인다. 수준문제 이거 민감한 거다. 이 공간에 불화를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려면 정면으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곳은 사랑방이 아니고, 절이 아니고 교회가 아니고, 시장이 아니고 광장이 아니고, 대학이 아니고 대학원이 아니고 연구소가 아니고 그 이상이다.

이런 곳이 아니면 어데서 진짜 이야기를 하겠는가? 수준은 결국 소통의 레벨이다. 어느 수준에서 대화할 것인가이다. 철학의 실패는 결국 소통의 실패다. 소통의 레벨이 낮아서 일어나는 낭비와 비효율이 많다.

이 사람과는 이런 이야기나 하면 되겠구나 하는 그런거 있다. 저 사람과는 술친구가 적당하겠고, 이 사람과는 멋진 대화 기대할 수 있겠고 그런 것 있다. 좋은 친구와의 대화는 많은 아이디어를 준다. 글감을 얻는다.

어떤 것이 수준이 높은가? 간단하다. 공사구분만 하면 된다. 객관화, 과학화가 되면 수준이 높은 것이다. 일자무식 농부와도 공사구분만 되면 수준 높은 대화 가능하다. 경우를 아는 사람이면 대화가 된다.

“나는 이게 좋고 저게 싫어.”.. 이런 말 하는 사람이 수준낮다. 의미있는 대화를 기대할 수 없다.

“여기엔 이게 어울리고 저기엔 저게 어울려.”.. 이런 말 하는 사람이 수준이 높다. 한 마디 거들어 줄 수 있다. ‘맞아 이건 이렇게 해보고 저건 저렇게 해보자.’ 대화가 꽃 피는 거다.

둘의 차이는? 객관화다. 그 결론은? 과학이다. 앞의 것은 ‘나는’이 들어가서 대화가 망한다. ‘나는’ 앞세우는 사람이 초딩이다. 객관화 되어야 타인이 끼어들 여지가 있다. 대화는 원래 공적 영역이다.

뭐든 그렇다. 상황에 따라 '나'를 변화시켜 주지 않으면 안 된다. 물 같고 바람 같아야 한다. 정형화된 그것이 없어야 한다. 상대가 ‘어’ 하면 ‘아’ 해주고 ‘척’ 하면 ‘착’ 해주어야 한다. 맞춰주어야 한다.

나는 이런 옷을 입어야 하고, 이런 차를 마셔야 하고, 이런 차를 타야 하고, 아니면 못해! 하고 뒹굴어버리는 초딩과는 대화할 수 없다. 된장남 된장녀가 따로 있는게 아니고 바로 그게 된장이다.

왜 객관화가 중요한가? 과학화 되기 때문이다. 가지를 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베이스로 삼아, 거기에 기둥을 올리고, 대들보도 올리고, 서까래도 올려서 점차 대화가 풍성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중심에서 줄기로, 가지로, 잎으로, 꽃으로, 향으로 열매로 뻗어나가는 것이 과학이다. 그렇게 타인이 끼어들 여지를 준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그 중심이 있기 때문이다. 중심을 포착할 수 있는 것이 수준이다.

대화 안 되는 사람 있다. 편견과, 고정관념과, 선입견과, 아집과 일방주의로 무장하고 한 차의 양보도 않으려는 사람 있다. 정신에 문제가 있는 거다. 그게 강박증이다. ‘반드시 이래야 해’ 하고 규칙에 집착하는 사람.

규율, 규정, 규칙, 규제, 규범, 규약, 규격, 규(規)자 들어가는 거 좋아하는 사람 있다. 자기 자신은 조금도 바꿀 생각 하지않고,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내 기준에 맞춰줘야 한다는 사람과의 대화는 피곤해진다.

부시같은 넘. 김정일 같은 넘. 항상 상대방 먼저를 외치는 넘들.. 상대방이 먼저 움직여주면 그걸 관찰했다가 거기서 힌트를 얻어 자기 행동을 결정하겠다는 넘. 주체성이란 눈꼽만큼도 없는 넘.

특히 자신을 피해자로 설정하고 당연히 타인이 자기를 도와야 한다는 식의 어리광은 정말 대화를 어렵게 한다. 자신감 부족이다. ‘국민 여러분이 날 도와줬으면 나도 잘 할 수 있는데.’ 쥐박이 남탓이 어리광이다.

안 도와주는게 당연하지. 검증해야 하니까. 자기힘으로 기초부터 다져야 제대로 된 플랜이 나와주고 위기에 강해지는 법. 약해빠진 부잣집 도련님 남이 도와줘서 일시적으로 성공할 수 있지만 오래 못간다.

세상이 원래 그렇게 살벌한 데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도와주지 않아야 제대로 된다. 그걸 깨닫는게 철드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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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본질이 무엇인가? 쉬운 목표다. 쉬운 목표는? 문제의 소지를 제거하는 거다. 방해자가 있다. 그 넘만 제거하면 된다. 빈 라덴 같은 자 말이다. 그런데 하나를 제거하면 둘이 생겨난다.

손쉬운 목표가 손쉬운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서 망하는 거다. 모든게 다 그렇다. 쉬운 길 선택했는데 알고보니 어려운 길이더라. 이거다. 자기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반드시 꼬이고 만다. 주도권 내주기 때문이다.

일본이 잘나간다. 친일해서 일본 따라배우면 되고. 미국이 잘나간다. 미국 따라배우면 되고.. 이게 보수 마인드다. 요즘 영어가 먹힌다더라 영어배우면 되고. 원정출산 해서 미국 시민권 따놓으면 되고.

줏대없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거다. 망한다. 왜냐하면 환경은 지속적으로 변하니까. 새로운 시대에는 항상 새로운 도전이 있는 법이니까. 지금의 영어붐은 10년을 더 가지 않는다. 확신한다.

어려운 목표에 도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게 진보다. 그게 개혁이다. 둘러 가더라도 원칙 지키고 기초부터 다지고 순서 밟아나가야 한다. 토대를 다지고 뿌리를 키우고 기둥을 튼튼히 하면 가지가 뻗어나가준다. 일 풀린다.

보수는? 강박증이다. 바꾸지 않으려는, 무엇인가? 쥐박을 증오하더라도 강박증에 빠져서 자신을 바꾸기 거부한다면 그게 바로 보수다. 특히 나이 많은 좌파들 중에 강박증 환자 많다.

‘난 이거 아니면 안먹어.’하고 단식투쟁 하는 자들 있다. 쉬운 목표.. 99프로 되었는데 1프로가 모자라서 안 된다. 될듯될듯 잘 안 된다. 빈 라덴 잡을듯 잡을듯 잘 안 잡히고 북한, 쿠바 망할듯 망할듯 잘 안망하고 잘 안된다.

과학적으로, 객관적으로, 합리적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 함께 가는 배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모든 철학은 합리주의다. 합리주의 아닌 것은 철학 아니다. 실용주의 이런건 철학 아니다.

큰 배가 험난한 항구를 빠져나와 넓은 바다를 만나면 뛰어난 선장 없어도 잘만 간다. 그런 시점이 있고 그런 상황이 있다. 그런 편한 지점에서 쉬운 코스 잡아 곶감만 빼먹는게 실용주의다.

실용주의 하려면 그 이전에 합리주의가 작업해서 그 배를 그 항구에서 빼주어야 한다. 무엇인가? 영국이나 네덜란드에는 제대로 된 철학이 없다. 장사꾼이니까. 그런 나라는 반드시 배후지가 있다.

그들은 운좋게 호구를 물은 거다. 만만한 먹잇감이 있는 거다. 그런 시점이 있다. 중국이 등소평의 실용주의 하는 것도 모택동의 합리주의가 중국을 통일해 놓았기 때문이다. 문혁도 중국의 언어적 통일 관점에서 봐야한다. 중국의 정체성 찾기.

아니었다면? 중국은 세 나라 이상으로 쪼개졌다. 러시아처럼 쪼개졌다. 중국이 쪼개졌다면? 지금까지 전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가 합리주의로 작업해서 탄탄한 초석위에 올려놓아야 뒤에온 사람에 의해 비로소 실용이 가능한 거다.

보수심리.. 미국만 따라가면 다 된다. 영어만 배우면 다 된다. 재벌만 밀어주면 된다. 뭐 하나만 하면 나머지는 저절로 다 된다. 이거다. 결국 두려운 거다. 눈감고 딱 하나만 해치우면 저절로 다 되고 그러면 얼마나 좋겠는가.

두려우니까 하는 소리다. 강박증 환자들. 아슬아슬한 긴장상태에서의 초정밀항해를 두려워 하지 말자. 특히 4대강국에 둘러싸인 한국이라는 나라는 그렇다. 왜 힘센 러시아와 선진 프랑스 사이에 낀 독일이 합리주의를 하겠는가?

영국은 섬이니까 대륙쪽은 돌아보지도 않고 바다쪽으로 내빼면 된다. 신대륙에 시장개척하면 된다. 그러므로 실용주의 해도 된다. 독일은? 독일은 우선 통일국가가 아니었다.

독일이 통일된 것은 무수한 철학자들이 나와줘서 그런 거고 .. 지금의 독일개념은 비스마르크가 만든거고.. 수십개 소국으로 분열된 독일이야말로 철학이 필요했고 합리주의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들은 어려운 코스를 선택해야 했다. 그때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낙후한 나라였다. 인구도 적고. 살아남기 위해서 그들은 철학하지 않으면 안되었고 실용하려 해도 실용할 건덕지가 없으니 머리를 쥐어짜서 합리주의 해야 했다.

지금 한국도 그렇다. 4대강국 속에 끼어있고 남북으로 동서로 쪼개져 있다. 편한 길로 살살 내빼려 해도 도망갈 구녕이 없다. 긴장과 스트레스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바른 길로 가야 한다.

보수가 따로 있는게 아니다. 편한 길 가려는 것. 가다가 중도에 주저앉으려는 것. 자기를 바꾸지 않고 타인이 바꾸길 바라는 것. 누가 앞에서 끌어주면 하겠다는 식. 아집, 편집, 편견, 타성, 고정관념, 강박증. 진부함. 소아병적 태도.

www.drkim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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