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3270 vote 0 2006.03.15 (19:58:43)

‘모든 성공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라면 다들 보셨을 터. 올드보이는 ‘미네기시 노부아키’의 원작 만화를 각색하고 있습니다. 재미는 영화가 더 낫지만 원작의 결말이 더 문학적인 의미에서의 울림이 크다는데 다들 동의할 것입니다.

원작은 줄거리가 엉성한 것이 만화가 되다가 말았지만.. 그래도 결말 부분은 좋습니다. 만화보다 소설로 내는게 낫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하기사 일본 소설은 항상 결말이 이모양이기 때문에 그래도 실패할 위험이 있지만.

냉혈한이 있습니다. 그는 완벽한 냉혈한이 되기를 꿈 꿉니다. 일본인 특유의 섬세한 탐미주의라 할 수 있지요. 일종의 오타쿠 정신.. 냉혈함의 극한을 집요하게 추구하는.. ‘궁극의 냉혈함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는 식의..!

초등학교 음악수업 중 냉혈한이 노래를 부르는 차례입니다. 노래를 듣던 주인공의 눈에 눈물 한 방울이 맺힙니다. 음치이지만 선생님의 지시에 순종하여 노래를 부르던 냉혈한이 주인공의 눈에서 반짝이는 눈물 한 방울을 발견합니다.

사고가 난 거죠. 완벽한 악당, 완벽한 냉혈한이 되고자 했는데.. 냉혈의 극점을 찍으려고 했는데.. 심장이 있을 리 없는 로봇과 같은 자의 노래를 듣고 급우들 중 한 명이 감동하여 눈물을 흘렸다는 건..

정서적인 공명(共鳴)이 이루어 졌다는 거.. 냉혈한 파충류의 완벽함에 금이 갔다는 것.. 0.1프로의 감정도 섞이지 않은 순수이성의 극한을 추구하였는데.. 말하자면 미학적인 의미에서 파탄이 난 거죠.

주인공은 당연히 그 사건을 기억할 리 없고.. 냉혈한은 그 역시 별 수 없는 인간이더라는 사실을 포착해버린 주인공을 10년간 구금합니다. 그리고 대결을 벌이죠. 결국 그는 자신의 순수에 흠집을 남기지 않기 위해 자살합니다.

 

###

조선일보의 논리는 이런 겁니다. ‘우리당은 도덕성의 우위를 내세워서 집권했다. 그러므로 한나라당은 괜찮지만 우리당은 3.1절 날 골프를 쳐서는 안 된다.’..  이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

이건 조선일보의 이중잣대를 당연한 룰로 공식화 하겠다는 겁니다. 이젠 대놓고 이중잣대로 가겠다는 거죠. 어차피 조선일보는 그렇고 그런 신문이니 니들도 이젠 조선일보를 포기해라 이겁니다.

아시다시피 조선일보는 한나라당과 우리당에 다른 잣대를 들이댑니다. 차떼기당은 원래 부패한 당이니 여기자를 추행해도 새삼스럽게 문제삼을 일이 아니고 우리당은 도덕성을 내세워서 집권했으므로 골프를 쳐도 안 된다는 겁니다.

무엇인가? 비교우위설에 따른 역할분담론입니다. 한나라당은 경제성장에 강점이 있고 우리당은 도덕성에 강점이 있다는 식으로 장단점에 따른 역할분담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는 겁니다.  

● 우리당은 도덕에 강점이 있고 한나라당은 경제에 강점이 있다.
● 한나라당은 경제만 잘하면 되고 우리당은 도덕만 잘하면 된다.
● 한나라당이 경제 못하면 혼나고 우리당은 도덕 못하면 혼난다.

언뜻 그럴듯해 보입니다. 그러나! 중요한건 유권자들이 조선일보의 이 논리를 받아들이는 순간 한나라당의 집권은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당은 대한민국의 도덕성을 책임지고 한나라당은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책임지는 것으로 역할분담을 하기로 하는 순간 한나라당은 영원한 야당입니다.

이건 일본 감독 오 사다하루가 힘으로 안되니까 스몰야구 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로 지고 들어가는 거에요. 빙그레 김영덕 감독이 코리안시리즈에서 해태 선동렬은 어차피 못당하니까 첫게임은 버리고 가겠다는 식이에요.

패배주의죠. 이런 식으로는 절대 승리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가면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전문당이 되고 대선은 당연히 우리당에 내주게 됩니다. 왜인가? 국민은 도덕성과 경제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죠.

둘 중 하나를 포기하는 순간 정권 넘어갑니다. 여러분은 기억하실 겁니다. 이회창이 6프로 성장을 공약할 때 노무현은 7프로 성장을 공약했다는 거. 바로 그것이 승리의 비결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때 겸손하게 5프로 성장을 공약했다면 정권은 딴나라로 넘어갔습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말이 그겁니다.

“역할게임에 빠져들지 말라.”

우리당은 회초리 드는 아버지 역할로 하고 한나라당은 따뜻하게 감싸주는 어머니 역할이나 하고 이런 식으로 역할분담을 하는 순간 한나라당은 영원히 망합니다. 그 경우 주도권을 내주게 되기 때문입니다.

좌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의 성공은 우파들에게 맡기고 자기네는 그저 윤리나 논하고 황우석만 검증하고, 노동자만 챙기고.. 이런 식으로 먹물 역할에 한정하겠다는 식으로 가면 영원히 야당입니다.

주류를 치지 못하는 비주류, 변방에 안주하는 아웃사이더는 주류기득권에 구색맞추기로 부역하게 됩니다. 이건 배반이죠. 자기 역할을 한쪽 극단으로 한정하기. 자기 발목에 족쇄 채우기. 보폭을 좁히고 행동반경을 축소시키기. 안됩니다.

자기네는 환경문제에 강점이 있으니까 전공을 살려서 천성산 도롱뇽 하나만 지키면 된다는 식의 패배주의 발상. 이런 식의 뒤에서 딴지나 거는 행태는 주류 기득권의 주도권을 돕는 겁니다.

변방에서 일어났으면 중심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집권하려면 대한민국 전체를 아우르지 않으면 안됩니다. 진보는 문화분야, 환경분야, 윤리분야에 강점이 있으니까 이것만 하겠다는 식으로는 꿩도 매도 다 놓치게 됩니다.

왜인가? 이것 하나만 하겠다고 나올때 적은 그 부분만 타격하면 됩니다. 한가지 전술만 고집하는 적을 공략하기는 누워 떡먹기죠. 딴나라가 경상도 하나만 먹겠다고 나오는 순간 죽음이듯이 말입니다.

무엇인가? 조선일보 논리 아래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합니다.

 

우리당이 경제를 확실히 망쳐야 한다... 그러나 보시다시피 경제는 확실히 잘 가고 있습니다. 반미 이런건 페인트 모션이고 노무현 대통령은 처음부터 경제에 올인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절대로 인정 않겠지만.

우리당이 차떼기 수준으로 부패해야 한다... 조선일보의 말은 우리당이 경제에 약하다는 사실을 유권자들이 알지만 2002년에는 경제 보다 도덕성을 택했다는 겁니다. 그게 사실이면 다음 선거 때도 도덕성에서 앞서는 정당이 이깁니다.

 

지금 조선일보는 노무현 대통령 발뒤축 한번 꼬집기 위해 스스로 자기 발목에 족쇄를 채우고 있는 거에요. 마찬가지로 우리당 역시 경제와 도덕성 두 측면에서 하나라도 포기하면 안됩니다.

황소 등에 올라타고 편하게 가다가 결승점 1미터 앞에서 뛰어내려 결승테이프를 먼저 끊겠다는 생쥐 생각으로는 절대로 이길 수 없습니다. 그 황소 등에서 편하게 노는 동안 경험치가 축적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

저는 군사정권 시절 사회를 떠나 인간들과 접촉을 끊었습니다. 87년 DJ가 귀국했을 때 흥사단 강당 5층 첫 연설회부터 서울에서 있었던 거의 모든 집회에 나가서 몸부조를 했지만 DJ는 낙선했습니다.

92년에는 낙담해서 몸부조도 안했습니다. 그때 저는 신문도 보기 싫어서 산 속에 머물렀는데 대통령 선거 며칠 후 DJ가 정계은퇴를 선언했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 신문을 보았습니다.    

사고 터진 겁니다. 조선일보가 뜬금없이 DJ를 극찬한 거죠. 그렇게도 DJ를 죽이려고 악을 쓰던 조선일보가 정계은퇴를 선언한 DJ를 위해 온갖 미사여구를 담아 찬양을 한 것입니다.

전 그 보도를 보고 DJ의 정계복귀와 대통령 당선을 확신하고 다시 사회로 복귀했습니다.

무엇인가? 이는 원작만화 올드보이에서 음치인 냉혈한이 선생님의 말씀에 겁을 먹고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 감정을 담아서 우아하고 노래를 부르는 실수를 저지른 것과 같습니다.

쪽팔리게도 선생님과 급우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음치 주제에 감정을 담아 정성스럽게 노래를 부르다니.. 얼마나 정성들여서 노래를 했든지 그걸 듣고 눈물을 흘리는 급우까지 생겨나다니.

이건 냉혈한계의 망신 중에서 대망신입니다. 이래서는 파충류가 될 수가 없잖아요. 악당이 되려면 완벽한 악당이 되어야 합니다. 악당이 한 번 인간적인 약점을 노출하면 그걸로 끝이에요. 거기서 조선일보는 끝난 겁니다.

왜 그때 조선일보는 DJ를 찬양했을까? 두가지입니다. 첫째 DJ의 정계복귀가 두려워서 이 사건을 큰 사건으로 만들어서 모두에게 기억시키기 위해. 둘째 자기네도 실은 파충류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그 순간 조선일보는 무너졌습니다. 이건 강하지 못한 거에요. 옳고 그르고 이전에 약한 모습 보인 겁니다. 조폭이 이 사회에 기생충처럼 빌붙어서라도 존재하는데 성공하는 이유는 조폭이 착해서가 아니라 강하기 때문입니다.

착한 조폭은 경찰에 잡혀갑니다. 그러나 강한 조폭은 적어도 밤거리의 질서를 잡아주는데는 성공합니다. 술집 주인들은 강한 조폭을 믿고 거친 취객들을 상대로 마음놓고 영업을 할 수가 있는 거죠.

무엇인가? 착한 조폭은 타도와 박멸의 대상이지만 강한 조폭은 한가닥 살아남아서 빈대붙을 명분이 생긴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선(善)으로 사회에 기여하든가 아니면 강(强)으로 사회에 기여하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리도 인간이다. 우리도 사람이고 싶다. 우리도 인정받고 싶다.”

이런 마음을 내비치는 조폭은 그날로 즉시 감방행입니다. 조폭 주제에 착하고 싶고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싶으면 당연히 조폭을 그만둬야지요. 세상에 강한 악당은 있어도 착한 악당은 없습니다.

 

조선 종업원 양씨의 세계진출 대국 대한민국

오늘 조선일보 종업원 양상훈이 ‘세계 진출 대국,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네요. 해가 서쪽에서 뜰 일입니다. 우리나라 망한다고 노래를 부르던 조선일보가 갑자기 우리나라 잘 나가고 있다고 실토한 겁니다.

종업원 양씨는 저번에도 ‘노무현 대통령 칭찬할 점도 있다’는 요지의 칼럼을 쓴 것으로 기억하는데 조선일보가 뭔가 감을 잡고 전술을 바꾸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봤자 제 수명을 단축시킬 뿐이지만.

조선일보의 작은 변화는 92년 DJ의 정계은퇴 때.. DJ를 격찬한 것과 같은 대실수입니다. 인간적인 약점을 보인 거에요. 원작만화에서 냉혈한 이우진이 급우 오대수를 울게 한 사건이에요.

강한 악당은 어떻게든 빈대붙을 구실이 있지만 약한 악당은 반드시 제거되게 되어 있습니다. 결국 국민의 이름으로 조선일보는 제거될 것입니다.

무엇인가? 조선일보가 살려면, 또 차떼기가 살려면.. 지네들이 도덕성에서도 앞서고 경제에서도 앞선다고 우기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우기려면 끝까지 우겨야 합니다.

그냥 잘하고 있는 노무현, 잘하고 있는 우리당 더 잘하라고 한 번 그래봤다는 식의 변명은 안통합니다.

저요? 저는 우길 겁니다. 저는 노무현과 우리당이 경제와 도덕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고 끝까지 우길 겁니다. 저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습니다. 둘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갑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설의 어원 update 김동렬 2024-12-25 2057
1589 반미인척 하는 미국광신도들이 문제다 김동렬 2006-04-10 11343
1588 강금실의 매력 김동렬 2006-04-06 11625
1587 기자들의 수준 김동렬 2006-04-06 12584
1586 명품 서울 삼만불 경기도 김동렬 2006-04-03 18486
1585 밥버러지 이강철 김동렬 2006-03-29 15679
1584 강양구떼의 러플린 죽이기 김동렬 2006-03-27 14215
1583 한명숙 총리에 기대한다 김동렬 2006-03-24 12913
1582 김인식 리더십에 주목 김동렬 2006-03-20 13006
1581 미쳐야 미친다 김동렬 2006-03-18 16051
1580 조선일보의 쓸쓸한 퇴장을 지켜보며 김동렬 2006-03-18 10805
1579 김인식의 되는집안 효과 김동렬 2006-03-17 11947
1578 이계진 지구를 떠나거라 김동렬 2006-03-16 16800
» 조선일보 발악을 하는구나 김동렬 2006-03-15 13270
1576 한국, 미국을 꺾다 김동렬 2006-03-14 14307
1575 강금실 총리 강추 김동렬 2006-03-14 12220
1574 딴겨레의 몰락 김동렬 2006-03-13 13401
1573 이명박 이대로 죽나? 김동렬 2006-03-09 17448
1572 왕의 남자 그리고 흥행공식 김동렬 2006-03-07 10906
1571 이명박은 딱 거기까지 김동렬 2006-03-06 12995
1570 불쌍한 조선일보 왕자병 노무현 김동렬 2006-03-02 11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