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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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14 vote 0 2020.05.11 (16:56:14)

      

    처음 방문하시는 분께


    과학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이모양 이꼴인 것은 철학의 낙후 때문이다. 온갖 주의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전 방위로 교착되어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과 같다. 20세기에 철학은 실패했다. 70억 숫자를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허약하다. 그리고 이제 21세기다. 마땅히 역사의 새로운 도전과 응전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철학가의 견해라는 것들이 한낱 단어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단어 하나 가지고 어쩌려고? 인류의 언어체계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깨우침이 필자가 구조론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문제의 답을 찾으려고 하지만 진정한 답은 어떤 사실이 아니라 그 사실을 전달하는 도구인 언어의 개혁에 있다. 


    좋은 것을 봤더라도 그것을 주워담을 자루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 우리는 무엇에 진리를 담아 전달할 것인가? 언어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수학을 예로 들 수 있다. 인류의 진보는 거의 수학에 의해 달성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류의 한계는 수학의 한계와 맞물려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수학의 자궁은 무엇인가? 


    그것이 구조다. 구조는 대상이 아닌 관계를 본다. 수학은 자로 길이를 재서 사물의 크기를 계측하는 것이다. 거기서 관측자와 관측대상이 나누어진다. 구조는 관측자와 관측대상 사이의 관계를 본다는 점이 각별하다. 구조론의 세계에서 관측자와 관측대상은 에너지를 타고 가는 하나의 사건으로 통합된다. 


    우리는 이것과 저것에 대하여 말하지만 답은 이것과 저것 사이에 있다. 이것과 저것에 대하면 대칭되고 대칭되면 틀렸다. 답은 이곳에 없고 저곳에도 없다. 진보에 없고 보수에도 없다. 일원에 없고 이원에도 없다. 합리에 없고 경험에도 없다. 진화에 없고 창조에도 없다. 원인에 없고 결과에도 없다. 


    인간에 의해 지목되어 가리켜지는 것에는 답이 없다.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다. 이것이 일어나면 저것이 일어난다. 풍선효과를 떠올릴 수 있다. 이쪽에서 사라진 것은 저쪽으로 옮겨가 있다. 답은 이것과 저것 사이의 관계에 있다. 그것이 구조다. 관계 속에서 작동하는 에너지 과정을 포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소금이 짜고 설탕이 달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분자의 화학적 성질은 원자와 전자의 간격에 있는 것이다. 성질을 결정하는 그 간격은 대상에 없고 관계에 있다. 사건 안에서 에너지가 움직이므로 관계는 변한다. 답은 변화에 있다. 그 변화의 방향과 순서 말이다. 그것을 지시하는 언어가 질, 입자, 힘, 운동, 량이다.


    어떤 대상 내부에 고착되어 있는 답을 찾으려고 하면 양파껍질을 까는 실패를 저지르게 된다. 양파껍질을 계속 까면 남는 것이 없다. 틀렸다. 껍질들의 방향과 순서가 있다. 구조는 대칭된 둘 사이의 방향과 순서를 지시한다. 여기서 상대성의 순환논리는 절대성의 일방향성으로 도약하고 진정한 세계가 열린다. 


    우리에게는 그 세계를 보는 올바른 눈과 그 내막을 전달할 올바른 언어가 필요하다. 깨달아야 한다. 인간에게 관측되는 대상 내부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관측하는 주체인 인간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그것을 보는 인간의 관점이 비뚤어져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을 전달하는 인간의 언어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비뚤어진 관점을 바로잡는 것이 깨달음이라면 높은 수준의 언어로 도약하는 것이 구조론이다. 철학자들은 본질과 현상, 형식과 내용, 원인과 결과, 가능과 현실, 진보와 보수에 대해서 한 마디씩 던지고 있지만 바보다. 왜 사이를 보지 않는가? 왜 본질과 현상 사이, 형식과 내용 사이, 원인과 결과 사이, 가능과 현실 사이, 진보와 보수 사이를 말하지 않는가? 


    왜 그것이 하나의 사건에 속한 머리와 꼬리 각자임을 깨닫지 못하는가? 사건 안에서 둘은 한 몸이고 에너지의 차이가 방향성을 결정한다는 진실 말이다. 에너지를 통제할 때 문제는 진정으로 해결되는 법이다. 어떤 대칭되는 둘에는 반드시 둘을 통일하는 사건 하나가 있다. 그 사건의 존재를 포착하는가이다.


    사건을 끌고 가는 에너지의 방향과 순서가 있다. 답은 그곳에 있다. 방향과 순서를 바꿔주면 문제는 해결된다. 철학자들은 대립되는 둘 중에서 하나를 지지하고 다른 것을 배척하면서 열을 올리지만 어리석다. 둘은 하나이므로 교통정리가 중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근본을 반영하는 언어가 없다는 점이다. 


    모든 것은 언어에서 시작되었다. 인류가 언어를 얻으면서 동물의 한계를 벗어났고 수학언어를 얻어 근대문명을 일으켰다면 이제 사건을 해명하고 에너지를 디자인하는 구조언어로 갈아타야 한다. 사물의 한계에서 사건의 지평으로 도약해야 한다. 이항대립적 사고의 교착상태에 따른 난맥상을 극복하고 사건과 에너지와 관계의 일원성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새로운 언어가 필요한 것이다. 


    그대가 여기까지 납득했다면 다음 페이지로 초대한다. 납득하지 못했다면 얼른 꺼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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