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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527 vote 0 2015.10.09 (23:21:24)

     

    인생의 의미는 신과의 일대일이다


    화살 하나가 주어진다. 그 화살을 쏘아 보낸다. 과녁에 명중하면 의미다. 빗나가면 허무다. 화살은 빗나간다. 쏘는 대로 다 명중하면 쏠 이유가 없으니까. 빗나가므로 쏘고 또 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생은 허무하다.


    간혹 명중하기도 한다. 그래도 허무를 피할 수 없다. 그 화살을 쏘아보낸 활은 본래 당신의 것이 아니므로. 그대는 남의 활로 쏘았다.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대의 몸은 자연에게서 빌은 것이다. 죽음으로 돌려준다. 그러므로 인생은 허무하다. 


    사람은 행복이든 쾌락이든 추구한다. 입과 항문을 만족시킨다. 자위행위다. 자기 내부에서 무언가를 뜯어내려는 것이다. 자위나 자해나 한끝 차이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곤 자기를 조금씩 갉아먹는 것이 전부다.


    혹은 타인으로부터의 칭찬을 구하기도 한다. 명성이나 지위다. 평판이나 권세다. 남 앞에서 우쭐대고자 한다. 이는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린 자위행위다. 남의 손을 쓰니 남을 갉아먹고 내 손을 쓰니 나를 갉아먹는다.


    나를 충족시키는 것은 동물의 본능이다. 남을 충족시키는 것은 인간의 사회적 본성이다. 어느 쪽이나 허무하다. 그렇다면 답은? 에너지가 있는 2층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2층에서 쏘아야 1층의 과녁을 맞출 수 있다.


    인류라는 이름의 2층에 오른 자 만이 1층의 과녁을 맞출 수 있다. 나를 위하는 것은 허무한 것이며, 남을 위하는 것도 허무하다. 진리의 완성만이 의미있다. 답은 2층에 있다. 진리는 2층에 있다. 에너지가 그곳에 있다.


    인간이 찾는 것은 의미다. 의미는 화살에 없고 활에 있다. 활에 없고 에너지에 있다. 에너지는 2층에 있다. 개인에 없고 사회에 있다. 사회에 없고 진리에 있다. 2층과 1층 사이의 에너지 낙차만이 유의미하다.


    2층에 올라야 한다. 2층은 개인에 없고 인류에 있다. 사실에 없고 사건에 있다. 존재에 없고 관계에 있다. 대상에 없고 사이에 있다. 부분에 없고 전체에 있다. 결과에 없고 원인에 있다. 정靜에 없고 동動에 있다.


    선수에 없고 팀에 있다. ‘위하여’에 없고 ‘의하여’에 있다. 활과 화살은 대칭을 이룬다. 화살과 과녁은 대칭을 이룬다. 대칭은 짝짓기다. 1회의 짝짓기가 하나의 사슬고리가 된다. 대칭의 고리들을 추적해 들어가면 근원의 진리에 이른다.


    짝을 지을 때 인간은 행복해진다. 사슬의 고리가 찰칵 하고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럴 때 인간은 전율한다. 스위치를 누르면 전구에 불이 들어오듯이 대칭이 연결될 때 인간은 기쁨을 느낀다. 행복이든 쾌락이든 떨어진 둘이 연결되어 소통함이다.


    그러나 그 스위치를 누른 사람은 당신이 아니다. 아기는 즐거워 하지만 의미는 어머니에게 있다. 행복과 쾌락은 소년의 것이다. 청년이 되면 그 의미가 제것이 아님을 알고 인생의 허무를 느낀다. 그리고 타인을 위해 스위치를 누르게 된다. 


    역할이 바뀌어 자신이 엄마가 된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데서 의미를 찾는 어른이 된다. 소년의 의미가 행복과 쾌락에 있다면 어른의 의미는 평판과 지위에 있다. 남을 위하여 스위치를 누른 사람은 칭찬을 듣는다. 


    명성을 얻고 권세를 누린다. 역시 불완전하다. 그 짝에 잡혀있기 때문이다. 소년의 행복은 지켜보는 엄마의 시선에 갇혀 있다. 어른의 명성은 우러러보는 군중의 시선에 갇혀 있다. 나를 만족시키든 남을 기쁘게 하든 모두 가짜다. 


    제 손으로 하는 자위행위든 남의 손을 빌린 자위행위든 모두 가짜다. 유전자의 설계대로 기능하는 것 뿐이다. 소년은 '나'를 만족시켜 충분하고 청년은 '남'을 만족시켜 넉넉하지만 진짜는 따로 있다. 


    그 스위치와 전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자는 따로 있다. 나를 만족시키는건 전구다. 남을 만족시키는건 스위치다. 회로에 공급하는 에너지로 올라서지 않으면 안 된다. 대칭을 버려야 한다. 1층은 대칭이요 2층은 비대칭이다. 


    1층은 마주보고 2층은 내려다본다. 마주보는 대칭은 불완전하다. 대칭의 파트너가 되는 상대방에게 갇힌다. 칭찬받고 인정받다가 갇힌다. 어린이는 1층에서 화살에 갇혀 있고 어른은 1층에서 활에 갇혀 있다. 어린이는 '나'라는 감옥에 갇혀 있고 어른은 '타인'이라는 감옥에 갇혀 있다. 


    파트너를 넘어야 한다. 대칭을 넘어야 한다. 답은 2층에 있다. 에너지는 바깥에 있다. 2층은 바깥과 연결된다. 세상은 대칭으로 전부 설명된다. 대칭을 넘어섰을 때 진짜 대칭이 포착된다. 정상에서 신과의 대칭이 있다. 


    세상 전부와의 대칭이 있다. 거기서 나를 변화시킨다. 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DSC01488.JPG


    하수는 '나'를 연주하여 입으로 소리를 내고, 중수는 '사회'를 연주하여 세상에 소리를 내고, 고수는 '진리'를 연주하여 그 소리를 얻어옵니다. 그 차이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나를 변화시킴으로써 그 사회를 넘어섰다면 그대는 2층에 오른 것입니다. 세상을 통째로 흔들어 큰 소리를 일으키려면 세상 바깥으로 나가야 합니다. 세상 바깥에서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레벨:12]비랑가

2015.10.10 (18:19:56)

!

[레벨:15]떡갈나무

2015.10.11 (16:00:50)

영화 「사도」에서 명대사를 꼽아보라면 저는요,
"빗나간 화살이 자유롭지 않소!"

김동렬 선생님께서는 "허무하다" 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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