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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966 vote 0 2014.04.22 (23:48:43)


    법가란 무엇인가?


    진보란 무엇인가? 지식인 집단의 공론에 기반을 둔 이상주의다. 그런데 유교는 선비들의 공론이라는 진보적 측면과 주나라의 봉건정치라는 보수적 측면이 있다. 이런 양면성은 마르크스에게도 있다.


    오늘날이 우쭐대기 좋아하는 진보 지식인들의 행태에서 완고한 보수주의 습성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진보가 표방하는 노선은 진짜가 아니다. 진보가 진보주의자의 입에 붙어있는 것은 아니다.


    진보는 역사 자체의 필연법칙에서 유래한다. 그것은 생물의 진화나, 자본의 팽창이나, 조직의 발달에서 발견되는 구조의 복제법칙이다. 인간이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서의 단일체를 건설해가는 과정이다.


    진보 지식인이 표방하는 슬로건 따위는 누가 5분 정도 생각하고 즉흥적으로 지어낸 거짓이다. 삼국지도 그렇다. 유비가 내건 한실부흥이라는 슬로건만 보고 유비그룹을 보수주의로 진단한다면 잘못이다.


    피상적인 관찰은 곤란하다. 본질을 봐야 한다. 처음은 관습이 지배하고 있었다. 조조가 힘으로 관습적 질서를 깨뜨릴 때, 지식인 집단이 이에 맞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 요량으로 유비를 끌어들였다.


    유비는 얼굴마담이다. 예형과 공융의 태도에서 엿보이는 지식인의 대항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는다. 사마천이 뭘 알아서 그걸 연구했겠느냐고. 역사는 재해석되어야 한다.


    법가란 무엇인가? 보통 법가라고 하면 법을 엄격하게 집행하고 관료제를 시행하며 중앙집권을 강화하고 부국강병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건 단순한 통치술에 불과하다. 진짜는 한비자의 세다.


    세, 법, 술이 있다. 세는 민주주의다. 법가는 민주주의로 가는 중간단계다. 세는 민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바 도교적이고, 법은 권력자의 의사결정이므로 유교적이고, 술은 이를 집행하는 것이다.


    의사결정은 판단, 결정, 집행의 절차를 밟는다. 세가 최종적이다. 이 지점에서 한비자는 마키아벨리를 만난다. 그리고 민주주의로 가는 한 가닥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세는 민중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법가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귀족의 토지를 빼앗아 백성에게 나눠주고 대신 백성을 군인으로 동원하여 적국을 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실패한다. 국가의 동원력이 없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돈이다.


    법가의 시조는 소금과 철의 전매를 통해 부를 이룬 제나라 환공 때의 관중이다. 관중은 상공업을 중시했다. 마키아벨리가 상공이 발달한 피렌체에서 실력을 발휘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법가는 발달한 상공업체제 하에서만 작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국의 역대 제왕들이 상공업을 천시하고 병력을 동원할 목적으로 농업에 치중하는 바람에 법가정치에 실패했다.


    진시황이 법가로 강병을 만들었으나 엄격한 법률에 의지하는 강군은 원래 흉노의 전통이며 유목민의 것이다. 징기스칸의 군대가 군율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이건 법가의 진면목이 아니다.


    진시황은 상공업에 의지하지 않고 단순한 동원목적의 법치를 구사했기에 망했다. 법이란 본래 시장에서 시작되는 것인데 진시황은 돈을 주지않고 강제동원을 했기 때문에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법가의 중핵은 노예제 폐지다. 병력을 동원하려면 귀족의 장원을 몰수하고 노예들을 평민으로 신분상승시켜야 한다. 노예들은 전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일찍 노예가 없어졌다.


    ◎ 신상필벌을 엄격하게 하는 제갈량식 지식인정치
    ◎ 귀족의 토지를 빼앗아 농민에게 토지를 배분하는 정치
    ◎ 소금과 철을 전매하여 국고수입을 늘리는 부국강병 정치
    ◎ 노예제를 철폐하고 법의 집행을 엄격하게 하는 정치
    ◎ 봉건적 가부장과 무당과 족장을 없애는 관료제


    대략 법가를 이렇게 볼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상공업의 발달이 빠졌기 때문에 법가의 실패는 필연적이다. 게다가 상공업을 강조하면 국가가 개입하는 중상주의로 가서 더욱 망하는 수가 있다.


    이는 모두 피상적인 관찰에 불과하다. 법가의 진짜 의미는 군주와 백성을 대립적 구도로 보는 것이다. 이는 근대의 마키아벨리즘과 통한다. 그리고 마침내 민주주의로 발전한다. 한비자의 세다.


    군주와 백성의 관계가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면 무엇인가? 가족관계다. 봉건시대의 관념에서 군주는 가부장이었다. 임금은 아버지였다. 이러한 관념을 깨뜨리고 대칭적으로 보는 데서 법치는 시작된다.


    그러한 대칭적 관점은 장사꾼의 눈이다. 장사꾼의 눈으로 볼 때 진정한 민주주의는 탄생한다. 아직 한국인들은 줄 것을 주고 받을 것을 받는 상거래관계아 아니라 가족관계로 보므로 민주주의가 죽었다.


    대통령이 네 아버지냐? 진짜로 그렇게 여기는 꼴통들 있다. 술, 법, 세다. 술은 단순한 법집행에 불과하다. 법은 대칭적 관계로 보는 것이다. 네가 이렇게 하면 나는 이렇게 한다는 데서 신의가 성립한다.


    세는 군주와 백성이 대칭적인 관계라는 전제로 둘의 이익이 일치하는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보통 봉건왕조들은 중간의 기득권계급인 귀족의 토지를 몰수하여 분배하는 것으로 세를 이룬다.


    이러한 대칭관계를 시스템적으로 발전시키면 여당과 야당이 대칭을 이루는 민주주의가 된다. 임금과 백성이 대칭관계임을 인정하는 전제 하에 그 수렴해낼 이익을 묶어내는데 지식인의 역할이 있다.


    원래 법가의 아이디어가 유교에서 나온 이유가 거기에 있다. 유교는 맹목적으로 군주에게 충성하는 듯 하지만 이는 임금이 왜곡한 가짜 유교다. 맹자는 널리 지식인을 결사하여 임금과 맞섰다.


    법가는 지식인과 군주의 대립구도를 백성과 군주의 대립구도로 확대한다. 원로원과 황제의 대립구도를 민회와 원로원의 대립구도로 바꾸는 식이다. 유교는 원로원을 만들고 법가는 민회를 만들었다.


    물론 실제로는 이렇게 되지 않았다. 중국은 중국이기 때문이다. 아이디어의 출발점이 그렇다는 말이다. 이 모든 것은 상공업의 발달에 의한 민중의 신분상승, 실질권력획득이라는 전제를 필요로 한다.


    상공업이 없는 상태에서 신분상승은 군인의 출세 밖에 없다. 그러므로 상공업이 부진한 상태에서 이 시스템은 끝없는 정복이 이루어지는 동안만 유효하게 작동한다. 전쟁이 끝나면 법가실패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4.04.23 (00:29:54)

1.
감사히 읽었습니다. 낮에는 축약해서 이야기주신터라 소화를 못했었는데 가족주의의 극복이라는게 이런 의미였군요.

마침 오늘 페이스북에 문맥이 통하는 듯한 글을 읽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amdg77/posts/10203170483715671?stream_ref=1


이번 사고와 관련하여 피해자 유가족들이 정부의 선처를 구걸하지 말고 소송으로 해결하라는 글이었습니다. 

대통령을 가족의 부모처럼 모시고 어떻게 해결해주기를 바라지 말고, 적극적으로 따져들라는 것.

2.
참고삼아 적자면 

읽고 있는 책에서 상앙도 상업을 천시했습니다. 어딘가 귀족들과 마찬가지로 날로 먹는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일단 이후에 여불위를 통해 상인들이 나서기 시작한다고 적기는 했습니다. 

상앙이 동기부여 해준건 모든 국민에게 등급을 매기고, 전쟁터에 나가서 몇 명을 죽이면 등급을 올려주고, 땅을 주는 식이었다 합니다. 개간 같은것도 장려하구요.

3.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곁가지로 여쭙니다. 중국 왕조에서는 왕이 7의 군대를 가지고 신하가 3의 군대를 가지는것 - 팟캐스트에서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북방왕조, 수,당과 같은 경우에는 북방의 관습에 따라 왕이 직접 군대를 이끈다고 하더라구요. 왕이 7을 가지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유이겠군요?

4.
삼국지에 대해서는 배웠습니다. 어찌보면 조조, 유비, 손권이 모두 민중을 위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조조가 대세이니 유비, 손권은 항복하고 신하로 들어가는게 더 이상의 인명손실이 없이 행복한 것 아닌가? 조조의 위나라도 은근히 안정적이고 훌륭하게 꾸려져나가잖은가? 하는 생각이었는데 말하자면 유비가 상징하는 이상, 철학과 조조간의 대결이었던 것이군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04.23 (01:08:25)

원래 법가는 순자에서 시작되는데

동양사에서 순자는 이상하게 폄하되었습니다.


맹자를 성선설, 순자를 성악설이라고 하는건 어떤 또라이가 서양철학에 

억지로 갖다맞춘 거짓말이고 순자의 가르침은 자연법칙입니다


맹자는 인위적이고 자의적인 목적, 의도, 윤리, 도덕관념에 근거하고

순자는 필연법칙에 근거하며, 이에 법가와 병가가 순자에게서 나온 것이죠.


병법의 오자, 손자도 넓은 의미에서 그 계통

법가의 법을 성문법이 아니라 자연법칙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물론 당시에는 이 정도로 발달된 논의가 없었으나 

한번 태어난 아이디어는 제 스스로의 힘으로 굴러가는 법


필연이라는 거죠

한 마디로 맹자는 위하여, 순자는 의하여죠.


물론 이건 저의 해석이고 당시의 평가와 관점은 다릅니다


여불위의 상인 마인드가 진시황에 큰 영향을 미친건 의미있습니다

근데 그게 다였죠. 천하통일 과정에서는 진시황이 상인의 관점을 씁니다.


그러나 천하를 통일한 후에는 그냥 노예처럼 동원해요.

노예를 해방시켜 평민으로 만드는게 법가인데 다시 노예로 퇴행.


파뮬란의 목란사에는 황제를 가한이라고 합니다.

즉 칸이죠.뮬란이 수나라 이야기라는 설도 있는 것을 보면 


수나라도 유목민의 관습을 따라 왕을 칸으로 불렀을 수 있습니다.

물론 한족의 황제호칭과 유목민의 칸 호칭을 둘 다 썼을 수도 있구요


.어쨌든 청나라는 한족방식의 세습과 유목민 방식의 추대로 두번씩 즉위했습니다.

한족방식으로 즉위하고 다시 몽골로 가서 부족의 족장을 모아놓고 


쿠릴타이 비슷한 걸로 즉위.

삼국지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은 조조가 황제 앞에서 으시댈 때 


관우가 '내가 저 놈 죽여버릴까요?' 하고 유비에게 묻는 장면입니다.

그때부터 팽팽한 긴장이 흐르죠


선비의 공론이 아니라 

그냥 실력자가 왕된다면 관우가 조조 죽이고 왕잡는게 맞죠.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4.04.23 (07:22:40)

*위에 여불위가 등급을 매겼다는 건 상앙을 잘못 적어서 수정했습니다. 


감사히 읽었습니다. 

도올도 꾸준히 이야기하는게 성악설이 아니라 성오설이라 합니다. 옛 중국은 선의 반대를 불선이라고 썼다는 겁니다. 그래서 성악설이 아닌 성오설로 봐야 하며 인간은 추한 행동을 하는데 이를 예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레벨:5]msc

2014.04.23 (10:01:22)

평등한 사회가 올까요,,,?권력자들은 싸우고 국민들은 기대고 이래서야 ,,,,,,,이미 시스템은 시뢰를 잃었습니다,,,,감사

프로필 이미지 [레벨:7]風骨

2014.04.23 (17:52:07)

중국 역사와 사상에 대한 독자적인 해석과 안목은 놀랍습니다.

학계에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던 이야기인데

혹시 국내 혹은 해외 학자들 중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언급했는지

아니면 기존 학자들의 연구에서 동렬님이 새로운 해석을

가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04.23 (18:04:52)

구조론은 역사를 지정학적, 인류학적, 기후학적 필연법칙으로 봅니다.

보통은 역사를 인간의 신념, 의지, 정신승리, 관념, 사상, 목적으로 봅니다. 


근본적으로 역사를 대하는 태도가 다른 거지요. 

팩트들은 제가 이곳저곳에서 수집하지만 관점은 원래부터의 관점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JasonKim

2014.05.02 (02:55:54)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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