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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457 vote 2 2014.04.18 (13:29:17)

     삼국지의 의미


    팟캐스트 방송으로 조금 언급한 삼국지 이야기에 청취자들의 관심이 많아서 텍스트로 내용을 보충하기로 한다. 지난 주에 이야기 했던 내용은 유비와 조조의 대결구도에 대한 것이다.


    ◎ 유비의 이상과 조조의 실용


    삼국지의 진짜 주인공은 유비다. 단기적으로는 조조의 소승적인 실용주의가 승리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비의 대승적인 팀플레이가 승리했다. 조조의 찬탈 이후 무수한 찬탈이 일어났다.


    계속된 찬탈로 수나라, 당나라까지 오랑캐가 중원을 압도했으며, 한족의 부흥은 송나라 때 이루어진다. 1천년간 한족의 중국사는 암흑시대였으며 이는 조조의 찬탈로부터 비롯되었다.


    중국인은 원래 배신한다. 심지어 ‘배신자의 중국사’라는 책이 나와있을 정도이다. 배신을 막는 가르침은 유교다. 유교를 전면에 배치한 송나라 이전에는 한족이 중국을 지배하지 못했다.


    삼국지의 진짜 의미는 이민족에게 빼앗긴 중국을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이며 유비가 한 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것은 이데올로기다. 유교로 포장되지만 본질은 한족 중심의 중화주의다.


    힘으로는 한족이 오랑캐를 이기지 못한다. 이민족을 제압할 방법은 지식인의 연대다. 그러한 비전을 제시한 유비가 삼국지의 주인공이며 조조는 오랑캐에게 중국을 넘긴 단초를 제공했다.


    삼국지의 이데올로기는 송나라 때 주희가 만들었고, 명나라 때 널리 선전되었다. 중국 곳곳에 관우 사당이 생겨났다. 심지어 한국의 동묘에도 있다. 이데올로기 관점에서 봐야 진짜다.


    ◎ 도교와 유교 그리고 법가


    어제 녹음한 삼국지 이야기는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에 대한 것이다. 이는 모든 집단의 최상층부 의사결정구조에 숨은 장치다. 기업에는 CEO와 정서적 유대를 가진 평등한 집단이 있다.


    그런 구조가 없이 애플에 코카콜라 사장 존 스컬리 같은 인물이 전문가로 끼어들면 조직이 깨진다. 제갈량은 절대 유비, 관우, 장비와 같은 라인에 설 수 없다. 회사 망하는 지름길이다.


    무엇인가? 도원결의는 이후 중국사에 무수히 재방송된다. 수호지의 두령들도 그렇고 모택동의 정강산 결사체도 그렇다. 이들은 평등한 내부구조로 최상층부의 의사결정기구를 구성한다.


    조직이 깨지는 것은 전문가 표지를 단 이질적인 존재가 끼어들 때다. 무능한 왕이 유능한 재상에게 나라를 맡기는 식이다. 이때 왕은 재상에게 맡기고 자신은 빠져야 한다. 그게 쉬운가?


    삼국지는 구조론의 질, 입자, 힘에 맞추어서 도교, 유교, 법가로 되어 있다. 도교를 대표하는 인물은 장비다. 원래 삼국지 평화는 매우 코믹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나관중이 바꾼 것이다.


    ◎ 도교의 질 – 평등한 최상층부 의사결정구조
    ◎ 유교의 입자 – 한족 중심의 자부심. 구조의 핵.
    ◎ 법가의 힘 – 시스템 중심의 행정집행.


    유교를 대표하는 인물은 관우다. 유교의 충, 인, 효 이딴건 그냥 갖다붙인 것이고 본질은 존엄이다. 유교=군자다. 군자는 굽히지 않는다. 의사결정의 핵을 형성하는 것이다. 리더십이다.


    관우를 충으로 해석한다면 낮은 수준이다. 그건 삼국지를 우려먹은 명나라 황제들의 입장에 불과하다. 관우=자존심 그 자체다. 중화민족의 자존심을 의미한다. 강력한 의사결정의 핵이다.


    법가를 대표하는 인물은 제갈량이다. 먼저 도교적인 평등한 최상층부 의사결정구조를 만들고 창업해야 한다. 창업단계에 CEO와 친구처럼 터놓고 말할 5인 정도의 집단이 없으면 실패다.


    창업한 이후에는 리더가 권위를 가져야 한다. 조직원이 리더의 지시를 따를 수 있는 상하구조가 세팅되어야 한다. 부하가 상사보다 권력이 세다든가 하극상을 일으키면 끝장이 나는 것이다.


    이 구조가 안정되면 다음에는 시스템으로 가고 교범으로 가고 매뉴얼로 가야 한다. 제갈량의 법가정치다. 삼국지에는 도교의 평등, 유교의 리더십, 법가의 시스템이 모두 반영되어 있다.


    한나라는 숙손통의 유교를 실무적으로 사용했을 뿐 본질에서 유방의 도교이념이 앞섰는데, 무제가 유교로 뒤엎으려 했으나 황태후 할머니들의 반발 때문에 성공적으로 정착하지 못했다.


    한때 왕망이 유교정치를 표방하고 급진적이면서 동시에 급보수적인 우왕좌왕 개혁을 하다가 망한 이후 유교와 도교 사이에서 오락가락 했다. 조조 이후는 도교의 청담사상이 지배하였다.


    다만 동탁이 낙양을 불태웠을 때 형주의 양양성으로 도피한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유교주의적인 재건시도가 있었으며 이를 이용한 사람이 유비다. 예형이나 공융은 그 주변의 얼떨리우스다.


    이러한 삼국지의 아이디어들은 이후 중국사를 관통하며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조선의 명재상들에게 제갈량은 좋은 전범이다. 운동권 학생들도 모여서 나름대로 도원결의를 꿈 꾸었다.


    의사결정에는 판단과 결정과 집행이 있다. 이 셋은 개념이 다르다. 이들을 헷갈리므로 사업을 망치는 것이다. 판단은 평등한 소통구조가 필요하고 결정은 강력한 권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집행은 임시방편이 아니라 매뉴얼이 갖추어진 시스템에 맡겨야 된다. 이 셋을 얼버무리기 때문에 선박이 침몰한다. 흔히 유능한 인재에게 전권을 주는 재상정치를 꿈 꾸지만 매우 위험하다.


    대통령이 함부로 총리에게 전권을 주면 반드시 내분이 일어난다. 망하는 기업에는 항상 지나친 권력을 가진 전문가 한 명이 있다. 다만 작은 국가나 작은 기업에는 이런 구조가 먹히기도 한다. 

  


[레벨:6]목양

2014.04.18 (13:50:59)

김동렬선생께서는 누구의 "삼국지"가 제일 좋던가요....워낙 많은 삼국지가 있어서요...이문열, 김홍신, 황석영, 장정일 등...

 

어릴적에 일본작가가 쓴걸 읽었는데,  요즘 나온것 중에 좋았던 작가 것 있으면 추천 부탁합니다....

 

아님 직접 한번 써 보시던가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04.18 (13:53:03)

제가 읽은 것은

일본 것을 베낀 걸로 추정되는 70년대 세로쓰기 30권 짜리라서 권할게 못되구요.


이문열, 김홍신 것은 삼국지가 아니죠.

왜 요즘은 30권짜리 삼국지가 안 나오는지 모르겠네요.


만화 삼국지까지 워낙 이것저것 잡다하게 읽어서 

뭐가 좋다 하는건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한 10가지 쯤 되는데 처음 읽은건 로봇삼국지.

맘에 드는건 어린이 삼국지.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4.04.18 (15:18:58)

저는 리동혁 삼국지 추천드려봅니다. 

작가의 말에만 의지해 본다면 다양한 판본을 섭렵해서 최대한 추려내고 비교 정리해준 책입니다. 

여기에 살을 더 붙인다면 리중텐의 삼국지 강의 2권.

[레벨:6]목양

2014.04.18 (14:49:01)

답변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4.04.18 (15:27:36)

리동혁은 이문열 삼국지의 허술한 부분을 지적한 "삼국지가 울고있네"라는 책도 지었습니다. 

재미있는 한 꼭지만 이야기드리자면 이문열을 북소리와 징소리를 아무렇게나 삼국지 속에 넣었는데 실제로는 이 둘의 차이가 큽니다. 


북소리를 울리면 진격, 징소리를 울리면 돌아오기입니다. 

장비는 이런 전장에서의 불문율을 오히려 역이용하여 징소리에 진격하게 작전을 짜서 승리하기도 합니다. 징소리를 듣고 장비군이 군사를 물리는구나 생각하는 시점에 공격을 한 것이지요. 


어릴적 궁금했던것이 진법이나 작전 명령의 전달이었습니다. 

수만의 군사가 있다면 목소리만으로는 안될 것이고, 무전기나 확성기도 없이 어떻게 지휘했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이처럼 북소리와 징소리, 그리고 아마도 깃발을 이용한 작전전달이었겠습니다. 


진법이라는 것도 다양한 전장의 상황에 맞춰서 부대를 수족처럼 움직이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겠습니다. 삼국지연의의 팔진도처럼 마법같은 것이 아니고 순간순간의 상황에 맞춰 훈련된 군사들이 일사분란하게 대응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7]신현균

2014.04.19 (09:41:54)

박종화 삼국지를 최고로 치는데 구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레벨:5]msc

2014.04.19 (13:06:10)

중국 정통삼국지,,,,,

프로필 이미지 [레벨:18]차우

2014.04.20 (07:53:56)

1. 최상층부가 비전문가적 집단인 이유

:  전문가들은 시야가 좁기 때문이다. 전문적이다 보니 객관적 시야를 가질 수가 없다. 최상층부의 의사결정체는 직관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의사결정은 직관에 능한 사람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라고 할 수 있을까요?


2. 왜 젊은 사람이 의장을 했을까요? 의장을 한다는 것은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동시에 책임을 진다는 뜻이 되는데요. 나이 많은 사람들이 젊은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워 보이거든요. 가족의 예와 비슷해 보이기는 하지만 헷갈립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04.20 (10:32:06)

최상층부가 비전문가일 이유는 없습니다.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포지션을 맞추는게 중요하고 

대칭>비대칭의 절차를 밟는게 중요합니다.


전문가가 너무 나서면 이런 절차가 생략됩니다. 

전문가 앞에서는 기가 죽어서 말을 안하기 때문입니다. 

화백회의는 6명이 참여하는데 갈문왕이 의장을 맡아 짝수를 홀수로 만듭니다.


화백회의 참가자는 모두 왕이라는 칭호를 받아 평등한 발언권을 가집니다. 

이들은 6명이므로 짝수가 되어 판단 단계에서는 팽팽한 균형을 이룹니다. 

갈문왕은 최종적으로 정리할 뿐 나서지 말아야 합니다. 


결정단계에서는 갈문왕이 개입하여 홀수를 만들고 권위적인 결정을 해야 합니다.

판단과 결정 다음 집행 단계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합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전문가도 참여해야 합니다. 


단 전문가가 상황을 제압해버리는 사태를 막아야 합니다.

보통 나라가 망하는 공식은 전문가를 존중하고 재상으로 임명했는데

이 재상이 자기 중심으로 비선조직을 가동합니다.


재상은 왕에게 보고를 안 합니다.

왕을 바보 만들고 조직장악에 들어가는 거지요.  

늙은 코카콜라 사장이 전문가 행세 하면서 젊은 아마추어 잡스를 제압해 버린거. 


기업 후계자 결정과정에 이런 암투가 빚어지곤 하죠.

후계자는 젊은 CEO인데 전문가는 아니죠.

전문가들은 젊은 CEO를 바보만들기 위해 데이터를 조작하고. 


일본기업이 이런 함정에 빠져서 

젊은 CEO가 조직을 장악한 한국을 부러워한다는 말이 떠돌고

한국도 늙은 가짜 전문가 김기춘과 가짜 전문가 이준석 선장이 말아먹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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