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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350 vote 0 2016.08.25 (10:22:45)

     

    #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 스티븐 레빗의 ‘괴짜경제학’에서는 마약 판매상들이 왜 집도 없이 어머니한테 얹혀사는지를 추론한다. 슬럼가에서 마약 거래를 하다가 총 맞아 죽을 확률은 25%에 달하고, 수입은 시급 3.3달러에 불과한데 왜 이런 불합리한 삶을 사는지가 레빗의 궁금증이었다. 가설은 ‘인간의 욕망이 빚은 근거 없는 낙관’이다. ‘나는 위험하고 곤궁하게 살아도 절대로 안 죽고 살아남아 언젠간 마약갱단의 보스가 돼 큰돈을 만질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이 현실의 피폐함을 견디는 아편이라는 것이다.[신문기사 인용]


    이런 추론은 보나마나 틀린 것이다. 추론이라고 인정할 근거도 없다. 걍 소설 쓰는 거다. 과학자가 비과학적 사고를 화는 전형적인 예다. ‘근거없는 낙관 때문에’ 라는 식의 심리적 이유를 댄다면 일단 거짓말이다. 이유를 대려면 반드시 물리적 근거를 대야 한다. 정신주의는 비과학이다.


    위하여는 틀리고 의하여가 옳다. 마약판매상은 보나마나 아버지가 없다. 혹은 아버지가 없는 아이들 패거리 문화에 속해 있다. 가난한 흑인 뒷골목의 세계에는 애초에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는 물리적 기반이 없는 것이다. 아버지에 속한 것이 아니라 패거리에 속해 있는 거다.


    심리적 이유를 대는 정신주의가 사회과학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북한 주민들이 저러는 것은 김정은의 영도를 따라서가 아니라 권력에 저항할 최소한의 물리적 기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저항의 기반을 해체하여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권위주의 체제의 주특기 아니던가?


    마약상의 세계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아버지가 없으므로 성년이 되어도 용감하게 남자들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두려운 것이다. 훈련되지 않았고 교육받지 못했다. 그들에겐 낯선 세계다. 무작정 기차타고 와서 서울역 주변에 자리잡고 구두닦이부터 시작하는 한국인과 다르다.


    그것도 사실은 쉬운게 아니다. 먼저 한 사람이 자리잡고 고향친구를 불러들이는 식으로 세력을 만든다. 마약상은 그 정도에도 이르지 못한 것이다. 그들은 모계사회 관념에 따라 어머니와 여동생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독립하지 못하고 어머니의 집에 얹혀 살거나 주변을 맴돈다.


    어머니 역시 보호자가 필요하므로 아들의 독립을 바라지 않는다. 많은 경우 어머니가 성인이 된 자식을 먹여 살린다. 자신이 총맞아 죽어도 상관없다. 그 공간과 패거리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족을 책임지는 가부장이 아니고 가족을 경비하는 경호원 신세이기 때문이다.


    더하여 가족개념도 희미하다. 그 공간 자체가 하나의 부족이고 부족이 유지되면 그만인 것이다. 가족 위에 부족있다. 백인과 인디언의 전투에서 백인이 항상 이기는 이유는 인디언에게 추장이 없기 때문이다. 인디언은 권위적인 남자들의 세계에 속해 있지 않다. 일단 남자 말을 안 듣는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자경단 비슷한 남자만의 조직이 있다. 그런데 체계적으로 조직되어 있지 않다. 물리적 기반이 없다. 추장급 지도자가 되려면 명성을 얻어야 한다. 부하들이 대장의 말을 듣지 않으므로 명성을 얻기가 쉽지 않다. 부하들의 비위를 맞춰주다가는 작전이 되지 않는다. 


    돌격앞으로 하고 명령을 했는데 ‘엄마가 아파서’ 하고 집에 가겠다는 인간 나온다. 그것을 제지할 수 없다. 함부로 그러다가는 평판이 떨어진다. 무엇인가? 인디언 전사 각자가 모두 명성을 얻어서 자기가 지도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므로 죽어보자고 대장 말을 안 듣는다. 


    그들은 자신이 명성을 얻기 위해 대장의 명령을 무시하고 함부로 폭주하다가 총 맞아 죽는다. 지식인이 잘 빠지는 함정이다. 아는게 없는 하층민이 무식해서 틀린 판단을 한다는 거다. 천만에. 나름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 단 다른 가치의 세계에 속해 있을 뿐이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 


    ‘근거없는 낙관’은 남들이 귀찮게 자꾸 물어보니까 얼렁뚱땅 둘러댄 변명에 불과하다. 자신이 언젠가 총맞아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바보 마약상은 없다. 그들은 자신이 속한 패거리의 유지를 원한다. 가부장적인 아버지, 권위적인 교사, 억압적인 군대에 속해봐야 독립능력이 생긴다. 


    독립이란 곧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흑인 하층민은 잘난척 하는 백인을 지배할 능력이 없다. 백인을 지배하지 못하므로 넓은 세계로 나아가지 못한다. 무엇인가? 근대과학은 합당한 논리적 기반 위에 서 있지 않다. 모래 위에 쌓은 탑처럼 불안정한 기반 위에 얹혀 있다. 


    특히 인문사회과학 분야는 치명적이다. 자연과학과 수학이 의지하는 인과율과 멀어져 있다. 구조론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드시 물리적 근거를 대야 한다. 심리적 이류는 둘러대는 말에 불과하다. 물리가 자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사회의 의사결정구조도 물리로 작동한다. 


    그들은 마약을 파는게 아니다. 그 익숙한 공간을 탈출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 세계는 하나의 부족이며 바깥 세계는 적이다. 한국인들은 일단 한 명이 빠져나가서 서울역 주변 만리동 고개에 자리잡고 고향친구를 하나씩 불러내는 방법을 쓰는데 이 역시 물리적 원리에 의해 작동한다. 


    잘못하다가는 만리동 식구파에게 걸려 아작나는 수가 있다는 말이다. 부족만들기가 쉽지 않다. 가부장제가 옳다는 말이 아니다. 가부장의 억압에 시달려본 인간이 그 세계에서 탈출하려는 것이며 탈출해서는 자기 중심의 가부장제도를 만든다. 마약상은 일단 부족에서 탈출하지 않는다.


    탈출해도 자기 부족을 만들지 못한다. 물리적 억압과 탈출 그리고 구조의 복제가 인간사회의 작동원리라는 말이다. 반드시 물리로 설명되어야 한다. 


[레벨:17]눈마

2016.08.25 (11:01:43)

오...모계 부족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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