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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556 vote 0 2017.07.02 (22:53:00)

       

    통제가능성이 중요하다


    통제가능성을 논하는 것은 사람들이 대개 통제가능성을 논하지 않더라는 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상황의 통제는 매우 중요하다. 통제라고 하면 억압과 독재를 떠올리기가 다반사다. 다만 Control이라고 하면 살갑게 느껴진다. 프로야구라도 컨트롤이 되는 투수라야 타자를 공략할 수 있다.


    하여간 통제의 통만 들어도 독재자 박통을 떠올려서 경기하는 사람 많을 거다. 그러나 생각하자. 스티브 잡스라면 직원들의 자율과 개성을 존중한다면서 여러분을 자유롭게 풀어놓을까? 천만에. ‘넌 해고야!’ 한마디로 조진다. 모든 창의가 억압과 통제의 산물이라는 사실은 겪어봐야 안다.


    어린이다운 치기로 무장하고 노자나 장자를 주워섬기며 낭만이나 찾으면 곤란하다. 누구든 대가리에 총을 딱 겨누고 있으면 갑자기 머리가 팍팍 돌아가주는 거다. 천재는 칼끝에서 나온다. 스스로 자신을 논리의 감옥에 가두고 마늘 다지듯 다져대는 즉 집요하게 쪼아대는 사람이 창의한다.


    술이나 쳐먹고 헬렐레 해서 이태백이나 김삿갓을 떠들거나 소주 한 잔 빨고 와서 목마와 숙녀의 박인환을 주워섬기는 건 재미로 하는 이야기다. 창의라고 하면 당연히 스파르타다. 검색해보면 알게 된다. 괴상하고 특이한 제도가 발달해 있었다. 진시황이나 나폴레옹의 창의도 볼만한 것이 많다.


    창의는 절대로 무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인터넷도 원래 군사용으로 개발된 것 아닌가? 마이너스 원리다. 창의는 마이너스로만 가능하므로 애초에 범위가 한정된다. 전투의 창의는 전투현장 안에서만 적용되는 것이다. 목수의 창의는 집짓기에서만 나오고 화가의 창의는 캔버스에서만 나온다.


    창의는 무조건 깎고 자르고 뺀다. 이렇게 빼고 저렇게 빼면 남는 게 창의다. 현대 예술은 이것저것 다 빼다보니 남은 게 없어서 난해해졌다. 더 이상 뺄 것도 없을 정도로 빼버린 것이다. 빼려면 뺄 수 있어야 한다. 아무것도 없다면 뺄 수 없다. 자율이나 개방이나 개성이니 하는 건 그 때문이다.


    풀어놓는 게 능사가 아니고 일단 풀어놔야 닫아걸 수 있기 때문이다. 통제는 닫아거는 것이며 풀어야 닫는다. 구조론으로 논하면 척력에서 인력으로 바꾸는 것이다. 통제는 인력이다. 그러려면 일단 척력이 있어야 한다. 그게 창의의 딜레마다. 조여야 창의가 되는데 풀어야 조일 수 있다는 모순.


    통제는 컨트롤이다. 투수는 공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창의다. 닫아걸고 조여야 통제가 된다. 억압하고 강제해야 통제가 된다. 물리적 장벽을 세워야 통제가 된다. 프로라면 이러한 본질에 대해서 민감해야 한다.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를 하루 종일 생각해야 한다.


    투수가 공을 손에 쥔다. 공은 당연히 손에 달라붙는다. 투수가 공을 던진다. 공은 타자의 배트에 붙어버린다. 그런데 왜 붙지 않을까? 전자기력 때문이다. 서로 밀어대는 척력의 작용 때문에 공이 투수 손에 달라붙지 않는 것이다. 옷을 입으면 옷이 몸에 딱 달라붙고 신발을 신으면 발에 붙는다.


    왜 안붙지? 당연히 붙어야 한다. 전자기력의 방해 때문에 당연히 붙어야 하는데 안 붙는 것이다. 즉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자연의 자연스러움들은 사실은 자연스러운 게 아니고 이상한 거다. 만유인력에 의해 지구는 태양에 붙어버려야 한다. 그런데 왜 안 붙었지? 안 붙는 게 이상한 거다.


    무엇인가? 자연의 사물들은 미는 힘과 붙는 힘의 절묘한 균형상태에 도달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균형은 당연한 게 아니고 매우 예외적인 것이다. 우주 안에 지구처럼 묘한 공간은 잘 없다. 우주에 지구형 행성이 수천억 개도 넘을 것이므로 지구와 같은 묘한 것도 있는 거지 사실은 이상하다.


    자연스럽게 생각하면 우주는 죄다 달라붙거나 죄다 흩어지거나 둘 중에 하나다. 실제로 많이 달라붙어 있다. 태양계에 속하는 물질의 99.86 퍼센트는 태양에 붙어 있다. 나머지 0.1퍼센트의 대부분은 목성과 토성에 붙어 있다. 넓은 공간에 골고루 퍼져있지 않고 극도로 몰려 있는 것이다.


    무엇인가? 통제가 안 된다. 자연의 자연스러운 상태는 자연스럽게 통제되는 상태가 아니고 당연하게 통제가 안 되는 상태이다. 인간들 원래 죽어보자고 말을 안 듣는다. 자율과 방임을 행사하면 죄다 콩가루가 되고 마는 것이다. 부족민들은 자유롭게 통제되는게 아니고 죄다 망해있는 거다.


    우리는 지구라 불리는 매우 특이한 공간에 살고 있다. 이 세계는 이상한 게 전방위로 균형이 잡혀져 저절로 통제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이상한 것이고 자연스럽게 생각하면 지구는 너무 뜨겁거나 너무 뜨거워져가고 있거나 혹은 너무 춥거나 너무 추워져가고 있거나 그중의 하나라야 한다.


    적당한 온도, 적당한 바람, 적당한 인구, 적당한 식량 그런 게 어딨어? 바이러스는 너무 많다. 인구도 너무 많다. 전쟁하면 죄다 죽는다. 가뭄이 들면 다슬기와 재첩은 대량으로 말라죽는다. 새까맣게 죽어 있다. 환경이 좋으면 엄청나게 숫자가 불어난다. 뭐든 극에서 극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구조론에서 말하는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다섯 대칭은 매우 예외적인 것이고 99.99999퍼센트 극에서 극으로 곧장 간다. 질에서 양으로 바로 간다. 입자 힘 운동을 거치지만 포착되지 않는다. 시계태엽은 1초만에 풀린다. 조절장치가 있다. 대칭을 통해 조절된다. 그러나 이게 예외임을 알아야 한다.


    당연히 조절되는 게 아니고 당연히 조절되지 않는다. 최초에 생물이 등장하자 곧 맹독 중에 맹독인 산소를 대량으로 생산하여 지구 생태계를 단번에 멸망시켰다. 어쩌다가 산소에 강한 생물이 등장하여 진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후로 산소가 너무 많았던 시기와 너무 적었던 시기가 반복되었다.


    산소가 많았던 시기에는 잠자리와 같은 절지동물이 황새처럼 크게 자라났고 산소가 줄어든 시대에는 폐호흡을 하기 시작하며 특히 새들이 몸 속에 공기를 저장하게 되었다. 진화는 사실 대멸종이 촉발한 것이다. 석탄층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해되지 않았다는 거다. 생물의 사체가 계속 쌓인다.


    썩지 않는다. 개판이다. 지구는 생물의 사체가 두껍게 덮여 최악의 상황까지 간 것이며 그게 석탄과 석유가 되었다. 많은 극단적인 환경이 조성된 것이며 극에서 극으로 건너뛴 것이며 지금과 같은 적당한 시기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오랫동안 지구는 죄다 얼어붙었는가 하면 사막이 되기도 했다.


    구조론이 논하는 것은 조절이다. 당연히 조절된다고 믿는다면 착각이다. 절대 조절되지 않는다. 당연히 개판이 되는 것이다. 인간은 죽어보자고 말을 안 듣는 것이다. 미는 힘과 당기는 힘, 산소와 이산화탄소, 추위와 더위 등의 서로 모순되는 둘이 절묘한 균형을 이뤄서 겨우 통제되는 것이다.


    그냥 창의하라고 하면 창의하겠는가? 풀어놓고 자유를 주면 창의하겠는가? 천만에. 밀당을 아주 잘해야 한다.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자유를 주면 죄다 술집에 가 있다. 야구선수들 원래 운동밖에 안 해서 뭐를 모른다. 물정을 모르고 겁대가리도 없고 개념도 없다. 바람잡는 선수 꼭 나온다.


    죄다 도박하고 술집에 가고 사고 치고 망해 있다. 80년대는 프로야구 선수가 5년 정도 하면 많이 했다. 10년 넘게 선수생활 한 사람 잘 없다. 초창기라서 죄다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많이 발전한 것이다. 최동원 선수나 장명부 선수만 선수생명이 짧았던 게 아니고 그땐 죄다 그랬다.


    선동렬도 몸이 망가져 있었는데 일본에 가서 체계적으로 관리를 받아 되살린 것이다. 원래 통제가 잘 안 되는 것이며 당연히 통제가 안 된다는 본질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현대인은 매우 교양된 것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원래 카인과 아벨처럼 둘이 있으면 그중 하나를 반드시 죽이는 존재다.


    통제는 원래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기적적으로 미는 힘과 당기는 힘이 일치했을 때 통제가능한 상황이 되는 것이며 그것도 마이너스 방향으로만 가능하다. 물리적 장벽을 만들고 조여야 통제가 된다. 그러기 위해서 애초에 범위를 넓게 잡고 시작해야 한다. 이런 건 쉽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겁낼 건 없다. 절대 통제가 안 되는 게 인간이지만, 한 넘이 깃발을 들면 기가 막히게 통제가 된다. 문제는 마이너스 방향으로만 통제되므로 통제하기 쉬운 방향으로 가다가 보면 죄다 히틀러 뒤에 가서 줄을 서 있다는 점이다. 너무 통제가 잘 되어서 망한 게 2차 세계대전이다.


    통제는 잘 안 된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20번 연속으로 이길 확률만큼 낮은 확률이다. 겁먹지 말라. 전 인류가 가위바위보를 하면 20연승 하는 사람 꼭 나온다. 즉 현대사회는 가위바위보 시합을 무시로 벌여서 이긴 사람만 모아놓았기에 통제가 되는 것이다. 저절로 되는 게 절대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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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18]챠우

2017.07.03 (04:13:16)

어렸을적 푸세식 화장실에선 비만 오면 구더기가 죄다 벽을 타고 기어오르길래 원래 구더기는 벽타기 선수인줄 알았었습니다. 물론 화장실은 공포의 도가니.

근데 며칠 전 엎어진 쓰레기통에서 나온 구더기가 시멘트 벽을 오르는 것을 보았는데, 아니 열에 한마리만 벽을 타고 오르는 거에요. 나머지는 전부 벽타기 실패.


가만 생각해보니깐 시멘트 벽이 말라서 벽타기가 쉽지 않았던 겁니다. 다만 예전의 푸세식 화장실 벽은 촉촉해서 벽타기가 좋았던 거고요. 벽타고 높은 곳으로 올라간 놈만 고치가 되고 파리로 변태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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