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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174 vote 0 2017.06.14 (14:38:34)

    

    반대쪽을 보는 훈련


    빙산의 보이는 부분은 0.083이요 가리워진 부분은 0.917이라. 주산에서 1의 보수는 9요 2의 보수는 8이라. 이게 자동으로 되어야 하는데 안 되는 사람이 많더라. 일단 이게 되어야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요철凹凸의 돌출된 부분 凸보다 오목한 부분 凹에 주의가 가야 한다. 마이너스가 먼저고 플러스가 나중이다. 돈 먼저 지불하고 물건을 받는다.


    인간은 욕망의 존재가 아니라 결핍의 존재다. 승리의 달콤함은 쉽게 잊지만 패배의 배고픔은 견딜 수 없다. 섹스가 좋은 게 아니라 결핍의 압박감을 느끼는 것이다. 현자타임이라는 말이 있다. 현자의 반대는 우자다. 우자타임의 괴로움에서 탈출하려고 한다. 담배가 달콤한 것이 아니라 금단증상이 심한 것이다. 음식이 맛있는 게 아니라 당이 떨어진 것이다.


    성공의 기쁨은 잠시지만 패배의 열패감은 오래 간다. 사랑이 깨소금이 아니라 집단으로부터의 분리불안이 치명적이다. 인간은 욕망의 존재가 아니라 불공평에 등을 떠밀리는 존재다. 인간의 뇌에 분비되는 호르몬은 부족민의 집단생활에 맞추어져 있으므로 불평등할 때 괴로워진다. 나만 집단에서 소외되고 나만 손해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문제이다.


    언제라도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존재가 아니라 부재다. 비어 있으면 그 자리를 채우려고 하는 게 인간이다. 저장강박증은 아끼는 물건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빈 공간에 집착하는 것이다. 양은 양떼 사이에 끼어 있을 때 안심하고, 소는 벽 사이에 끼어 있을 때 안정을 찾고, 개는 비좁은 개굴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고양이는 어두운 침대 밑에서 안심한다.


    집이 크면 가구를 채우려 하고, 배우자가 사랑스러우면 해주고 싶은 게 많고, 자식의 미래가 크면 부모는 채워주려고 한다. 돈을 벌고자 하는 게 아니라 빈 구멍들을 돈으로 막으려 한다. 없는 것은 참아도 비어있는 것은 못 참는 것이 인간이다. 애주가는 술병이 그득해야 안심하고 애연가는 담배값이 두둑해야 안심하고 졸부는 지갑이 두둑해야 안심한다.


    항상 반대쪽을 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어떤 사람이 무언가 존재를 들어 주장하면 곧 반박을 해야 한다. ‘내 차가 좋다구.’ 하고 자랑하면 ‘그 차에 태울 좋은 친구가 없잖아.’로 받으면 된다. 인간은 언밸런스를 견디지 못한다. 구조론이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은 밸런스 개념이 없는 거다. 구조의 존재를 반기지 못해도 구조의 부재에는 고통을 느껴야 한다.


    소실점이 없을 때의 위화감과 어색함에 주목해야 한다. 동양화는 원근법이 맞지 않으니 그림을 작게 그린다. 근경이 아닌 원경으로 놓고 작게 그리면 어색함이 물타기가 된다. 조그맣게 그려놓은 집이 소실점이 맞든 안맞든 누가 주목하겠는가 말이다. 산수화를 보았으면 왜 작게 그렸는지 캐물어야 한다. 실력없는 만화가는 인물의 정면과 측면만 그린다.


    왜 비스듬한 각도는 없는지 캐물어야 한다. 무언가의 존재보다 무언가의 부재에서 실력이 판가름 되는 것이다. 엔트로피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지갑에서 저절로 돈이 빠져나가는 수가 있는 만큼 지갑에 저절로 돈이 들어와 있는 수도 있어야 하잖는가? 그런데 왜 내 지갑에 저절로 돈이 들어와 있지 않는지를 따져물어야 하는 것이다.


    든 자리는 표가 안 나도 난 자리는 표가 나는 법이다. 노무현의 존재는 몰랐다 해도 노무현의 부재에 대해서는 확연히 느끼는 것이 있어야 한다. 블랙리스트에 얻어맞아봐야 노무현이 어떤 존재인지 실감나는 것이다. 한경오들은 아직 덜 깨져본 것이다. 더 깨져봐야 부재를 절감할 것이다. 이석기들은 감방에 들어앉아서 좀 느끼는 것이 있을는지 모르겠다.


    문제는 부재가 명명되어 있지 않다는 거다. 존재는 이름이 있어도 부재는 이름이 없다. 우승컵은 다 알았지만 배고픔에 대해서는 히딩크가 말해줘서 알게 되었다. 현자타임은 알아도 우자타임은 모른다. 욕망은 알아도 결핍은 모른다. 예쁘다거나 귀엽다거나 하지만 어색함이나 위화감이란 말은 잘 쓰지 않는다. 저장강박증은 알아도 빈 공간의 압박은 모른다.


    존재는 명명하기 쉽지만 부재는 명명하기 어렵다. 인간은 일단 밸런스를 모른다. 밸런스에 대해서 극도로 예민해져야 한다. 본능적으로 반대편을 살펴야 한다. 훈련되어 있어야 한다. 세상은 어떤 것에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과 다른 어떤 것의 사이에 지배된다. 그사이에 무엇이 있는가? 밸런스가 있다. 밸런스가 세상을 움직인다. 그렇다면 포착하라.


   20170108_234810.jpg


[레벨:5]윤민

2017.06.14 (14:51:45)

"인간은 욕망의 존재가 아니라, 결핍의 존재다."


또 깨달음 하나를 얻어갑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8]챠우

2017.06.14 (14:55:20)

제가 봤던 수많은 인물들은 일단 보통 사람들과 삶의 궤적을 달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들이 대학다닐 때, 중퇴를 하거나 > 잡스 등

남들이 결혼할 때, 혼자 연애를 하거나 > 뭐 많겠지


하여간 집단에서 나오는게 선행되어야, 세상을 삐딱하게 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집단 속에 동화되어서 반대 방향을 보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유학을 갔든, 이사를 갔든, 이민을 갔든, 어떤 식으로든 집단과 이질성을 가졌으면서도, 그 집단에서 스스로의 존엄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야, 집단의 의견에 반대할 수 있습니다. 


집단 속에서 함부로 반대했다가는 집단의 다구리를 당하기가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많이 당해본 거고. 

근데, 이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오히려, 그들이 남들과 반대쪽에 서있는게 '괜찮은 거'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사실은 기회라는 걸 알면 그 인간은 초능력을 발휘할 겁니다.


미운오리새끼들아 일어나라! 사실은 안데르센이 미운오리새끼였단다.(자전적인 동화라고.)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2017.06.15 (03:09:44)

"구조의 존재를 반기지 못해도 구조의 부재에는 고통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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