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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948 vote 0 2012.11.20 (01:40:11)

 

 

    필자의 고민은 사람들이 이토록 쉬운 구조론을 왜 어려워 하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아주 쉽지는 않다. 쉬우면 남들이 옛날에 다 했지 내게까지 도전의 기회가 돌아왔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쉽다. 필자는 아홉 살 무렵에 처음 이 문제를 포착했고 기초적인 몇 가지 아이디어는 더 어려서부터 가지고 있었다. 구조론은 아홉 살 정도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때 그시절 ‘횡재다’ 하고 흥분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그냥 우연히 금덩이를 주운 거다. 다만 그 금덩이를 상품으로 가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목숨걸고 가볼만 하다.

 

    다윈 이전에는 아무도 진화론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프로이드 이전에는 아무도 정신분석학을 생각 못했을까? 아담 스미스 이전에는 아무도 시장원리를 몰랐을까? 마르크스 이전에는 아무도 사회과학을 몰랐을까? 뉴턴 이전에는 아무도 만유인력을 몰랐을까?

 

    아닐 것이다. 시대와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이전에는 누가 그런 생각을 했더라도 그게 어엿한 하나의 물건이 되어주지 않는다. 세상의 주의를 끌지 못한다. 그래서 똑부러지는 이론을 만들지 않고 조금 집적대다 말았을 것이다. 끝까지 가느냐가 중요하다.

 

    그땐 시대가 그래서 그렇고 지금은 뭐든 대량생산이 되는 시대다. 싸이가 단숨에 7억뷰를 올리는 시대다. 마땅히 학문에 있어서도 그러해야 한다. 세상과의 상호작용을 필요로 하는 시대는 이 정도에서 끝내야 한다. 지금 21세기다. 70억이 경쟁하는 판이다.

 

    간단하다. 메커니즘이 있다. 메커니즘은 ‘이게 이렇게 되면 저건 저렇게 된다’는 뭐 그런 거다. 메커니즘은 경험으로 그냥 아는 거다. 주변을 둘러보라. 좀 먹어주는 것은 다 메커니즘 형태로 되어 있잖은가? 필자는 이것도 대략 아홉살, 열살 무렵에 알았다. 그런데 남들도 이걸 당연히 다 아는줄 알았다. 이걸 모른다는게 이상하잖는가?

 

    게임이든 스포츠든 오락이든 기계장치든 다 주고니 받거니 하며 밀고 당기는 메커니즘으로 되어 있다. 테레비만 봐도 남자와 여자가 밀고 당긴다. 소설만 읽어도 주인공과 악당이 밀고 당긴다. 메커니즘이 이닌건 눈 닦고 봐도 없다. 그런데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것은 전부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 역시 그냥 아는 거다. 이런걸 누가 알려주겠는가? 이건 뭐 밥먹고 똥 싸는 것처럼 기본적인 거다.

 

    진화+메커니즘=진화론이다. 1초만에 답이 나와준다. 정신+메커니즘은 정신분석학이다. 시장+메커니즘은 시장원리다. 사회+메커니즘은 사회주의다. 중력+메커니즘은 만유인력이다. 파도+메커니즘은 호이겐스의 원리다. 기압+메커니즘은 일기예보다. 쉽잖아. 거저먹기 아닌가? 뭐든 일방향 진행의 메커니즘을 가져다 붙이기만 하면 어엿한 하나의 이론이 되어 주잖는가? 1초만에 되네. 그림+메커니즘은 인상주의다. 음악+메커니즘은 바하다. 이건 뭐 초딩도 하겠네. 이렇게 쉬운걸 못한다니 말이나 되는가 말이다. 아인슈타인 정도는 뭐 10분에 하나씩 나와주겠다.

 

    재미있는 것은 조선왕조의 왕이나 선비들은 지동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옛 문헌에서 근대과학에 가까운 기(氣)에 대한 개념도 발견할 수 있다. 한의사들이 말하는 허황된 기(氣) 개념이 아니다. 상당히 진지하게 접근한 것도 있더라. 조선의 옛 선비들은 이미 전기를 발견해놓고 있었던 것이다. 근데 조금 더 밀어붙이지 못하고 대략 그러다 말았다. 포기한 거다. 왜? 그것을 때깔나는 이론으로 포장하는 방법을 몰라서.

 

    근대란 그 이론의 포장방법이다. 포장기술이 개발되었으니 이제는 이론도 주먹구구가 아니라 포드 시스템으로 대량생산을 해야 한다. 그 방법은 재현이다. 재현은 쉽다. 일방향으로 보내면 된다.

 

    다윈이 진화론을 생각해 내는데, 아담 스미스가 시장원리를 생각해 내는데, 프로이드가 정신분석학을 생각해 내는데, 2초가 걸릴 이유가 없다. 물론 그것을 그럴듯한 이론으로 포장해 내는데는 꽤 세월이 걸린다. 그 점은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24살 때 이것을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겠다 하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나 최초에 핵심을 포착하는데는 1초도 길다. 걍 베끼는 거다. 만유인력을 그대로 베끼면 된다. 시장원리를 그대로 베끼면 된다. 진화론을 그대로 베끼면 된다. 그건 뭐 1초도 긴 거다. 돈오다.

 

    초딩때만 해도 과학자가 꿈이었는데 어느날 수학에 소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과학자의 꿈을 포기했다. 수학없이 할 수 있는 발명은 없을까 하고 궁리하다가 이상적인 사회를 발명해 버리자고 생각했다. 과학자=발명가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알아보니 마르크스주의와 비슷한 아이디어다. 중 2까지 마르크스주의를 하다가 어디서 아담 스미스 이야기를 주워듣고 마르크스를 버렸다. 아담 스미스가 더 구조론의 개념과 가깝다. 완성된 사회의 모습을 디자인하기 보다는 그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마르크스는 다 지어진 집에 뺑끼칠을 하는 것 같고, 아담 스미스는 그 집의 설계에 대한 이론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마르크스의 혁명은 ‘위하여’다. ‘의하여’가 정답이다. 시장원리는 의하여다. 이 정도는 초딩도 아는거 아닌가? 위하여면 뭔가 자가발전하는 것 같고, 어색한 거다. 아니라는 느낌이 딱 오잖는가? 느낌이 아니면 아닌 거다. 위하여는 인과법칙을 거스르기 때문이다. 의하여는 일방향이다. 위하여는 무방향이다.

 

    어떤 위대한 사상도 본질은 같다. 베끼는 거다. 다윈의 진화론과 뉴턴의 만유인력과 아담 스미스의 시장이론이 다른가? 똑같다. 그것은 모두 토대의 공유에 대한 이야기다. 어떤 모순된 둘이 하나의 공간에서 서로 충돌하고 있을 때, 그 둘이 공유하는 토대의 움직임이 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거다. 동일한 ‘시소의 원리’를 어떤 사람은 물리에, 어떤 사람은 사회에, 어떤 사람은 시장에, 어떤 사람은 진화에 적용하고 있을 뿐이다. 역시 메커니즘의 일방향성이다.

 

    전기는 한 방향으로 흐른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간다. 진화는 한 방향으로 일어난다. 시장도 한 방향으로 작동한다. 세상은 한 방향으로 작동한다. 마음도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계절도 한 방향으로 진행한다. 시간도 한 방향으로 흐른다. 이 정도는 너무나 쉬운 것이다. 이걸 모른다는게 이상한 거다.

 

    욕망은? 한 방향이 아니다. 그렇다면 벌써 뭐가 잘못된 거다. 색즉시공은 불교의 초보 중에 초보다. 구조론은 세상을 인과법칙의 한 방향으로 바라보는데 대한 것이다. 물통에 낙엽이나 지푸라기를 떨어뜨려 놓고 마구 휘저어 보라.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무질서 하게 하면 도리어 일정한 질서를 획득한다. 키질과 같다. 무게순으로 정렬한다. 엔트로피의 법칙이다.

 

    결론은? 구조론이 어려운게 아니라 세상을 한 방향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원초적으로 없다는 거다. 무엇인가? 필자는 초딩때부터 생각에 대한 기본적인 단서가 되는 원칙을 축적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퍼즐의 축적이 없다. 왜 기초 단서를 축적하지 않을까? 한 방향이 아니기 때문에 불곰이 겨드랑이에 낀 연어를 놓쳐버리듯 아이디어를 축적하지 못하는 것이다. 가지를 쳐나가지 못하는 거다.

 

    뉴턴은 벼락의 힘, 천둥의 힘, 말의 힘, 소의 힘이 아닌 보편적인 힘 그 자체를 규명했다. 구조론도 같다. 건축의 구조, 마음의 구조, 사회의 구조, 정치의 구조, 자본의 구조가 아니라 보편적인 구조 그 자체를 규명한다. 이건 뭐 뉴턴을 배웠다면 동시에 나와줘야 하는 것 아닌가? 구조론은 입증하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이 뉴턴때 이미 확증된 거다. 특수를 보편의 일방향으로 수렴하는 이것이 메커니즘이다.

 

    한 방향으로 몰아간다는게 중요하다. 특수성에서 보편성으로 가는 거다. 빛은 밝고 어두움이 없다. 빛은 입자이기 때문이다. 밝거나 어둡다는 두 방향으로 가면 이미 그림자다. 명암이 있으면 이미 가짜다. 욕망은 두 방향이므로 이미 가짜다. 이 정도는 그냥 아는 것 아닌가? 세상 모든 것을 한 방향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 깨달음이다. 그러므로 정상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거다. 정상에서는 뭐든 한방향으로 가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리 어려운 것인가? 당연한거 아닌가? 바람은 제멋대로 부는게 아니고 모두 저기압으로만 분다. 정치는 제멋대로 가는게 아니고 의사결정 하기 좋은 쪽으로 간다. 진보든 보수든 노무현이든 이명박이든 어떤 제한된 바운더리 안에서 의사결정하기 좋은데로 간다는건 백퍼센트 맞다. 다만 그 제한된 바운더리 크기가 외풍을 타느냐 안 타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pantograph.jpg

 

   메커니즘은 Pantograph와 같다. 축이 움직인다는 점에서 시소의 발전된 형태다. 뭐든 이것을 하나씩 대입하기만 하면 그대로 이론이 하나 나와준다. 깨달음은 내 안에 이것을 하나씩 갖추는 것이다. 


   과학의 의미가 재현에 있다면 재현의 도구가 팬터그래프다. 우리 조상 중에도 진화를 생각한 사람은 있었을테고, 시장원리를 생각한 사람도 있었을 테고, 중력을 생각해 본 사람도 있었을 터이나 다만 재현의 도구를 장착하지 못했다. 


    팬터그래프를 정치에 적용하면 마키아 벨리 나와주시고, 경제에 적용하면 아담 스미스 나와주시고, 진화에 적용하면 찰스 다윈 나와주시고, 물리에 적용하면 아이작 뉴턴 나와주신다. 고흐는 단지 이 도구를 그림에 적용한 것이다. 패턴은 완전히 같다. 


    현대는 몰드 곧 거푸집이라는 뜻이다. 거푸집은 동형복제의 도구다. 팬터그래프는 축적을 바꾸어서 복제한다. 모든 이론은 정치 위에, 경제 위에, 진화 위에, 정신 위에, 물리 위에 팬터그래프를 구축한 것이다. 그것이 과학이고 또 현대다. 자기 마음에다 팬터그래프를 갖추면 깨달음이다. 역시 일방향으로 진행한다는 의미가 있다. 

   

 

    ###

 

   

345678.jpg



     깨달음은 자기 안에 Pantograph를 갖추는 것입니다. Pantograph는 날개 2와 축 1로 이루어진 시소의 보다 발전된 형태입니다. 축이 고정된 채로 날개만 움직이는 시소와 달리 날개가 고정되고 반대로 축이 움직인다는 거죠. 축이 날개를 지배하는 데서 일방향성이 성립됩니다.  Pantograph가 그림의 축적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듯이 자기 안에 만능조절장치 하나를 갖추는 것이 깨달음입니다. 이 한 권의 책을 권합니다.


    팬터그래프를 잘 살펴보면 두 개의 시소가 갖추어져 있고, 그 두 시소를 통일하는 제 3의 시소가 작동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달이 뜨다는 두 번의 반전으로 되어 있습니다. 두 개의 시소를 통제하는 제 3의 시소가 시소 위의 시소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http://gujoron.com/xe/?mid=Moon




[레벨:12]비랑가

2012.11.20 (02:04:31)

"비밀글 입니다."

: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2.11.20 (17:54:32)

구조론 입문서 제1장 1절^

프로필 이미지 [레벨:6]id: id: 우야산인

2012.11.21 (09:36:32)

"세상 모든 것을 한 방향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 깨달음이다. 그러므로 정상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거다. 정상에서는 뭐든 한방향으로 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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