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문학이어야 하는가? 학문의 꽃은 인문학이다. 인문학의 결론은 철학과 미학이며 최종적으로는 미학이다. 철학은 미학에 도달하는 과정이며 다른 많은 인문학의 분야들은 그 철학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철학의 명령은 ‘내 인생을 관통하는 테마를 얻어라’는 것이다. 삶의 일관성을 담보할 관(觀)의 획득이다. 이야기를 완성하기다. 지나간 어제와 다가오는 내일 사이에서 오늘 내 삶의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다. 미학의 명령은 ‘지금 이 순간을 완성하라’는 것이다. 철학이 시간 상의 오늘과 내일을 잇는다면 미학은 공간 상의 나와 주변환경을 통일한다. 그렇다. 나는 지금 이곳에 있다. 그 자체를 아름답게 완성하기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산은 물을 품고 물은 산을 휘감는다. 인간이 그 산과 그 물 사이에서 그 산과 그 물과 그 존재를 일치시킨다. 그렇게 완성하기다. 산을 산으로, 물을 물로, 인간을 인간으로 완성한다. 미학이 일치라면 철학은 연동이다. 철학은 어제와 내일 사이에서 시간적으로 연동시킨다. 철학과 미학에 의해 시간과 공간의 좌표가 정해진다. 그 지점에서 나의 존재가 분명한 실체를 드러낸다. 인문학이 중요한 이유는 인간의 실생활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미학은 지금 이 순간 내가 해야 할 일을 일러준다. 그러므로 미학은 언제나 새롭다. 지금 이 순간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과학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다. 로보트가 수술을 하고 컴퓨터가 판결을 내리는 세상이 온다. 과학의 진보는 그렇게 대체하여 가는 과정이다. 과학은 전문 분야의 종사자에 역할이 한정될 뿐 인간의 실생활과 밀접하지 않다. 철학은 대체될 수 없다. 누구도 나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아름답거나 아니면 실패하거나다. 과학의 토대 위에 인문학의 뿌리가 내려지고 철학의 줄기가 자라나 미학의 꽃을 피운다. 이 순간을 완성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