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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284 vote 0 2007.10.18 (22:47:52)

외국여행 하지 마라

인터넷이 널리 보급된 이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흥미거리 중 하나가 여행기다. 천편일률적인 여행기가 네이버로, 다음으로, 야후로 홍수처럼 쏟아진다. 찍어놓은 사진이 그나마 볼만할 뿐 여행기로서의 가치는 없다.

순례자의 자세로 떠나는 진정한 여행자는 없고 대략 구경꾼이더라. 뭔가 배우러 가는 초딩들이 가장 못하고, 오지체험 하겠다는 사람이 그나마 낫고, 돈 쓰러 가는 행락객이 그 중 양반이다. 제 돈 내고 놀고 오겠다는데야 누가 탓하겠는가?

그러나 그 이상의 의미있는 여행을 하겠다면 그래서 안 된다. 뭔가 체험하겠다면 그래서 안 되고 뭔가 배우겠다면 더더욱 그래서 안 된다. 그 자세로 안 된다.

해외여행은 가지 않았지만 국내에서는 나만큼 구석구석 돌아다닌 사람이 드물 것이다. 겉껍데기 말고 속속들이 들여다 본 사람 말이다. 그래서 감히 말한다. 어줍잖은 여행기 올리는 쓰레기들에게 말해준다.

“당신들은 여행자의 자격이 없다. 그런 썩어빠진 정신으로 여행하느니 여행하지 마라. 지구를 오염시킬 뿐이다. 편견과 오해와 착각을 얻을 뿐이다.”

진정한 여행자가 되려면

1. 돈을 넉넉히 가지고 가라. 가늘고 길게 여행하지 말고 굵고 짧게 여행하라. 현지인에게 환영을 받을 것이다. 최고의 호텔에 묵으면서 최고의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어떤 불만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일본 등에는 오래전부터 이런 여행이 붐을 이루고 있다. 가난한 사람이 미친 듯이 절약하여 3년동안 번 돈을 몽땅 쏟아부으면서 유럽에서 3개월 정도 제왕처럼 지내고 오는 여행 말이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거지처럼 여행하면서 온갖 불만을 다 털어놓는 하나투어가 대세다.)

2. 돈 없이 여행하지 마라. 돈없이 여행하면서 삐끼가 어떻다니 뒷골목이 지저분하다니 하며 불평불만을 터뜨리는 자들에게는 사실이지 살의를 느낀다. 역지사지로 보라. 현지인 입장에서는 대책없는 막장 여행자인 당신네의 방문이 얼마나 불쾌하겠는가?

3. 돈 없이 여행하려거든 자기만의 방법을 만들어라.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방법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 여행사 따라다니지 말라.
● 알려진 관광지에는 가지 마라.
● 현지인의 말과 풍습과 문화를 먼저 배우고 가라.

● 먼저 체력을 길러라. 건강은 어떤 악조건도 이겨낸다. 물갈아 먹고 배탈이 나는 등의 소소한 사고가 생기는 이유는 당신이 건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하지 않다면 여행자의 자격이 없다.

● 모든 두려움을 없애고 떠나라. 현지인은 당신의 눈빛만 보고도 알아낸다. 물건이나 팔아먹고 쫓아보내야 할 뜨내기인지 아니면 제대로 된 손님인지. 낯빛에 두려움이 가득한 당신은 진정한 손님의 자격이 없다. 손님의 자격을 얻기 전에는 참된 여행자가 아니다. 관광하러 온 구경꾼일 뿐.

나라면 나의 영역 안에 구경꾼 따위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현지인의 그 심정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 여행자 티내지 마라. 현지인 차림으로 하고 다녀라. 제대로 된 손님도 아니면서 손님인 척 하는 뜨내기를 만나게 된다면 현지인 입장에서 얼마나 불쾌하겠는가?

● 자전거와 도보, 열차 등을 활용하라. 그럴 때 현지인에게 당신은 뜨내기가 아니라 손님으로 보일 것이다. 현지인은 당신을 도와주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 당신은 그럴 기회를 현지인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 삐끼에게는 원하는대로 해주어라. 당신이 삐끼를 만났다면 이미 당신이 뭔가 잘못했다는 증거다. 뜨내기처럼 보였다는 증거다. 참된 손님에게는 삐끼가 접근하지 않는다. 이미 마주쳤다면 그 잘못은 돌이킬 수 없다. 이왕 저질러진 잘못이니 삐끼가 원하는대로 해서 당신이 뜨내기가 아닌 손님임을 보이라. (사실은 당신이 뜨내기가 맞더라도)

● 거지에게는 돈을 주라. 거지를 만났다면 이미 당신이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거지에게 돈을 주면 그 거지는 당신에게 감사할 것이다. 감사가 의존을 낳을 것이고 그 의존이 불행을 낳을 것이다. 그 거지는 불행해 지겠지만 그 거지 열명 중 한명은 당신에게 감사하기는 커녕 도리어 적의를 품을 것이다.

도와주었는데도 도리어 적의를 품는 그 한 명은 크게 성공한다. 그 사람은 세상의 불공평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정의와 불의에 눈 뜬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크게 성공한 한명이 나머지 실패한 아홉을 먹여 살린다. 그러므로 거지를 만나지 말든가 만약 만났다면 만났다는 사실에 대해서 크게 반성하고 당신이 가진 모든 돈을 거지에게 주어라.

그래서 돈이 없으면 바로 귀국하든지 아니면 당신도 거지가 되어서 거기 눌러 살아라. 물론 가진 돈을 전부 주라는 표현은 의도적인 과장이지만 그 방법이야말로 그 현명한 거지가 당신에게 적의를 품지 않게 하는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 그 지역의 최고 엘리트를 만나라. 그 지역의 최고 엘리트를 기준으로 그 지역 사람의 수준을 평가하라. 당신이 어떤 지역을 낮게 평가했다면 당신이 그 지역의 최고를 맛보지 못했다는 증거이고 그것은 당신의 여행이 실패했다는 증거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당신이 뭐이기 때문에 그것이 보인 것이다. 당신이 훌륭하다면 훌륭한 사람만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 여행 온 외국인들은 그래도 그 외국에서 좀 아는 사람들이다. 모르는 사람은 변두리 나라인 한국에 오지도 않는다. 마찬가지로 그 현지인은 당신이 한국의 최고이고 한국의 대표자인줄로 안다. 그 사람이 당신에게 불친절한 이유는 그 기대가 깨졌기 때문이다.

● 당신이 먼저 말을 걸어라.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서 내 행동을 결정하면 최악이다. 그 경우 실패하게 된다. 그리고 실패의 원인을 상대에게 떠넘기게 된다. 비겁해진다. 자신이 책임지기 위해서는 상대가 누구이든 당신이 먼저 말을 걸어라. 모든 책임을 자신의 것으로 하라. 그것이 여행에서 얻는 소득이다.

● 속이면 속아주라. 속기 싫으면 애초에 상대하지 마라. 당신은 속았다고 믿겠지만 그것은 게임이었다. 그 게임에서 당신이 패한 것이다. 왜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는가? 왜 룰에 승복하지 않는가? 그 바닥에는 그 바닥의 룰이 있다.

당신이 조금 더 공부하고 갔다면 당신이 승리했을 것이다. 당신이 속았다고 탄식할 때 당신을 속인 그 사기꾼은 자신을 이겨보이는 한 명의 진정한 여행자를 만나지 못했다며 탄식한다. 전부 뜨내기였고 참된 손님은 없었다며 탄식한다. 당신은 속았지만 도리어 가해자이다. 속으면서 그 사람을 슬픔에 빠뜨린 것이다. 당신은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 가격을 올리면 비싸게 사라. 여행자에게 정당한 가격 따위는 원래 없다. 현지인에게 당신이 한국에서 학습한 시장원리를 강요함은 정당하지 않다. 파는 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가격에 팔아도 그 가격이 정당한 가격이다.

필자가 내 정성이 깃든 물건을 판다면 가격을 얼마로 정하는 것이 맞을까? 부르는게 값이다. 나라면 상대에 따라서 다르게 부른다. 나는 그러고 싶다. 손님을 택하고 가격을 정할 권리가 있다. 최북은 그림값을 알아보지 못하는 청맹과니들에게는 비싼 값이라도 그림을 팔기는커녕 찢어버렸다고 한다. 심지어는 그림을 파느니 자기 눈을 찔러버렸다고 한다. 그렇게 자본주의 룰에서 벗어나 있다. 왜냐하면 장사치가 아니라 화가이니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진가를 알아보는 손님을 만나는 영광이다. 가격을 깎으려 드는 당신은 진정한 고객이 아니다. 파는 이의 입장에서는 열배를 받아도 제 값을 받은 것이 아니다.

어떤 아랍지역에서 1개에 백원짜리 물건을 100개를 달랬더니 1개당 120원으로 가격을 올려 불렀다. 많이 샀는데 깎아주기는커녕 왜 더 비싸게 파느냐고 항의한다. 현지인 입장에서는 다르다. 사막에 대상이 한번 오는데 한 달이 걸린다면 한 달에 파는 물건이 제한되어 있는데 한 사람이 싹쓸이를 하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간다. 그 상인은 말한다. 당신이 필요해서 백개를 사려는 것이 아니냐고. 아쉬운 쪽은 당신이니 당신이 돈을 더 내야 한다고. 화내지마라. 당신은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똑같다. 이것이 여행의 진실이다. 만약 이를 깨닫지 못했거든 당신의 여행은 실패했다는 증거다. 인도가 다르고 태국이 다르다면 당신은 아직 멀었다.

여행의 이야기처럼 빗대어 썼지만 이것은 여행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생의 이야기다. 묻노니 당신은 뜨내기인가 손님인가?

나는 당신을 속일 것이다. 나의 글이 당신을 속일 것이다. 그래서 속은 자는 내가 찾는 손님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손님은 내 글에서 열 배의 가치를 얻는 사람이다. 내가 많이 속일 수록 그들은 오히려 더 많이 얻어간다. 그렇지 않다면 백남준이 왜 예술은 사기라고 말했겠는가?

덧글 추가

이 세상 어디라도 내 나라, 내 땅, 내 영역이 아닌 곳은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 그리고 어디에서든지 내 가족, 내 친구, 나 자신의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그 얼굴이 내 친구의 얼굴이 아니고, 그 모습이 나 자신의 숨겨진 모습이 아니고, 그 사람들이 내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 순간 나는 침입자가 된다.

보통은 현지인과 나의 관계는 줄건 주고 받을건 받는 50대 50의 수평적 거래관계라고 여기지만, 이건 웃기지도 않는 자본주의 룰에 불과하고 부족민에겐 그런거 없다. 룰은 정하기 나름이다.

현지인이 칩입자와 주인의 전쟁관계라고 정의해 버리면 그 순간 나는 침입자가 된다. 그리고 나는 내 영역에 누가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내 영역에 들어온 칩입자는 슬그머니 처리해 버린다. (농담)

자본주의 룰을 따르는 거래관계로 가든지, 부족민의 룰을 따르는 전쟁관계로 가든지, 아니면 가족의 관계로 가든지는 내가 정하기 나름이다. 어느 쪽이든 하나의 룰에 맞추어 일관성을 얻어야 후회가 없을 것이다.

만약 가족의 관계로 갔다면 설사 속았다 해도 나 자신에게 속은 것이기 때문에 손해가 없다. 오른쪽 주머니의 돈이 왼쪽 주머니로 옮겨간들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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