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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과 권정생에 대한 추측

친구님의 글 ‘이오덕 권정생을 기리며’에 달린 리플 ‘이오덕 권정생 두 분이 마침내 하지 못한 것은?’을 유심히 보신 분이 있을 지 모르겠다. 마침 질문하는 분이 있어서 아래와 같은 소설을 쓴다.  

'한길사'에서 낸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라는 책은 권정생과 이오덕 사이에 주고받은 편지글 모음이다. 이 책은 권정생의 유언에 의해 초판 3000부 중 서점에 깔린 1300부가 회수되었다고 한다.

권정생은 왜 이 책의 출판을 반대했을까? 권정생은 이오덕의 장례식에도 오지 않았다고 한다. 원래 나다니기 싫어하는 사람이어서였을까? 아니어야 한다. 그 이상의 무엇이 있어야 한다.

내가 아는 권정생으로 말하면 그 장례식에 나타나는 것이 이상하다. 권정생은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 그것은 실제의 사실여부를 넘어선 미학적 당위다. 나는 권정생을 모르지만 내가 아는 자연은 그렇고 진리는 그렇고 미학은 그렇다.

권정생은 방문하는 사람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고약하게 군 것이다. 왜? 문제의 그 책에 나오는 권정생의 편지글을 빌면 ‘사람이 싫고 어른들이 싫어서’였다. 그는 어른들의 사는 모습에 화가 난 것이다. 심술을 부린 것이다.

권정생을 보러 온 사람은 진리를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이오덕이 발굴한 천연기념물을 보러 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진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짜였던 것이다. 눈먼 놈들이었던 것이다. 전부 다.

세속의 룰로 보면 권정생은 이오덕의 12살 연하의 제자다. 그러나 깨달음으로 보면 이오덕이 권정생의 제자일 수 있다. 이오덕은 말로 떠드는 이론가이고 권정생은 몸으로 실천한 진짜다.

이건 마치 고흐와 고갱과의 관계와도 비슷하다. 고갱은 신문 등에 칼럼을 기고하여 진작에 유명해진 사람이다. 고갱은 말로 떠드는 사람이고 고흐는 실천하는 진짜배기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가짜가 진짜를 평가한다.

고흐가 예술가의 공동체를 제안하자 고갱이 찾아왔다. 아를에 작은 이상주의 공동체가 만들어진 것이다. 두 달도 안 되어 파토나고 말았다. 그러나 고갱은 고흐를 폄훼했다. 고흐는 자살했다.

이외수의 소설에 ‘칼’이라는 것이 있다. ‘가슴 베이지 마십시오’라는 선전문구가 생각난다. 예술가는 원래 칼이다. 가슴 속에 칼을 품고 사는 사람이다. 칼은 멀찍이 떼 놓아야 한다. 한 곳에 두면 사고가 난다.

이오덕은 평론가이고 권정생이 진짜지만 현실 사회에서는 권정생이 이오덕에게 숙여야만 한다. 인가를 받는 절차를 보여야 한다. 고흐는 고갱의 발바닥 밑에 기어야 한다. 그것이 세속의 룰이다. 귀를 자르고 말지.

고흐의 공동체는 실패했고 권정생은 평생 외로움을 벗어나지 못했다. 고흐나 권정생의 방식으로 사는 사람은 죽어야만 제대로 인정받는 거다. 권정생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 세상과는 단절이다.  

이오덕과 권정생의 이상향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견우와 직녀처럼 만날 수 없다. 그러므로 권정생이 이오덕에게 보낸 편지는 공개될 수 없다. 그것은 권정생의 진짜 모습이 아니었다.

세속에서는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관계라고 말하지만 깨달은 사람에게는 스승이 없다. 세상 사람들은 그 편지에서 진리의 모습이 아니라 강자와 약자의 권력관계를 읽는다. 그러므로 그런 책은 발표되어서 안 된다.

이오덕은 권정생에게서 순수를 보았겠지만 권정생은 자연에서 진리를 보았다. 이오덕이 본 것이 1이라면 권정생이 본 것은 백이다. 감히 비교할 수 없다. 애초에 차원이 다르거든. 아동문학? 권정생은 아동문학을 한 것이 아니다.

손가락이 아닌 달을 보는 사람은 없었다. 아동문학가 권정생을 본 것은 전혀 본 것이 아니다. 이오덕 역시 권정생의 진짜를 보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두 분의 이상주의적인 공동체는 만들어질 수 없었다.

인물은 진짜가 아니다. 그 인물이 남긴 글도 진짜가 아니다. 진짜는 자연 그 자체이고 진리 그 자체이고 본받아 인간이 만든 삶이고 그 삶의 양식이다. 이오덕은 글을 구했고 권정생은 삶을 일구었다. 글은 방편이고 삶이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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