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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070 vote 0 2004.10.19 (14:07:43)

프란스드발의 ‘정치하는 원숭이’에 따르면 침판지의 무리는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간에 두목 침판지에게 인사를 하는 권력확인 작업을 벌인다. 여기에는 노련한 수컷 침판지의 교활한 정치술이 소용된다.
 
원숭이 무리의 ‘마운팅’이라는 것도 일종의 권력확인 작업에 해당한다. 근간 인류학의 성과에 따르면 인간들이 하는 짓도 원숭이의 무리와 별로 다르지 않다고 한다.  

인류가 원숭이의 지배를 받다니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야노마미족의 모의전쟁
아마존 정글의 야노마미족은 매년 이웃 부족과 어설픈 전쟁을 벌인다. 전쟁은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년 같은 일이 되풀이 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모의전쟁으로 불 수 있다.
 
우기가 끝나면 한 부족이 다른 부족을 초청하여 음식을 대접한다. 성대한 잔치가 벌어진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잔치가 끝날 무렵이면 꼭 불평꾼 한사람이 나타나서 소동을 벌인다. 지난해 자기네 부족이 초청했던 잔치에 비하면 대접이 너무 형편없다며 공연한 시비를 거는 것이다.
 
이는 싸움을 돋구는 뻔한 절차가 된다. 전사들이 일제히 화를 내며 가슴때리기로 결판내기를 청한다. 부족의 용사가 한명씩 선발되어 순서를 바꾸어가며 상대방의 명치를 주먹으로 힘껏 쥐어박는다. 그러기를 몇차례 반복하면 사망자가 발생한다.
 
점차 전쟁의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족장이 신호를 보내면 분노를 참을 수 없다는 듯 일제히 괴성을 지르며 지참하고 온 몽둥이로 상대방 부족 전사의 대갈통을 난타한다. 본격적인 전쟁이 벌어진다. 이윽고 일정한 숫자의 사망자가 나오면 족장이 휴전을 선언한다.
 
야노마미족에는 40살 이상이 된 남자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전부 대갈통을 얻어맞아 죽어버린 것이다. 이방인이 마을을 방문하면 전사들은 자랑스레 자신의 머리통을 보여준다. 정수리 부근에는 수십개의 상처가 나 있고 그 상처자국에는 머리털이 벗겨져 있다.
 
정수리의 상처는 전쟁영웅의 훈장과 같은 대접을 받는다. 부족을 방문한 백인 인류학자는 단지 머리통이 벗겨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겁쟁이 취급을 당하게 된다.(물론 인류학자가 처음 정글을 방문했던 몇십년 전의 일이겠지요.)
 
콰큐틀 인디언의 포틀라치 축제
북아메리카 콰큐틀 인디언들에게도 기이한 풍습이 있다. 마을의 유력자들이 포틀라치(potlatch)라 불리는 축제에서 자기 재산을 싸그리 불태워버리는 것이다. 자기 집에 불을 질러 홀랑 태워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때 더 많은 재산을 불태워버린 사람이 마을의 지도자로 대접을 받는다. 뉴기니아 마링족의 돼지도살축제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들은 전재산을 잃은 대신, 부족민의 존경과 찬사만이 오롯이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한 존경과 찬사가 모여서 조폭의 ‘가오’를 세우는 방법으로 봉건적 피라미드형 권력시스템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한 파괴적인 잔치와 모의전쟁의 연극적 요소를 통해 후손들에게 무언가 학습시켜 전달하려는 것이 있다. 그것은 무엇인가? 권력이다. 모의전쟁과 가산의 파괴를 통해 권력의 창출과정을 부족민들에게 보여주고 또 학습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노예근성이라는 이름의 권력공유
권력은 하나의 정밀하게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그 시스템은 많은 사람들의 협력에 의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 권력은 권력자 1인에 의해 독점되는 것이 아니라 그 권력의 시스템 안에서 기능하는 다수의 협력에 의해 공유된다.  
 
노예들은 자신이 섬기는 주군의 권력이 강력할수록 만족해 한다. 그들은 자신이 부분적으로 공유하고 있다고 믿는 권력 시스템을 더욱 강력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기꺼이 주군의 매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노예근성이다.
 
극우세력의 행태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위엄과 권위를 갖춘 제왕이 정기적으로 가상의 반역자들에게 강한 물리력을 행사하기를 기대한다. 그러한 폭력을 목격해야지만 만족해하고 존경심을 나타낸다.
 
위엄으로 통치하라는 마키아벨리즘이 일정부분 이러한 인류학의 원리를 반영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수구세력들이 북한을 상대로 야노마미족의 모의전쟁과 같은 가상적 만들기 제안을 내놓는 이유도 이러한 인류학적인 원리로 설명될 수 있다. 거기에는 명백히 짜고 치는 ‘연극의 요소’가 있다.
 
인류학적인 어떤 이유에 의해, 권력의 형성과정을 다중에게 노출시키고 널리 공개하며 후세에 전수하려는 목적을 숨기고 있다.
 
과거 남북한의 권력자들이 ‘짜고 치는 듯한’ 적대적 의존관계를 형성하고 서로 비난하기에 여념이 없었던 것도 야노마미의 모의전쟁과 그 본질은 같다. 그러한 야만의 내밀한 작동원리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봉건적 피라미드형 권력생성 시스템
군대의 내무반이라 치자. 병사들은 이등병 때 고생한 사실을 만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억압적인 위계질서를 추구하는 측면이 있다. 상병들은 일병들에게 행사하는 자신의 권력을 정당화 하기 위해 거짓시늉으로 ‘하늘같은 병장님’들에게 복종하는 척 한다.
 
고참은 하느님과 동기동창이라 한다. 우스꽝스런 연극행위다. 권위주의적인 가부장제도 하에서, 자신의 알량한 권력을 지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국가 파시즘을 옹호하고 묵인하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
 
노예근성이다. 야만의 시스템이다. 자신이 권력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실제로는 과대망상에 지나지 않는 추상적 가치를 위하여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려 든다.
 
임의로 특정세력을 반역자로 규정하여 집단의 폭력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자신이 부분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집단의 피라미드형 권력시스템 그 자체를 강화하려 든다.
 
중, 고등학교의 교실에는 특정인을 왕따시켜서 위해를 가하는 방법으로 권력을 창출하고 위계서열을 정하며 거기서 얻어지는 조폭적 집단의식의 쾌감을 맛보려 하는 심리가 만연해 있다.
 
그 밑바닥에 원시의 본능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야 한다.(1983년 노벨상을 수상한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은 이러한 원시의 본능을 다루고 있다.)
 
왜 이지메를 하는가? 애들이 못되어 먹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인류학적인 이유가 작용하고 있다. 원시의 본능이 개입하고 있다. 그냥 내버려 두면 기어이 야만의 시스템이 고개를 쳐든다.
 
전쟁을 벌여놓고 광기어린 집단의 물리력 행사에서 쾌감을 맛보고 희열을 느끼는 미국인의 심리가 그러한 파시즘의 연장선 상에 있음은 물론이다. 그들은 내부에서 적을 발견하지 못하면 외부에서 전쟁을 벌여서라도 기어코 적을 조달하는데 성공하고 만다.
 
자본의 투자승수효과와 파시즘의 권력승수효과
화폐가 은행에서 예금통화를 이용한 신용창조의 방법으로 자본의 회전률을 높여 투자승수효과를 유도하고 있듯이, 위계질서를 통한 권력의 파생통화를 창조하는 방법으로 권력의 회전률을 높여 권력승수효과를 만들어 내려는 연극행위가 있다.
 
그것이 봉건적 계급 피라미드의 작동원리다.
 
노무현대통령의 정치개혁은 명백히 수구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21세기 경제학의 최용식님의 표현을 빌면 수구세력 입장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거대한 권력의 신용수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통화증발과 같은 대규모의 권력증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교장선생님은 전교조에 의해 권력을 잃는다. 사장님은 노조의 반기에 의해 권력을 상실한다. 집안의 가장들은 성매매급지법에 타격을 받아 권력증발을 경험하면서 고통당하고 있다.
 
그들이 ‘나라가 망했다’며 울분을 토하는 것도 이유가 있다. 그들에게 국가는 곧 권력의 시스템이다. 권력 시스템의 붕괴가 그들 입장에서는 국가의 붕괴와 같다.
 
폐기되어야 할 권력의 파생통화들
‘국기에 대한 맹세’‘국민교육 헌장’ 따위를 소유(!)하고 부자가 된 듯이 득의양양 했던 것이 70년대 우리의 자화상이다. 급훈이니 가훈이니 사훈이니 따위를 잔뜩 정해놓고 부자가 되었다고 여기는 허위의식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깨달아야 한다.
 
파시즘의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예근성을 버려야 한다. 자본이 수표와 어음 혹은 부동산투기 등의 형태로 파생통화를 유발하여 신용을 창조하듯이 70년대의 우리는 군대 내무반에서 ‘줄빳다’의 방법으로 권력의 파생통화를 생산하곤 했던 것이다.
 
부동산투기라는 일종의 파생통화가 거품경제를 만들었듯이, 파시즘에 기초한 권력의 파생통화들 역시 거품권력을 생산한다. 노무현대통령의 탈권위주의가 그 거품권력의 풍선을 터뜨려버렸다. 그들은 지금 충분히 고통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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