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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070 vote 0 2004.10.28 (10:53:03)

4년전 앞서가는 부시를 맹추격하던 고어는 TV토론을 대세반전의 기회로 잡았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고어가 토론에 승리하고도 선거에 진 이유는 무엇일까?

부시가 토론을 못한다는 사실을 너무 일찍 유권자들에게 알려줘버린 것이 그 이유 중의 하나이다. 노출된 재료는 이미 주가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

4년 후 정반대의 일이 일어났다. 부시는 방송과 광고를 동원한 온갖 악선전으로 케리를 비방했다. 케리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색깔론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토론을 해보니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무엇인가? 새로운 인물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실제보다 더 나쁜 정보를 주었을 때 그 역풍은 매우 큰 것이다. 많은 돈을 들인 부시의 케리 죽이기 홍보의 대성공이 역으로 부메랑이 되어 부시를 친 것이다.

97년 한나라당은 DJ를 빨갱이로 덧칠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TV토론을 통해 직접 목격한 DJ는 머리에 뿔이 난 사람이 아니었다. 유권자들에게 거짓 정보를 준 한나라당의 타격은 컸다.

최근 박홍의 개소리도 비슷하다. 그가 개혁세력에 빨갱이 덧칠을 할수록 유권자들은 오히려 그 반대로 움직인다. 그런 면에서 역설적으로 조갑제나 신혜식, 박홍, 김동길들은 우리의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다.

-‘적의 단점을 알려주지 말라! 대신 유권자들에 의해 우연히 그것이 발견되게 유도하라!’-

코끼리와 여우의 한판대결
코리언시리즈 2차전은 양팀이 8 대 8로 비겼다. 2차전에서 삼성은 6 대 1로 앞서고 있다가 졸지에 7실점하여 비기고 말았던 것이다. 다 이긴 경기를 놓친 삼성은 커다란 내상을 입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다하는 전문가들은 반대로 해설하고 있다. 2차전은 삼성이 앞서가고 현대가 추격하는 흐름이었다. 이때 추격하는 팀은 흐름을 타기 위하여 젖먹던 힘까지 다하게 된다. 반면 앞서있는 팀은 다음 시합을 위해 힘을 비축한다.

이때 추격하던 팀이 역전시키지 못하면 그 다음 경기는 맥없이 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것이 경기의 흐름이라는 것이다. 양키즈가 연장전 승부에서 두번을 지고 난 다음 맥없이 무너진 것이 그 예다.

미국 대선의 여론조사는 아직도 부시에게 유리하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향방을 결정하는 것은 여론조사에 잘 잡히지 않는 부동표들이다. 부동표의 흐름이 케리쪽으로 기우는 조짐이 있다.

48년 트루먼의 재선과 비슷하다. 그때도 모든 언론이 트루먼의 패배를 예상했지만 기적적으로 낙승하고 있다. 막판에 부동표가 움직였기 때문이다. 완벽한 역전에 실패한 부시가 더 타격이 컸을 수도 있겠다.

선거에는 선거의 법칙이 있다
선거는 보통 신인과 널리 알려진 인물의 대결구도로 간다. 4년전에는 고어가 알려진 인물이고 부시가 신인이었다. 신인이 언론의 주목을 받아 일단 앞서 나간다. 그러나 신인의 상승세에는 거품이 있다.

이때 알려진 인물이 추격을 개시한다. 신인의 거품을 깨뜨리는 작전을 쓴다. 역전에 성공하면 바로 굳히기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 경우 한번 이미지에 금이 간 신인의 재역전은 힘들다.

4년전 고어는 TV토론을 그 역전의 기회로 삼았다. 그러나 부시가 토론을 못한다는 특급 정보가, 광범위하게 누설되는 바람에 토론에 이기고도 역전에 실패했다. 막판에 뒷심이 달린 것이다.

97년은 김대중이 알려진 인물이고 이회창이 신인이었다. 이회창이 먼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앞서나갔다. 김대중이 차례로 밀어붙여 이회창의 거품을 깨고 역전시켰다. 김대중은 JP를 영입하여 굳히기에 들어갔고 이회창의 재역전시도는 불발했다.

2002년은 이회창이 알려진 인물이고 노무현이 신인이었다. 노무현이 언론의 조명을 받아 앞서 나갔다. 이회창이 노무현의 거품을 깨고 역전에 성공하는듯 했으나 뒷심이 달렸다. 정몽준을 잡지 못해 굳히기에 실패한 것이다.

2004년은 부시가 알려진 인물이고 케리가 신인이다. 케리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일단 앞서 나갔다. 공화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케리의 거품을 깨고 부시가 역전시켰다. 그러나 이회창이 뒷심이 달려 주저앉았듯이 부시도 뒷심이 달리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승부를 역전시키는 흐름에는 완전히 역전시켜야 한다는 것이 코리언시리즈 2차전을 본 프로야구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신인의 경우 거품이 깨지기도 쉽지만, 흩어졌다가 다시 뭉치기도 쉽다. 최근 미국의 신문들이 대거 케리 쪽으로 기울고 있고, 연예인들의 케리 지지선언도 속출하고 있다. 민주당의 숨은 2프로가 케리편을 들고 있다.

케리의 숨은표는 예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하워드 딘을 지지했던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딘이 낙마하자 그들은 선거에 관심을 끊고 있었다. 부시나 케리나 그넘이 그넘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케리는 미덥지 않지만 그래도 부시를 용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왜 개혁세력이 승리하는가?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이때 분열하면서 숨은표들이 생겨난다. 분열되었던 진보가 다시 결집할 때, 그 숨은표들이 커밍아웃을 하면서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가 엄청난 것이다.

그러나 보수는 원래 한덩어리로 뭉쳐있기 때문에 숨은표들의 반란이 없다. 여기서의 진보와 보수의 구도를, 신인과 알려진 인물로 대치해도 같은 공식이 성립한다. 선거는 신인과 알려진 인물의 대결이면서, 동시에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다.

신인은 거품이 꺼져 흩어졌다가 다시 재결집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낸다. 진보는 분열했다가에 재결집하면서 중도파의 표까지 묻어오는 '플러스 알파'의 시너지효과를 만들어낸다.

알려진 인물은 그러한 시너지 효과가 없다. 거품이 없으므로 흩어졌던 표가 재결집하는 일도 없다. 보수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언제나 한덩어리로 뭉쳐 있기에 거품도 없고 플러스 알파도 없다.

그러므로 알려진 인물이 추격할 때는 신인의 신선한 이미지에 금이 가게 만들어서 완벽하게 눌러줘야 한다. DJ가 병역비리건으로 이회창의 이미지를 금가게 만들었던 예와 같다.

또 보수는 흩어졌던 진보가 재결집하지 못하도록 종횡가의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정몽준이 노무현 쪽에 붙는 식의 일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따른 최종결론은? 선거전이 전략의 대결로 가면 신인이 더 유리하고, 개혁세력이 더 유리하다. 다양한 세력의 참여를 촉진하는 촉매 역할을 할수 있는 '촉수'를 더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본문의 진보, 보수는 상대적인 의미. 그걸로 시비하는 분께는 찌질훈장을 수여.)

덧글.. 데일리서프라이즈에 썼던 글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중고품이므로 이 글을 대문에 걸지는 검토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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