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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770 vote 0 2021.12.29 (12:42:43)

    누구의 사과를 두고 진정성 타령을 하는 사람 만큼 한심한 자는 없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가식적인 사과의 차이는 없다. 진정성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없다. 사람 속마음은 타인이 알 수 없는 것이고, 안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어차피 소인배 마음은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변한다. 아침에는 진정성이 있었는데 점심 무렵이면 이미 없어졌다. 사과쇼의 본질은 대중에게 주도권을 넘기고, 낙인을 찍고, 재갈을 물리고, 고삐를 잡았다는 데 있다. 나중 뒷말하기 없기 하고 확인도장 받은 것이다. 


    나중 입장을 바꾸면 추궁할 소스를 넘긴 것이다. 국민에게 생사여탈권을 넘기는 것이다. 생사여탈권을 넘기면 생권과 사권 중에서 국민은 사권을 행사한다. 마이너스 원리다. 살릴 수는 없고 죽일 수는 있다. 살려고 한다면 자력으로 살아야지 남이 살려줄 수는 없다. 


    진보는 과학이어야 한다. 마음을 강조한다면 황당하다. 진보가 삐꺽거리는 이유는 주사파 품성론 때문이다. 그게 말하자면 유교 사회주의다. 위태롭다. 품성이 좋은 사람은 주변에서 감동한다. 꺼벅 죽는다. 내가 워낙 품성이 좋기 때문에 다들 나를 좋아하는구나. 


    아주 좋아죽는구나. 나의 손끝만 닿아도 ‘성은이 망극하여이다’하는 자세로 되어버리는구나. 하고 제멋대로 생각해 버린다. 사고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주사파의 점조직 행태가 문재인 정권을 왜소화 시킨 것은 맞다. 문재인은 주사파가 아니지만 청와대에 몇 있다. 


    진중권서민 두 소인배가 뛰쳐나간 데는 운동권 특유의 점조직 엘리트주의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 노무현과 이재명은 운동권 본류와는 결이 다른 사람이다. 진보의 노선을 엘리트노선과 민중노선으로 나눈다면 포퓰리스트 소리 듣는 노무현, 이재명은 민중파다.


    엘리트파는 두 종류가 있는데 트로츠키파와 스탈린파다. 영구혁명론이니 일국사회주의라는 말은 그냥 갖다붙인 말이다. 개소리다. 노선 좋아하네. 그런 허접한 말에 속냐? 이걸 진지하게 따지면 아이큐가 낮은 거다. 본질은 인맥싸움이다. 짜르의 압제가 문제다.


    활동가들은 지하에서 점조직 형태로 움직였는데 당연히 짜르의 프락치가 숨어 있다. 프락치를 경계하다 보니 사람을 불신하는데 익숙해서 트로츠키식 공개행보를 못 견딘 것이다. 언론을 이용하는 대중운동은 숨어다니는데 익숙한 볼셰비키들이 절대 할 수 없는 거다.


    볼셰비키들이 스탈린을 선택한 것은 트로츠키와 결이 달라서 도저히 같이 갈 수 없었기 대문이다. 트로츠키도 문제가 있지만 원래 역사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대중 속으로 침투해야 이야기가 된다. 스탈린 아니라 트로츠키가 집권했다면 히틀러처럼 되었을 거다. 


    더 많은 사람이 죽고 더 많은 피를 흘려야 한다. 스탈린은 트로츠키 처형에 반대했다. 오늘 한 명의 동지를 죽이면 내일 또 한 명을 단두대에 세우게 된다. 몇십 년 후 동지들 중에 몇이나 남아있겠는가? 멋진 말이다. 그리고 10년 후에는 60만 명의 동지를 죽였지만.


    짜르의 감시를 피해 지하에서 움직이던 볼셰비키의 점조직이 유교를 가미하여 김일성의 주체사상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 사람들은 엘리트가 당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어준, 노무현, 이재명은 그들과 결이 다른 사람이다. 엘리트의 영도는 필요가 없다.


    좌충우돌 하다 보면 신무기를 가진 사람이 두각을 드러낸다. 그리고 다른 신무기로 교체된다. 이것은 구조론주의다. 품성이 뛰어난 지도자보다 신무기를 잘 다루는 자에게 권력이 가야 한다. 신무기가 없으면? 정권 뺏긴다. 유튜브로 종이신문과 종편을 조져야 한다.


    대통령을 뽑을 때는 신무기를 잘 다루는 기술자와 결이 맞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문재인은 좋은 사람이지만 우리와 결이 맞는 사람은 아니다. 주사파의 장점도 인정한다. 위선은 선이다. 보여주기 선행도 계속하면 선이다. 선행을 하다가 일이 꼬이면 위선이다. 


    목사와 스님이 노상 거짓말을 하지만 그게 위선이 아니다. 뻔한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신도들에게는 도움이 된다고 믿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점쟁이는 고객이 원하는 말을 서비스 한다. 바보들에게는 돈값 하는 거짓말이다. 장가든다는 말 듣고 장가간 사람 있다. 


    암에 걸린 사람에게 '넌 암에 걸렸어.' 하고 겁을 줘야 하는가? 전문가의 견해에 따르면 암이라고 말해주는게 낫다고 한다. 인간은 의외로 환경변화에 잘 적응하는 동물이다. 암에 걸렸다고 울부짖으며 자해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대부분 잘 견디며 죽음에 대비한다.


    목사와 스님과 주사파와 점쟁이의 거짓말은 암환자에게 '넌 암에 걸리지 않았어.' 하고 거짓말을 서비스 해주는 것과 같다. 그것은 선이다. 그런데 좋지 않다. 탈이 난다. 그것은 확률에 달려 있다. 나는 노숙자에게 1천 원 자선을 행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월감과 안도감을 소비하는 것이다. 천 원 주고 난 노숙자가 아니라서 참 다행이야 하는 안도감을 누린다. 세금이나 제대로 내고 교통질서나 잘 지켜야지 말이다. 법은 무시로 어기면서 자선은 열심히 한다는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나는 위선도 선이라고 생각한다. 


    법을 무시로 어기면서 자선도 안 하는 자보다는 낫다. 위선도 선이므로 종교인과 점쟁이와 자선가의 위선을 굳이 비난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정치는 대중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면 대중의 수준이 높아지지 않으므로 위태롭다. 위선적인 엘리트주의를 버려야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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