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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165 vote 0 2021.12.21 (19:17:52)

    과학자들이 얼마나 비겁한 자들인지를 논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갈릴레이처럼 용감해야 한다. 진리를 봤거든 목숨을 걸어야 한다. 유행 뒤에 숨으려고 하는 태도라면 좋지 않다. 평판에 신경 쓰고 대중에게 아부하면 좋지 않다. 그것은 비판되어야 할 소인배의 권력행동이다.


    색에 대한 선호의 차이가 생물학적 본능이 아니라 부모에 의해 주입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도 아기를 키울텐데 자기가 키우는 아기에게도 여자색은 핑크색이라고 주입할까? 요즘은 이름을 지어도 중성적으로 짓는다. 성별이 강조되는 이름은 좋지 않다.


    여자 이름에 순, 숙, 희, 미, 영 같은 글자를 넣으면 좋지 않다. 부모의 성의없음을 들킨다. 초등학교 교실에 여자아이는 같은 이름이 많았다. 큰 영희, 작은 영희가 항상 있었다. 왜? 아버지가 작명했을텐에 여자이름을 성의없이 지었기 때문이다. 남자애는 겹치는 이름이 없었다. 


    색에 대한 선호의 차이는 만으로 두 살 때 시작되고 두 살 반이 되면 명확해진다고 한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 했다. 일곱 살까지 엄마에 의해 여자로 길러진다. 엄마의 취향이 아기의 취향이다. 목욕탕에 가도 여자목욕탕에 데려간다. 옛날에는 남자들도 핑크색 옷을 즐겨 입었다. 


    그 옷을 만든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이다. 여자가 남자의 취향을 정한다. 아기는 아빠와 지내는 시간보다 엄마와 지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다. 옷을 골라줘도 엄마가 골라준다. 사내아이든 여자아이든 모두 엄마의 취향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왜 지금은 이렇게 되어버렸는가?


    1940년대에 미국에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이렇게 되었다. 아기를 백화점에 데려가서 직접 물건을 고르게 하니까 남자아이는 파란색을 고르고 여자아이는 핑크색을 고른다. 그게 부모의 성차별 주입 때문이라고? 천만에. 고르게 했다는게 중요하다. 무의식이 작용하는 현장이다. 


    대학 나온 요즘 엄마들은 자녀에게 남아선호 사상, 여성차별 사상을 주입하지 않는다. 넌 여자니까 핑크색을 골라야 해 하고 압박하는 정신 나간 엄마는 없다. 색에 대한 선호는 본능이다. 푸른 색은 남녀 모두가 좋아한다. 푸른 색은 파장이 짧고 빨아들이는듯한 매혹이 있다. 


    사람을 유혹하는 색이다. 그런데 여자아이들은 핑크색을 고른다. 왜 그럴까? 그것을 고르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색에 대한 단순 선호와 그것을 고르는 문제는 다른 것이다. 원시인이 나무에서 과일을 고를 때는 본능적으로 익은 것을 고른다. 붉은 색깔에 가까운 것을 고른다. 


    한 번 그 색깔을 고르면 계속 고르게 된다. 색깔에 중독된다. 사람만 그럴까? 천만에. 앵무새도 색에 대한 선호가 있다. 특정한 색깔의 종이를 찢어서 깃을 장식한다. 당연히 눈에 잘 띄는 색을 고른다. 유튜브에 많다. 까마귀는 유리나 보석을 주워 돌봐주는 꼬마에게 선물한다.


    까마귀는 어떤 색을 선물할까? 반짝이는 것이다. 반짝이는 색깔은? 핑크색이다. 여자아이가 핑크색을 고르는 것은 까마귀가 반짝이는 것을 선물하는 것과 같다. 까마귀는 사람이 그것을 선호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남자는 반짝이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거다. 


    숨으려는 본능 때문이다. 남자아이는 복면을 좋아한다. 스파이더맨이든 배트맨이든 히어로들은 얼굴을 숨긴다. 닌자 캐릭터가 인기 있는 이유다. 고양이가 박스를 좋아하듯 복면과 후드티를 좋아한다. 반짝거리는 것은 자신의 위치를 들켜서 적을 불러들이는 위험한 물건이다.


    반면 여자는 자신을 드러내려고 한다. 무리가 일제히 이동하는데 여자아이를 혼자 남겨놓고 가버리면 큰 일이다. 반짝이지 않으면 아이의 존재를 잊어먹는 수가 있다. '나 여기 있소.' 하고 광고를 해둬야 한다. 강아지가 산책을 좋아하는 것도 그렇다. 산책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무리와 세력을 이루고 함께 있어야 한다. 개는 주인에게 충성하는게 아니고 무리와 함께 있으려는 것이다. 주인이 개를 버리면 개는 자신이 주인을 놓쳤다고 생각한다. 산책을 하면서 주변을 정찰해 두어야 주인과 무리를 놓치지 않는다. 낙오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게다.


    나는 파란색을 좋아하지만 파란색을 고르지 않는다. 청바지만 해도 그렇다. 왜 색깔을 탈색시킬까? 파란색은 괴롭기 때문이다. 파란 색 옷을 위아래로 새파랗게 입은 사람은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오는 블루맨이다. 정신병자가 아닌가 의심받을 수도 있다. 새파란 색깔은 괴롭다. 


    파란색은 매력적이지만 탈색시켜야 입을만 하다. 나는 그것이 파장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초딩 때는 핑크색에 끌린 적이 있다. 눈길이 가던 여자애가 핑크색 판탈롱을 입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핑크색은 괴롭다. 눈이 아프다. 얼룩이 진 것처럼 보여 시각적으로 불편하다.


    반대로 녹색은 단색이면 괴롭다. 녹색은 어둡거나 얼룩져 있어야 편안하다. 녹색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녹색은 무늬를 주면 편안해진다. 단색으로 된 녹색방에 가둬지면 고통을 느낀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새마을 모자만 봐도 괴롭다. 솔직히 새마을을 증오한다. 


    주황색은 에너지를 준다. 그런데 사방이 다 주황색이면 괴롭다. 빨간색은 눈이 아프다. 왕년에 PC통신 천리안 시절 모니터 색상을 지정할 수 있었는데 바탕이 어두운 청색이고 글자는 흰색이었다. 글자색을 빨간색으로 바꿔봤더니 글자가 3D로 돌출되어 보여 읽을 수가 없었다. 


    붉은 색은 파장이 크다. 사람을 흔든다. 저주파와 같다. 저주파는 점잖은 목소리지만 괴롭다. 소리만 들리는게 아니라 몸을 물리적으로 흔들고 있다. 핑크색은 시인성이 떨어지므로 글자가 잘 보이지 않아서 매우 괴롭다. 싸이월드에 가지 않았는데 

방 꾸미기 색깔이 괴로워서다. 


    벽지가 핑크색이다. 오지마라고 문을 닫아걸고 있으니 망할 수 밖에. 나만 그런가? 아스퍼거가 감각이 예민하다는 설이 있다.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색도 그런가?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보지 않았으니 나로서는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나만 핑크색이 괴롭지는 않을텐데.


    사람들은 꽃을 좋아하지만 한 송이 정도가 아니라 그 속에 살아야 한다면 괴로울 거다. 벗꽃놀이를 해도 잠시 하는 거지 일년내내 계속된다면? 죽을 거다. 천국을 묘사한 영화가 있었는데 사방에 벗꽃이 피어있었다. 그런 천국이라면 재빨리 도망쳐야 한다. 사람이 살 수가 없잖아.


    나는 파란색이 좋지만 싫다. 사람을 끌어당기므로 싫다. 초딩 때는 파란 청바지를 입어보고 싶었는데 입어봤으니 됐고 솔직히 싫다. 삼성이 파란색이므로 응원하지 않는다. 오승환이 마무리로 나온대도 안 본다. 어두운 파란색이면 괜찮다. 보라색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파란색의 끌어당기는 성질과 관련이 있다. 무난한 색은 회색과 갈색이다. 회색은 늙어보이고 갈색은 가을 낙엽처럼 쓸쓸하다. 흰색은 귀족 색이므로 재수가 없다. 러시아 적백내전. 검은 색은 오래 봐도 물리지 않지만 배경색이다. 눈에 띄려면 검은 색을 선택할 수는 없는 거다.


    검은색 – 오래 봐도 물리지 않는다. 배경색이라 주인공은 될 수 없다.
    흰색 – 무난하지만 때가 잘 탄다. 경우에 따라서는 재수가 없다.
    핑크색 – 눈이 아프다. 시인성이 떨어진다. 얼룩진 것처럼 보여 불쾌하다.
    녹색 – 편안하다. 단색이면 알 수 없는 이유로 괴롭다. 무늬는 괜찮다.
    연두색 – 사람을 끌어당긴다. 봄의 신록은 에너지를 준다. 단색은 안좋다.
    주황색 – 강렬하다. 너무 튀므로 조금만 사용해야 한다.
    갈색 – 무난하다. 쓸쓸하다.
    회색 – 무난하다. 늙어보인다.
    빨간색 – 강렬하다. 눈 아프다.
    노란색 – 노무현 덕에 주가상승. 흰색 옆에 있으면 안 보인다.
    보라색 – 매혹적이다. 불안하다.


    스치로폴로 유리창을 문지르면 삑삑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 소리는 매우 괴롭다. 살을 찌르는 느낌이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다. 주인공이 스치로폴로 유리창을 문질러 악당을 퇴치한다는 만화가 있었다. 소리나 색깔에 대한 공감각은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고 물리학이다. 


    단 이차적으로 편견을 강화할 수는 있다. 하나의 단서일 뿐인데 과장되어 일반화 되는 경향은 분명히 있다. 여성주의를 주장하면서 핑크색을 쓴다면 이상하다. 그게 여성차별이 아닌가? 솔직히 괴롭다. 좀 읽어지는 글자를 쓰자고. 시인성이 떨어지잖아. 포스터를 읽을 수 없다.


    가뜩이나 시력이 안 좋은데 눈에 힘 주고 글자를 읽어야 하나? 나만 그런가?


[레벨:11]큰바위

2021.12.21 (20:41:38)

이제는 색채학에 
아스퍼거까지...

대한민국 차 색깔이 검정색 일변에 가끔가다 하얀색...
요즘에는 빨간색과 가끔가다 파스텔조도 보여 그나마 다행...

구조론이 점점 재미있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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