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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917 vote 0 2021.06.08 (20:06:23)

    존재는 사건이다. 사건의 톱니는 맞물려 돌아간다. 하나의 사건은 더 큰 사건의 작은 톱니가 된다. 사건 위에도 사건이 있고 사건 밑에도 사건이 있다. 위는 머리가 되고 아래는 꼬리가 된다. 꼬리는 제자리에서 맴돌고 머리는 더 큰 사건으로 옮겨간다. 언제라도 사건의 머리가 되어야 한다. 의사결정권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다음 게임을 결정할 수 있다. 그것이 알아야 할 사건의 방향성이다.


    인간은 의미를 추구한다. 다람쥐 쳇바퀴와 같은 무의미한 반복을 벗어나 환경과의 게임에 이겨서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고자 한다. 자연에서는 환경을 이기고 사회에서는 경쟁자를 이겨야 자유롭게 사건을 갈아탈 수 있다.


    존재는 사건이고 인생도 사건이다. 이기는 자에게 의사결정권이 주어진다. 이겨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데 인생의 의미가 있다. 인간은 오로지 의사결정권자가 되려는 것뿐이다. 행복이니 쾌락이니 명성이니 성공이니 말들 하지만 허무맹랑한 관념들이고 인생의 본질은 환경과의 게임이다.


    자연의 상호작용 법칙은 하거나 아니면 당하거나다. 그 외에 아무것도 없다. 성공도 없고 행복도 없고 쾌락도 없고 명성도 없다. 상호작용 게임에 이기면 하고 지면 당한다. 무수히 진다. 환경에 치이고 변화에 떠밀린다. 깔리고 밟히고 씹히고 먹히고 버려진다. 환경은 변하므로 가만이 있어도 당한다. 선제대응하여 능동적으로 움직이면 이기거나 지거나고 움직이지 않으면 무조건 당한다. 내가 원하는 게임이 아니라도 일단은 움직이고 이겨서 의사결정권을 얻어야 두 번 당하지 않는다.


    젊어서는 남의 게임에 복무하며 주전으로 승격되고 어른이 되어서는 자기 게임을 설계하여 주최측이 된다. 이겨야 가능하다. 상호작용에서 일방작용으로 올라설 수 있어야 한다. 상대성에서 절대성으로 도약할 수 있어야 한다. 답은 숨은 플러스 알파에 있다. 남보다 하나를 더 가지면 이긴다.


    사건은 상호작용의 밸런스를 따른다. 게임은 게임 자체를 유지하려는 관성이 있다.게임의 관성에 의해 결국 전방위로 교착되고 만다. 상호작용에 머물러 있게 된다. 상대성에서 절대성으로 도약하지 못한다. 어쩌다 이겨봤자 도로 원위치 된다. 다람쥐 쳇바퀴를 벗어날 수 없다. 이기려면 압도적으로 이겨야 한다. 상대성으로 이기지 말고 절대성으로 이겨야 한다. 운으로 이기지 말고 실력으로 이겨야 한다. 이겨서 멈추지 말고 판을 바꾸어야 한다. 지겨운 것들을 물리적으로 끊어내야 한다.


    운칠기삼이라고 한다. 운은 환경의 도움이고 기는 갈고 닦은 실력이다. 운은 확률 속에 녹아버리고 실력은 경쟁자의 맞대응에 녹아버린다. 운으로 이기면 다음에 운으로 진다. 지식으로 이기면 남들도 지식으로 맞선다. 도구로 이기면 상대도 도구로 맞선다. 내가 노력하면 남들도 노력한다. 부질없는 노력경쟁, 스펙경쟁에 국가 전체의 부담만 늘어난다.


    3류 인생론은 서점가 처세술 코너에 넘쳐난다. 이래라저래라 말들 하지만 그래봤자 책장사만 돈을 번다. 처세술은 나보다 약한 만만한 상대를 골라서 작은 게임에 이기라는 것이다. 방향이 틀렸다. 환경에 적응하면 당한다. 길들여지는 것이다. 거꾸로 작은 게임을 져주고 큰 게임을 이겨야 한다. 동료를 이겨봤자 의미 없다. 천하와의 큰 싸움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작은 싸움은 수련이고 세상을 바꾸는 큰 싸움이 진짜다.


    정치판에 좋은 구호는 많다. 자유, 평등, 인권, 박애, 정의 따위가 알려져 있다. 요즘은 정치적 올바름이 강조된다. 서양의 자유, 평등, 권리가 도시민의 구호라면 동양의 충, 효, 열은 시골 사람의 가치다.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언어다. 과거에는 자유라는 것이 없었다. 그런 말조차 없었다. 자유는 영어를 번역한 것이다.


    노자는 말했다.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가까운 이웃과도 늙어죽을 때까지 왕래하지 않으니 좋지 않느냐고. 왜? 왕래하면 살해되기 때문이다. 부족민은 외부인의 침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부족민이 식인을 하고 마을 입구에다 해골을 쌓아두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동이 없으니 자유가 없다.


    도시의 공기가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고 했다. 농노가 도시로 도망쳐서 1년 만 숨어 지내면 추노꾼이 와도 잡혀가지 않는다. 페스트로 인해 인간이 귀해진 시대였다. 도시의 공장주가 귀한 노동력을 순순히 내놓을 리가 없다. 일본의 사정도 비슷하다. 탈번한 사무라이는 도쿄의 유력자에게 몸을 의탁한다. 유력자가 이 사람은 내 부하가 된 지 오래이므로 내줄 수 없다고 선언하면 봉건영주도 잡아갈 수 없다. 탈번한 사무라이들이 잡혀가지 않으려고 막부 타도에 나선 것이다.


    자유는 도시의 생산력이 만들고 산업이 만들고 글자가 만든다. 지식이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 스마트폰과 CC카메라에 자유가 있다. 총이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 텍사스 촌놈들이 총기 소지를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자유는 환경의 억압과 맞서는 도구다. 정의와 평등과 권리도 인간을 연결시키는 도구다. 그 중에 자유가 우선이다. 정의와 평등과 권리는 남의 것을 빼앗는 거짓 자유를 막고 자유를 완성시키는 일종의 애프터서비스다. 자유의 폭주에 대비한 제동장치다.


    인생은 환경과의 게임이다. 자유는 게임의 참가 자격이다. 평등으로 게임의 출발선에 나란히 선다. 권리로 게임 중에 반칙을 당하지 않는다. 정의로 게임의 공정한 진행을 보장한다. 범죄자에게는 자유가 없다. 어린이나 환자는 자유가 제한된다. 무지한 자도 자유가 없다. 운전면허가 없으면 운전할 자유가 없는 것과 같다.


    자유는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고 절박한 현실이다. 말로 선언해서 자유가 나오는게 아니고 땅을 파서 얻는 물질에서 자유가 나온다. 총을 쥐고 자신을 방어할 수 있으면 자유가 있고 언어를 배워서 동료들에게 호소할 수 있으면 자유가 있다. 동물은 총이 없으므로 자유가 없고 언어가 없으므로 자유가 없다.


    우리는 자유로 무기를 획득하고, 평등으로 게임에 참여하며, 권리로 반칙을 당하지 않고, 정의로 공정한 보상을 받는다.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게임의 방식이다. 그런데 이길 수 없다. 게임에 수동적으로 가담할 뿐 사건의 머리가 될 수 없다. 같은 게임의 무한반복일 뿐 다음 게임에 초대받지 못한다. 남의 게임에 용병으로 뛰지 말고 내가 주최하는 게임을 설계해야 한다. 의리라는 숨은 플러스 알파를 찾아 방향을 판단해야 하는 이유다.


    서양의 자유, 평등, 권리와 동양의 충, 효, 열이 다른 이유는 동양에는 군주의 무력에 맞설 수 있는 산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말이 없으면 이동할 수 없고 이동을 못하면 자유가 없다. 인쇄술이 없으면 지식이 없고 아는게 없으면 자유가 없다. 동양에 실제로 자유가 없었기 때문에 자유라는 말조차 없었다.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력의 문제다. 약간의 생산력은 있었지만 군주의 무력이 강해서 상대적으로 밀렸다.


    고대 그리스에 자유가 있었지만 노예의 것을 약탈한 가짜다. 양산박의 도적들에게 자유가 있지만 목숨을 담보로 한 가짜다. 키케로가 공화정 수호의 명분으로 자유를 네세웠지만 원로원 의원들의 배부른 소리고 민중은 여전히 자유가 없었다. 동양의 충, 효, 열은 임금의 게임에 선수로 참가하는 자격이다. 정의와 평등은 게임의 주최자인 임금을 의심하는 짓이므로 일단 논외다. 분위기를 살벌하게 만든다. 남의 게임에 선수로 뛰어서는 자유도 평등도 정의도 권리도 없다.


    자유가 핵심이고 정의와 평등과 권리는 자동차를 사면 끼워주는 옵션이다. 요즘 유행하는 정치적 올바름 공세는 이왕이면 풀옵션으로 가보자는 거다. 페미니즘 논쟁은 자유가 늘어난 만큼 옵션도 덩달아 늘어난 것이다.


    진정한 것은 산업의 뒷받침에 의지하여 자신의 게임을 설계하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이겨야 진짜다. 총을 겨누고 자유를 외쳐야 한다. 말을 타고 자유로를 달려야 한다. 글자를 알고 리버럴한 자유주의를 결성해야 한다.


    사상가들이 뚫린 입으로 자유와 평등과 권리를 말하지만 사회가 변한 것을 설명하는 뒷북이다. 철학자들은 물적 토대의 변화에 따른 사회상의 변화를 따라잡기 급급했다. 광야에 먼저 와서 노래하는 초인은 없었다. 임금의 게임에 초대받은 손님 주제에 자유와 정의와 평등을 말한다면 싸가지 없다. 남의 제사에 밤 놔라 감 놔라 곤란하다. 내가 주최하는 파티에 진정한 자유가 있다.


    인터넷 초창기에는 자유가 넘쳤지만 지금은 악플러가 넘친다. 물리적으로 포화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새로운게 없다. 신통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이기는 자보다 지는 자가 많아졌다. 모두가 이기는 방법은 없을까? 네티즌 숫자가 계속 늘어나면 된다. 그런 인터넷의 좋은 시절은 지나갔다. 지금은 어중이 떠중이들이 판을 흐리고 있다. 그것은 심리의 영역이 아니라 물리적 현실이다. 상호작용의 밸런스가 작용하여 전방위로 교착된다. 난맥상을 타개하고 더 큰 게임으로 도약하게 하는 진짜는 의리다.


    의리는 총이 없어도 가능하고 힘이 없어도 가능하고 환경이 나빠도 가능하다. 의리는 남들이 갖지 못한 하나를 더 가지게 한다. 마지막 게임에 이겨서 다음 게임에 초대받게 한다. 새로운 사건의 머리가 되게 한다.


    이기려면 세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주체인 사람의 변화, 객체인 환경의 변화, 주체와 객체를 연결하는 도구의 변화다. 객체의 변화와 도구의 변화는 노출된다. 노출되지 않는 주체의 변화가 진짜다. 유리한 지형에서 싸우면 이기고 좋은 무기로 싸우면 이기지만 상호작용 과정에 반영된다. 다음에는 적이 지형지물을 이용하고 적이 신무기로 나온다. 최후에 이기게 하는 것은 의리다. 그것은 인간다움이다.


    짐승은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짐승에 가까운 자도 이길 수 없다. 자기편을 물어뜯기 때문이다. 그들은 인류호의 머리가 될 수 없다. 다음 게임에 초대받을 수 없다. 자신의 게임을 설계할 수 없다. 게임의 주최측이 될 수 없다. 다람쥐 쳇바퀴를 탈출할 수 없다. 상대평가만 되고 절대가치는 없다. 압도적인 허무를 극복할 수 없다.


    인간다움의 플러스알파를 가져야 한다. 본능을 극복하고, 호르몬을 극복하고, 무의식을 극복하고, 식인충동 극복하고, 마녀사냥 극복하고, 의심행동 극복하고, 타인의 마음을 조종하려는 히스테리 극복해야 한다. 괴력난신, 음모론, 신토불이, 환빠소동, 차별주의, 타자성 극복해야 한다. 그것들은 인간 특유의 협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인은 개인의 인간다움이고 의리는 그것을 일반화시켜 사회에 적용한 것이다. 인의는 노출되지 않으므로 적이 맞서지 못한다. 다른 조건들이 대등할 때 변별력을 부여하여 압도적인 승리를 끌어내게 한다.


    인생은 개인의 자유와 집단의 의리가 전부다. 자유는 물적 토대에 기반을 두어야 하며 최후에는 의리 뿐이다. 물질없는 자유는 관념타령에 정신승리다. 물질에 기반을 둔 자유는 노출되어 적들의 맞대응을 부른다. 다른 조건이 대등할 때 최후에는 의리로 이긴다.


    인생은 상호작용 게임이다. 남의 게임에 용병노릇 허무하다. 그것은 수련과정이다. 수련이 끝나면 자기 게임을 가져야 한다. 주최측이 되어야 한다. 자유만이 진실하고 정의와 평등은 자유의 완성이다. 자유에 따라붙는 부속품이다. 정의와 평등을 부정하고 자유만 외친다면 남의 자유를 빼앗는 약탈이다.


    공사구분 해야 한다. 자유가 사라면 의리는 공이다. 자유는 개인의 기량이고 의리는 그라운드에서의 패스다. 시합개시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면 공적영역에서 타인에게 무슨 말을 걸고자 한다면 오직 의리 뿐이다. 자유는 개인이 각자 준비하고 의리는 감독이 포메이션을 지시한다. 자유는 일기장에 쓰면 되고 마이크를 잡으면 의리를 말해야 한다. 공적 공간에서 자유를 떠든다면 자위다. 자기소개 필요 없다.


    자유를 달라고 애걸하지 말고 총을 손에 쥐어야 한다. 글자를 배우고 영토를 획득해야 한다. 땅이 넓은 정도와 자유는 비례한다. 물질적 자유를 추구하면 금방 공세종말점에 도달한다. 재벌이 돈을 벌어도 같은 비례로 방해자 숫자가 늘어난다. 연예인이 좀 뜨면 유명세를 치르고 재벌이 좀 벌면 시민단체가 노려본다. 사방에서 평판공격이 들어온다. 철부지가 자유를 휘두르면 누군가 다친다. 의리가 최후에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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