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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037 vote 0 2021.06.03 (13:02:10)

    괴력난신이라면 전국시대 위나라 관리 서문표가 유명하다. 하백을 장가보낸다며 매년 처녀를 갈대로 만든 배에 태워 강물에 가라앉히는 인신공양 퍼포먼스를 하던 무당들을 강물에 던져버렸다. 무당과 결탁한 삼로들도 강물에 던졌다. 이후 인신공양 악습이 사라졌다.


    한강 의대생 사건과 같은 집단 히스테리가 일어나는 이유는 한마디로 교양의 부재와 그에 따른 권력의 공백 때문이다. 지난번에 말한 식인과 같다. 인간은 왜 사람을 먹을까? 문자가 보급된 곳에는 식인이 없다. 중앙집권적인 권력이 있는 곳에는 식인의 악습이 없다.


    정글이나 섬처럼 고립된 지역에서 식인이 성행한다. 가야의 순장과 같다. 왜 덩치가 큰 신라는 순장을 폐지했는데 권력이 약한 가야에 순장이 많았을까? 인간은 권력 속에서 호흡하는 동물이다. 변방에서 쉽게 권력을 만드는 방법은 인신공양, 순장, 식인, 마녀사냥이다.


    권력은 외부와 대결할 때 만들어진다. 박정희가 권력을 다지는 방법은 북한과 대결하는 것이다. 고립된 섬이나 정글은 외부가 없다. 사람을 먹어야 권력이 발생한다. 그래야 무리가 결속하고 안정감을 느낀다. 마녀사냥은 의외로 중세가 끝나고 근세에 일어난 소동이다.


    페스트와 소빙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배경이지 본질이 아니다. 1692년 미국에서 일어난 세일럼 마녀사냥을 보면 알 수 있다. 20명의 남녀가 마녀로 몰려 살해되었다. 주민들의 신앙심을 고취시키는 데는 마녀사냥 만큼의 특효약이 없다고 믿은 목사 때문이다.


    마녀사냥은 중세와 근세의 권력 교체기에 일어난 혼란 때문이다. 중세와 근세를 가르는 것은 사유재산이다. 중세인은 내세를 믿고 전 재산을 교회에 바쳤다. 모계습속에 따라 난혼을 하는 판에 친자식도 아닌 자에게 상속하느니 교회에 바치는 것이 현명한 자산관리다.


    건물이 초가집에서 돌집으로 바뀌고 모계습속이 근절되어 집단혼과 초야권이 사라지고 사유재산이 상속되자 왕은 교회와 한판 붙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문제는 교양의 부재다. 당시 지식은 성직자가 독점하고 있었다. 라틴어로 된 글자는 성직자들만 아는 것이다.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이 권력을 가지면 사람이 당연히 죽어 나간다. 식인, 인신공양, 순장, 마녀사냥은 권력을 만드는 장치다. 주술사의 시대다. 왜 마녀를 사냥했을까? 이걸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 왜 권력이 마녀사냥을 저지하지 못했을까? 왜 권력공백이 초래되었나? 


    진실은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다. 문자의 보급이 마녀사냥의 기폭제였다. 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술 보급과 마녀사냥 시기가 완벽하게 일치한다. 금속활자로 납판을 눌러 글자를 박은 다음 원통에 붙이고 잉크를 찍어 굴리면 윤전기와 같은 대량인쇄가 가능하다. 


    글자의 보급이 엘리트와 민중 사이에 거대한 권력교체 분위기를 만들었고 교양이 없는 민초들의 권력의지가 괴력난신의 집단 히스테리로 나타났다. 교양이란 무엇인가? 교양은 권력이다. 인간은 원래 다른 사람에게 암시를 걸어 타인의 마음을 조종하려는 심리가 있다. 


    타인에게 암시를 걸다가 거꾸로 자신이 암시에 걸려버리는게 발작이다. 군중이 발작을 일으키면 마녀가 주술을 걸었다는 확실한 증거가 된다. 섣부른 계몽주의가 마녀사냥의 주범이다. 위나라의 서문표는 공문십철에 속한 자하의 제자로 괴력난신과 싸울 마음이 있었다. 


    상황이 발생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호르몬이 나오면서 무의식적으로 본능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 신경질 따위로 타인에게 암시를 걸거나 혹은 오줌을 싸는 등의 방법으로 집단을 개입시킨다. 발작에 동반되는 실신, 경련, 배설은 타인을 개입시키는 심리장치다.


    문제는 당시 계몽주의 지식인은 공자의 제자가 아니라서 교양이 없었다는 점이다. 교양은 그리스 철학인데 그리스 철학은 이단으로 지목되어 르네상스가 꽃을 피우기 전까지는 아랍의 도서관에 파묻혀 있었다. 유럽 전체에 교양이 0이었던 시대가 중세의 암흑시대이다.  


    1) 사유재산 제도로 부계사회 정착

    2) 재산 상속으로 헌납을 요구하는 교회와 마찰 

    3) 사유재산 갈등으로 카톨릭에 맞서는 계몽사상의 대두
    4) 교회권력을 견제하는 목적으로 왕이 임명한 순회판사 등장
    5) 지역실정을 모르는 순회판사의 권위를 실험하려고 마녀소송 제기
    6) 집단 히스테리 발생으로 군중이 폭도로 돌변하자 순회판사 신속히 도주
    7) 독일어 문자 보급으로 최신 마녀감별법 36가지 등 베스트셀러 등극
    8) 지식인들이 카톨릭을 성토하려고 마녀가 날뛰는 현실을 개탄
    9) 마녀대발생 사태를 진압하려고 마녀감별 전문가 대거 양성
    10) 마녀감별 전문가 혼자서 마녀 만 명씩 발견


    문자는 보급되었으나 지식은 보급되지 않았던 모순의 시대에 엘리트에서 민중으로의 권력교체 과정에서 거대한 권력공백 발생으로 인한 권력쟁탈전으로 서로를 난도질한 사건이다. 식인, 인신공양, 순장, 학살과 원리가 정확히 같다. 625의 민간인 학살도 마찬가지였다.


    1) 좌우익 대립으로 사회가 혼란하다.
    2) 권력을 신속하게 만들어야 민심이 안정된다.
    3) 권력의 존재를 과시하려면 본보기로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
    4) 아무나 잡아서 100명을 죽이면 마을사람들이 조용해진다.
    5) 저쪽에서 100명을 죽였다면 우리는 천 명을 죽여야 한다.
    6) 천 명 받고 만 명을 죽여야 위엄이 선다.
    7) 만 명 받고 10만 명을 죽여야 체면이 선다.
    8) 10만 명 받고 백만 명을 죽이니 이제 죽여먹을 인간이 없다.


    전쟁은 모든 병사가 죽어서 끝나고 학살은 모든 민초가 죽어야 끝난다. 남북전쟁이라면 전투가 치열했던 몇몇 주로 범위를 좁힐 때 총을 들 수 있는 백인 남자 70퍼센트가 죽어서 끝났다. 탈영병을 잡고 마을을 지키고 보급품을 운반하려면 절반의 예비병력이 필요하다.


    도망치는 젊은이를 잡으러 보낼 사람이 없어졌을 때 전쟁이 끝난다. 원래 10을 모집한 다음 3을 전선에 보내고 7로 뒤를 받친다. 남북전쟁은 7이 죽고 3이 남아 전쟁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서 끝났다. 제승방략처럼 중앙에서 파견되는 순회판사 제도가 치명적이다. 


    중앙군 300명 데리고 온 신립이 충주에서 농민 6천 명 모아 왜군과 전투를 치르기는 불가능이다. 인간은 원래 자신을 속속들이 아는 친한 사람 외에 절대 말을 안 듣는다. 호르몬의 절대명령이다. 사병들은 간부는 주적이라고 선언하고 하루종일 간부 엿먹일 궁리만 한다.


    학식이 높은 순회판사가 오면 토박이들은 어떻게든 외지인을 엿먹여서 지역의 자존심을 세우려고 한다. 계몽주의 지식인은 당연히 외지인이므로 토벌대상이다. 백주 대낮에 마녀가 날뛰는데 카톨릭은 하는게 뭐야? 계몽주의 지식인은 마녀를 이용하여 카톨릭을 친다.


    카톨릭은 마녀감별 전문가를 긴급하게 투입하여 발등의 불을 꺼야 한다. 지옥 같은 혼돈은 교양이 없는 지식인의 오판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목수정의 행태를 보면 알 수 있다. 지식인 행세를 하면서 괴력난신에 붙잡혀 있다. 문재인 정권의 백신대응이 늦어진 이유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려는 자가 위험하다. 필연 사람을 죽이게 된다. 갑신정변 삼일천하의 김옥균이 미성숙한 지식인의 전형이다. 민씨 일족에도 개화 지식인이 많았는데 이들과 경쟁하던 김옥균이 민씨문벌 전체를 토벌대상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김옥균은 세상을 가문과 가문의 대결로 보는 봉건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게 한계다. 중권서민의 변절도 인맥 중심의 봉건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중권은 근대사회의 교양을 배우지 못한 봉건인이다. 사실이지 근대인 되기가 쉽지는 않다. 


    마녀사냥이 일어난 진짜 이유는 금속활자의 등장에 의한 독일어의 보급으로 지식의 수요가 폭증했는데 대중에게 공급할 지식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지식공백사태에 의해 마녀감별법 지식과 같은 엉터리 지식이 공급되었기 때문이다. 구한말 강증산 소동과 비슷하다. 


    서양의 과학기술이 조선에 소개되자 천지도수라는 해괴한 가짜 과학이 등장한다. 폴리네시아 부족민의 cargo cult와 비슷하다. 서양의 과학기술을 자의적으로 해석한게 부족민의 화물교 신앙이다. 당시 지식은 그리스철학뿐이었다. 그리스 철학은 당연히 이단이다.


    제대로 된 인문주의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유럽 전체에 지식은 0이었다. 인문학이 부재하면 어떤 비극이 발생하는지 마녀사냥은 똑똑히 보여준다. 집단 무의식 속에서 호르몬의 명령에 복종하는 자는 교양이 없는 봉건시대 사람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2]이금재.

2021.06.03 (14:23:06)

‘독일 계몽철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크리스티안 볼프는 근대 계몽기 동·서양 간 문명지성사에서 라이프니츠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한 철학자다. 특히 1721년 그가 할레 대학에서 했던 「중국인의 실천철학에 관한 연설」은 계몽시대 초기 유럽에서 유교(儒敎)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려 했던 정신적 움직임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철학자 라이프니츠는 "유럽에서 기독교 선교사를 중국에 파견할 게 아니라 중국에서 공자 선교사를 유럽에 파견하자"라고 말했다.


#

정작 계몽주의자들은 공자의 제자가 되고싶었다는 아이러니. 인본주의를 표방하는 게 공자인 걸 보아, 계몽주의자는 사실상 탈교회주의라고 볼 수 있겠네요. 처음 탈교회주의가 퍼지니 인간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게 어쩌면 당연한듯.

Drop here!
[레벨:4]고향은

2021.06.03 (18:19:34)

"정글이나 섬처럼 고립된 지역에서 식인이 성행한다. 가야의 순장과 같다. .....
변방에서 쉽게 권력을 만드는 방법은
인신공양, 순장, 식인, 마녀사냥이다."

"인문학이 부재하면 어떤 비극이 발생하는지
마녀사냥은 똑똑히 보여준다.
집단 무의식 속에서 호르몬의 명령에 복종하는 자는
교양이 없는 봉건시대 사람이다."



선한 관점을 가지고 부분들이 연대하여
전체가 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얻는 것이나.
악한 관점이 되어 부분들이 연대하여
권력이 커지는 것이나.
권력을 향한 메커니즘은 매일반인 듯하다.

마녀사냥은 어떤 주체가 한 사람을 마녀라고
도장을 찍고, 루머나 다른 여러 수단을 활용하여
어떤 대중을 세뇌하는 일에 성공한다.

어떤 주체는 부분으로서의 자격밖에 없지만
어떤 대중이 세뇌한 나의 뜻에 따라서
행동대원처럼 움직이니, 그만큼 어떤 주체의
에너지관리 비용은 절감되는 것이다

마녀 한 사람과 대중의 대결은
페어플레이가 아니지만,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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