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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940 vote 0 2021.06.11 (10:58:28)

    존재는 사건이다. 사건은 진행된다. 인생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이다. 연은 바람을 타고 날아가고, 배는 물을 타고 흘러간다. 인간은 환경을 타고 살아간다. 살아가면서 그 환경을 연주한다. 상호작용은 게임이다. 내가 환경을 연주하는가 아니면 반대로 환경이 나를 연주하는가? 


    하는가 아니면 당하는가? 누가 키를 잡는지다. 환경에 적응하면 동물이고 환경을 변화시키면 인간이다. 승부의 키를 쥐는 것이 권력이다.


    인생이라는 게임의 본질은 환경과의 상호작용 게임에서 내가 키를 잡는 것이다. 게임에 참가하는 것은 자유고, 게임에 이기는 방법은 의리고, 게임에 이겨서 얻는 것은 의미다. 이겨서 다음 게임으로 갈아타는데 의미가 있다. 새로운 게임의 주최측으로 올라선다. 그게 인생의 전부다.


    인간에게는 권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의사결정권이다. 보통은 정치의 무력을 권력이라고 하지만 구조론에서 말하는 권력은 다른 것이다. 능력과 매력과 활력과 지력과 체력을 포함한 일체의 영향력이 권력이다. 깡패의 폭력과 부자의 재력과 정치의 무력도 권력에 포함된다. 


    권력은 힘이다. 아는 것도 힘이고, 예쁜 것도 힘이고, 귀여운 것도 힘이고, 활기찬 것도 힘이고, 건강한 것도 힘이고, 유명한 것도 힘이고, 올바른 것도 힘이고, 세련된 것도 힘이고, 착한 것도 힘이다.


    많은 권력의 종류가 있다. 정치권력은 그 많은 권력 중의 하나에 불과하므로 우리가 기죽어 있을 이유가 없다. 유능하거나, 많이 알거나, 건강하거나, 예쁘거나, 귀엽거나, 세련되거나, 착하거나, 활기차거나 중에 하나라도 건지면 된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말을 걸 수 있다.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그게 권력이다. 언제나 상대가 먼저 말을 걸고 나는 말대꾸나 하고 반사놀이 하고 안티놀이 하며 맞받아치는 형태로만 발언한다면 이미 씹혀 있는 거다. 주도권이 없다. 권력이 없다. 잘해봤자 관종이다.


    중요한 것은 게임에 나설 것인가다. 용감하게 선제대응 들어가야 한다. 내가 먼저 게임을 걸게 하는 그것은 자유다. 현실은 만만치 않다. 나는 상대와 친하려고 하는데 상대는 어떻게든 나를 이겨먹으려고 한다면 피곤하다. 내가 먼저 선의의 게임을 걸었는데 상대는 악의의 게임으로 되받는다. 


    선수치기에 기선제압 당했다는 사실 자체가 기분 나쁘기 때문에 인간들이 보통 그렇게 한다. 선의를 악의로 받는다. 그런 삐딱한 사람에게 뒤통수 맞지 않으려면 인생이 게임이라는 본질을 간파하고 있어야 한다.


    지식인은 계몽하려고 한다. 실패한다. 왜 지식인의 계몽이 먹히지 않을까? 무식인이 지식인의 계몽을 이겨먹으려는 권력행동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오호라! 나를 이겨먹으려고 지식인의 좋은 머리를 굴려서 판을 이따위로 짰다 이거지? 


    지식인은 선의로 가르쳐 주려고 하지만, 무식인은 배우려면 굽혀야 되고 굽히면 진다고 여긴다. 지식인이 뒤로 덫을 놓고 올가미를 쳤다고 여긴다. 가르쳐줘봤자 배우지 않는다. 어떻게든 맞대응하여 애를 먹이고 골탕을 먹이려고 기를 쓴다. 치명적인 것은 그게 인간의 본능이라서 답이 없다는 거다.


    어린이는 순수하므로 배우지만 어른은 마음속에 장벽을 치고 있다. 지식을 남을 이겨먹는 수단으로만 본다. 지식이라는 흉기로 사람을 난도질한다고 믿는다. 비극은 그것이 일정 부분 사실이라는 점이다. 때로 지식은 흉기다. 문제는 지식인이 자기 손의 흉기를 알아보지 못하는 점이다. 


    내 손에 묻은 피를 알아채지 못한다. 좀 안다고 이겨먹으려는 행동이 실례임을 알아야 한다. 이겼다고 의기양양해 하면 다음 타석에서 빈볼이 날아온다. TV토론을 하면 당장 반박할 말이 없으니까 겉으로는 수긍하는 척하지만 내심 이를 갈고 있는데 지식인은 그러한 내막을 모른다. 


    정치가 국민을 이기면 안 되고, 국민이 주도하고, 국민이 이기는 게임을 설계해야 한다. 면전에서는 '자네 말이 맞네' 이러지만 돌아서면 굴욕을 느끼고 쌍욕을 하는게 인간이다.


    왜 대중은 암시를 걸고, 주술을 걸고, 음모론에 빠지고, 환빠소동 일으키고, 사이비 종교에 매몰되고, 마녀사냥에 골몰하고, 다단계에 홀리고, 도박을 하는가? 이겨먹으려는 마음 때문이다. 도박을 하면 초심자의 운으로 한 번은 이긴다. 마지막에 알거지가 되든 말든 내 알 바는 아니다. 당장 이겨먹는게 중요하다. 그게 호르몬의 명령이다.


    거짓말은 쉬운 승리 방법이다. 대중은 쉽게 마녀사냥으로 달려가고, UFO로 달려가고, 신토불이로 달려간다. 각종 ‘몸에 좋다 시리즈’로 달려가고, 음모론으로 달려가고, 안아키로 달려간다. 괴력난신은 인간의 동물적 본능을 자극하여 쉽게 이겨먹는 방법이다. 암시를 걸어 호르몬을 부추기는 수법이다.


    한의사는 환자에게 잘 져주므로 좋아한다. 양의사는 절대 환자에게 지지 않는다. 그래서 싫어한다. 환자가 의사를 이기려고 한다. 수술대에 누운 검사가 벌떡 일어나더니 수술하려는 장관을 수술해 버린다. 이게 동서고금의 망하는 공식이다. 


    도처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 사이비 종교는 신도에게 잘 져준다. 신도가 주술을 걸면 받아준다. 은혜를 받는다니 방언이 터진다니 하며 서로 암시를 걸고 집단 히스테리에 정신병자 짓을 해도 면박주지 않고 리액션으로 받쳐준다. 그래서 다들 광신도가 된다. 왜? 이겨먹으려고.


    세상에 개소리가 너무 많다. 하나하나 설명하려니 품이 들고 몰아서 한 방에 해결하면 괴력난신에, 권력의지에, 이겨먹으려는 동물적 본능이다. 항우장사라도 호르몬을 당할 수는 없다. 아인슈타인 형님도 동물의 호르몬을 상대로는 이길 수 없다. 21세기에도 인간은 별수 없는 동물이다. 1만 년 전이나 지금이나 옷 입은게 다를 뿐 유전자는 똑같다.


    본능을 극복한 사람이 군자다. 이것은 지식의 전수가 아니다. 판을 다시 짜려는 것이다. 강단학계는 사실에만 관심을 둔다. 그러다가 더티게임에 휘말리면 거기가 수렁이다. 21세기 첨단과학의 시대에 인류는 여전히 종교와 주술이라는 낡은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종교가 이겨먹으려는 인간의 본능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신이라 불리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쉽게 이길 수 있다. 무조건 이기는 절대반지를 획득하고 싶다.


    포기할건 포기해야 한다. 지식이 무식을 이기려고 하면 안 된다. 그러다 무한 샅바싸움의 수렁에 빠진다. 팩트로 때려봤자 호르몬으로 받아치면 방법이 없다. 우리는 공자의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 군자와 소인배는 대화하지 않는다. 군자는 의리가 있고 소인배는 그것이 없다는 사실을 차별화로 보여주면 된다. 


    일만 년 전의 사피엔스 소인배로 남을지 문명의 진보에 맞게 옷을 갈아입고 군자당에 들지는 각자 선택이다. 의리를 지키는 인간다움과 동물적 권력놀음 중에서 각자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세상은 권력게임이다. 있는 권력을 부정하는 현실도피로 안 되고 아는 사람이 군자의 의리로 뭉쳐서 각개약진하는 동물적 권력행동을 이겨보여야 한다. 지면 씹힌다. 우리는 판판이 이겨야 한다. 이기고 또 이겨서 승률을 높게 유지하는 것만이 인간을 동물적 권력본능이라는 수렁의 악순환에서 건져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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