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공식
공식은 정해져 있다. 일단은 공식대로 가야 한다. 임기응변을 발휘하더라도 공식대로 기초를 다진 다음의 일이다. 무릇 일을 처리하는 데는 반드시 방향성이 있으며, 역주행을 하면 잠시동안 잘 되는 듯 하지만 곧 붕괴되고 만다. 파사현정(破邪顯正)이라 했다. 삿된 것을 깨뜨리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말이다. 그런데 파사와 현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힘들다. 두 갈래 방향으로 병력이 흩어지기 때문이다. 자원은 제한되어 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방향을 찾아야 한다. “파사를 이루면 현정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구름이 흩어지면 달이 저절로 모습을 드러내듯이.(명진스님)” 구조론은 마이너스다. 샘을 퍼내면 물은 고인다. 일은 한 방향으로 풀어가야 한다. 두 가지 목표를 정해놓고 우왕좌왕하면 곤란하다. 구조론의 마이너스를 구사하여 걸림돌을 제거하면 통합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먼저 파사를 이루지 않은 채 현정을 앞세우는 자 있다. 발바닥의 가시를 그대로 둔 채 신발부터 신자고 외치는 사람 있다. 박근혜, 안철수의 대통합론이다. 그거 실패다. 방해자가 있기 때문이다.
발톱 밑의 가시 하나가 용맹한 사자를 주저앉힌다. 가시부터 빼야 한다. 파사부터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걸림돌은 박정희 귀신이다. 등불을 내걸면 잡귀는 사라진다. 우리가 자신감을 얻으면 박정희 귀신은 소멸한다. 방향성은 언제라도 상부구조에 있다. 하부구조에서는 교착된다. 이걸 얻으면 저걸 잃고, 저걸 얻으면 이걸 잃는다. 통합을 외치며 한 명을 영입하면 한 명이 빠져나간다. 한광옥을 영입하면 안대희 삐친다. 싸이가 성공하면 김장훈이 공황장애다. 그러므로 통합은 실패다. 본전도 못찾는다. 하부구조는 톱니바퀴처럼 물리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므로 하나를 얻으면 반드시 하나를 잃는다. 그러므로 통합할수록 분열된다. 하부구조에서의 통합론은 가짜다. 안철수 박근혜의 통합론은 가짜다. 상부구조는 관계다. 관계는 서로 떨어져 있으므로 맞물리지 않는다. 두 남녀가 원수처럼 미워하다가도 호랑이가 나타나면 자석처럼 달라붙는다. 그것이 관계다. 구태여 통합하려고 하지 않아도 자동통합이다. 바깥에 공동의 적을 설정함으로써 저절로 통합되게 하는 것, 박근혜라는 공공의 적을 부각시킴으로써 문재인과 안철수의 통합은 자동으로 되는 것, 이것이 진짜다. 일을 풀어가는 방향이다. 답은 상부구조에 있다. 노무현이 유시민으로 하여금 캠프에 들어오지 않고 바깥에서 개혁당을 하게 하듯이, 문재인이 안철수를 바깥에 두고 조정하듯이 상부구조는 관계로 제어한다. 이는 고도의 정치기술이다. 바깥에 있으면 톱니바퀴가 맞물리지 않으므로 하나가 들어와도 하나가 빠져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통합은 성공한다. 구조론은 형식우선이다. 형식이 내용을 규정한다. 먼저 형식을 달성하고 다음에 내용을 채운다. 그런데 보통은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형식은 재활용되므로 가짜가 있다. 거짓형식보다는 당연히 내용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건 구조론에서 논외다. 왜냐하면 구조론은 신인왕처럼 두 번의 기회가 없는 것을 다루기 때문이다. 결혼은 한번 뿐이다. 인생도 한번 뿐이다. 대선출마도 한 번 뿐이다. 형식은 재활용되므로 반복되면 당연히 가짜가 등장한다. 그러나 이는 구조론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이고, 진실로 말하면 형식은 일회용이며 두 번의 기회는 없고, 따라서 가짜 형식은 없다. 진짜배기의 세계에서 진짜형식은 진짜내용보다 중요하다. 선형식 후내용이다. 선파사 후현정이다. 반드시 우선순위가 있다. 공식대로 가야 한다. 게는 등딱지를 키운 다음 한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다 서서히 속으로 살을 채워간다. 이는 구조론의 법칙이다. 먼저 등딱지를 키우는게 형식이고 다음 안을 살찌우는게 내용이다. 먼저 등딱지를 키워야 한다. 인생의 등딱지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상주의다. 이상주의는 꿈이다. 꿈은 그 인생을 총량에서 규정한다. 먼저 큰 꿈을 정하고 차차로 내용을 채워가는 것이다. 그 꿈은 반드시 타인과 공유하는 꿈이어야 한다. 꿈이 뭐냐고 하니까 7급 공무원이 꿈이라고 대답하는 얼간이도 있더라만 이는 국어공부가 안 되어서 대화가 안 통하는 장면이고, 꿈은 이상주의이며 이데올로기이며 타인과 공유되는 꿈이어야 한다. 혼자 꿈은 꿈 아니다. 문재인과 안철수와 박근혜의 차이는 꿈의 차이이다. 꿈이 형식이다. 문제는 그 형식이 사람들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꿈을 어떻게 보겠느냐 말이다. 근데 얼굴표정에 다 드러난다. 얼굴에 써 있다. 문재인의 꿈은 운명이다. 자기 마음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역사와의 소통, 시대와의 소통, 신과의 소통에서 나온 것이다. 박근혜의 꿈은 내꿈이다. 개꿈이다. 지 혼자 생각이다. 안철수의 꿈은? 로또다. 지갑줏자는 거다. 상부구조는 이상주의다. 하부구조는 인물이다. 통합하려면 인물통합이 아니라 이상주의 통합이어야 한다. 남북통일의 꿈으로 통합하고, 백범선생의 꿈으로 통합해야 한다. 인물로 통합하자면 사기다. 싸이와 김기덕은 한국을 통합시켰다. 바깥에서 얻어진 관계이기 때문이다. 황금사자상은 바깥에서 왔고 빌보드 차트도 바깥에 있다. 그러므로 내부를 다치지 않는다. 이것이 진짜배기다. 안에서 통합은 가짜다. 필자는 진짜 형식을 논한다. 복제된 가짜 형식 말고. 일생에 한번 뿐인 진짜를 두고 말하면 형식이 우선이고, 이상주의가 우선이고, 꿈이 우선이며, 일관성이 우선이고 스타일이 우선이다. 그것은 관계다. 진짜 형식은 눈에 잘 보이지 않으므로 훈련된 사람만이 알아챌 수 있다. 형식이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 여기면 착각이다. 형식은 관계고 관계는 잘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형식은 보나마나 가짜다. 문재인은 게의 등딱지를 키워 몸집을 불렸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된 것이다. 형식을 먼저 갖추었다. 그러나 속이 차지 않았다. 서서히 속을 채우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를 장악해가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 올라갔다. 안철수는 등딱지가 없다. 당은 만들지도 않았다. 살만 찌우고 있다. 그 살들은 보호받지 않는다. 게의 등딱지가 없기 때문이다. 딱지잃은 게는 죽는다. 한 방에 날아가는 수 있다. 게의 등딱지가 형식이다. 안철수는 두렵다. ‘한 방에 날려버리기 없기’ 규칙을 정하자며 삼자회동을 제안했다. 시합 하기도 전에 자신에게 유리하게 룰을 바꾸자고 한다. 미친 놈이 아닌가? 어리광 떨기냐? 왜 룰을 바꿔? 반칙이다. 당이 없는 자신의 약점을 감추려고 ‘요기는 아프니까’ 때리지 말란다. 어린애 짓이다. 그러니 아동틱하다는 소리나 듣는 것. 웃기셔. 정치는 전쟁이다. 파사하면 현정된다. 파사하지 않고 현정하자는 말은 거짓말이다. 그물의 벼리를 당기면 물고기는 따라온다. 벼리는 놔두고 물고기만 빼가려고 하면 대중은 흩어지고 만다. 절차를 생략하면 민주주의가 훼손된다. 당을 창당하지 않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에 대한 도발이다. 그는 참된 민주주의자가 아니며 그러한 사고방식 자체가 위헌적이다. 구조론은 대칭을 따라간다. 내부에 대칭이 없으면 일단 가짜다. 이상주의를 제시하지 않고 누가 적인지 제시하지 않고 어디를 파사할 것인지를 제시하지 않으면 사기다. 민주주의는 시스템으로 승부한다. 아이디어나 꼼수는 부작용을 낳는다. 물론 승부사라면 결정적인 타이밍에 수를 쓸 수도 있다. 김대중도 노무현도 승부처에서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처음부터 꼼수로 시작하면 곤란하다. 상식과 원칙은 어디로 갔는가? 정당정치가 상식이고 원칙이다. 결론은 안철수는 문재인을 키우는 인큐베인터 역할이라는 것이다. 무엇인가? 관계다. 하부구조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므로 하나를 얻으면 반드시 하나가 튕겨져 나간다. 노무현이 바깥의 개혁당에 유시민을 두듯이, 문재인은 바깥에 안철수를 두는 것이다. 그것이 관계다. 정치는 그렇게 한다. 관계가 형식이다.
모든 예술에는 공식이 있다. 바보들이 모르고 ‘예술에 정답이 없다’고 씨부리는 것이다. 정답은 긴장과 이완이다. 바이얼린의 현을 켜듯이, 마음의 현을 켜는 것이며, 마음을 긴장시키고 다시 이완시킨다. 그것은 서로 모순되는 둘을 하나 안에 가두는 것이다. 쥐와 고양이처럼 공존할 수 없는 것을 가두는 방법은? 간단하다. 고양이에게 핸디캡을 주는 것이다. 톰과 제리는 톰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다. 파사는 싸우는 것이고 현정은 통합하는 것이다. 전쟁과 평화는 공존이 불가능하다. 공존이 불가능한 것을 공존하게 하는 방법은? 수순대로 가는 것이다. 파사를 먼저 하면 현정은 자동이다. 모나리자는 엄숙하고 나무가 중요한 부위를 가린 누드는 우습다. 서로 다른 것을 공존하게 할 때 북가죽은 팽팽하게 당겨진다. 정치에도 공식이 있고 예술에도 정답이 있고 우리네 인생 역시 그러하다. '정답이 없다'는 말도 할 수 있지만 그 말은 정답을 아는 사람이나 하는 것이다. 정답을 얻은 사람은 자유롭게 정답을 넘어설 권리가 있다. 정답을 얻지 못한 사람은 그러할 권리가 없다. 정답을 얻은 피카소는 낙서를 해도 예술이다. 그 안에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낙서는 낙서일 뿐이다. 그 안에 스토리가 없기 때문이다. 역시 공식이 있다. 똑같은 공약도 안철수가 하면 역효과 난다. 반대자가 나오면 토대가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구글 초기화면에 암것도 없다. 이거 따라하다가 망한 사이트 많다. 형식없는 내용전개는 리스크를 높일 뿐이다. 드라마에 나오는대로 재벌의 뺨을 때려서 결혼한 신데렐라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