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이회창
이회창은 아직도 김대업 때문에 자신이 대통령이 못되었다고 믿고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졸렬한 거다. 그의 두 아들은 군대에 가지 않았다. 왜? 아버지가 정말 대통령에 출마할줄은 몰랐거든. 두 아들이 아버지가 대통령에 출마할거라는 사실을 알았어도 기묘한 방법으로 회피기동을 했겠느냐 말이다. 이회창은 사전에 준비하지 않았고 그러므로 사려깊지 못했다. 그거 다 본인 책임이다. 안철수 역시 무심코 퍼질러 놓은 것이 많다. 본인 책임이다. 왜 안철수는 진작에 출마하지 않았는가? 봄에 출마선언하고 신당을 창당했다면 검증논란은 여름에 있었을 것이고 지금은 다 해명되었을 것이다. 3자회동 제안도 그렇다. 꼬롬한 아이디어다. 네거티브 안하기 공동선언을 채택하려고 했던 건데, 검증을 회피할 의도의 꼼수다. 속 보인다. 매사에 이런 식이니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안철수의 전매특허는 감동이다. 그런데 지금 그 감동이 없다. 안철수는 감동으로 시작했으니 감동으로 끝내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라도 기회가 있다. 나경원은 많은 폭로를 했지만 박원순은 타격받지 않았다. 박원순은 왜 타격받지 않았을까? 깨끗한 사람이라서? 아니다. 박원순에게 상당한 비리가 있었다 해도 나는 박원순을 찍었을 것이다. 박원순이 비리를 저질렀을 개연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러나 상관없다. 박원순의 본질은 다른데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는 본질을 보고 판단한다. 이회창의 본질은 대쪽이다. 병역회피의 두 아들을 보면 위법여부를 떠나 그의 대쪽 브랜드는 가짜임이 분명하다. 본질이 가짜인 것이다. 박원순의 본질은 일중독자다. 그는 본질을 속이지 않았다. 안철수의 본질은? 순수다. 사람들은 그를 순수한 사람으로 여긴다. 근데 가짜다. 그의 재산기부는 이명박 따라하기에 불과하다. 그는 본질을 속였다. 브랜드를 속였다. 그의 타이밍 정치는 꼼수 9단이다. 정치 9단, 사기 9단들의 연이은 등장에 질린 유권자들에게 그는 정치인다운 술수도 없고 꼼수도 없는 신선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그런데 등장하자마자 타이밍 정치라는 놀라운 초식을 보여주었다. 10단 준다. 본질로 말해야 한다. 안철수는 의사인가? 벤처기업가인가? 세계적인 석학인가? 의사라면? 병원에 있는게 맞다. 벤처기업가라면? 기업을 키우는게 맞다. 세계적인 석학이라면? 논문으로 말하는게 맞다. 결론을 내리자. 이회창의 병역회피가 합법인지 불법인지는 몰라도 그의 정체성에 타격을 주었던 것은 사실이며, 그 정체성에 본질적 하자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회창은 애초에 대쪽이 아니었다. 자기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만 대쪽이었다. 다 본인 책임이다. 안철수는 애초에 순수하지 않았다. TV에서는 순수하고 부동산에서는 불순했다. 들켰다. 무엇인가? 안철수가 봄에 창당하고 출마선언을 했다면 지금쯤 검증을 거쳤을 것이다. 이토록 순수성을 의심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 자초했다는 말이다. 구조론으로 말한다면.. 그는 약점을 은폐하려 했다. 그는 음모가 난무하는 정치판의 스트레스에 약한 사람이었다. 강인한 사람이 아니었다. 애초에 정치할 체질이 아니었다. 여의도 체질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얻으려 했다. 무모한 도박을 한 것이다. 출마일정을 단축하여 짧은 시간에 최소의 정치를 구사하고 최대의 성과를 얻으려 했다. 그래서 입당도 안 하고 창당도 안 했다. 이런 계산 안 좋다. 자신의 약한 고리를 은폐하려고 하면 곤란하다. 자신의 단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때 남들이 와서 돕는다. 그의 약한 고리는 본인이 아니라 국민에 의해 감추어져야 한다. 노무현은 단점을 감추지 않았다. 그래서 국민이 보호했다. 상고 나온 노무현의 단점을 서울대 나온 유시민이 앞장서서 감추어준 것이다. 이게 인간의 의리다. 안철수는 단점을 감추고 국민을 속였다. 국민이 안철수를 보호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의리를 발휘하고 싶어도 찬스가 없다. 단점을 솔직하게 드러내야 국민과의 팀플레이는 가능하다. 정답은 있다. 안철수의 정답은 애초에 정치인 체질이 아닌, 여의도 체질이 아닌 그의 단점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국민이 의리를 발휘하여 그를 돕게 함으로써, 국민의 위대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지금 그의 정치는 국민의 위대함을 드러낸게 아니라 자기 자신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것이다. 이건 실패다. 그림이 안 나오잖아. 박근혜가 나쁜 것은 국민의 위대함을 드러내는게 아니라, 반대로 국민의 열등함을 들추었기 때문이다. ‘박정희 덕에 이만큼 살게 된거 아니냐’며 떠드는 한국인의 노예근성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노무현이 위대한 것은 한국인의 위대함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상고나온 약점을 가진 그를 한국인 모두가 도와주었다. 한국인의 의리를 보여주었다. 상고나온 사람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위대한 나라임을 노무현은 입증했다. 노무현의 팀플레이에 의해 한국인은 신사가 되었다. 한국인 어깨가 으쓱했다. 근데 안철수는 뭐야? 장기자랑 하러 나왔나? 이왕지사 나온 김에 노래나 한 곡 부르고 내려가시라. 안철수는 한국인을 위대하게 하지 않았다. 감동적인 퇴장만이 그가 한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다. 한국인은 의리를 과시하고 싶다. 대중이 들불처럼 일어나서 정치인의 약점을 감추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인이여! 솔직하게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라. 여의도 정치와 안 맞는 체질이라는 것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더럽고 복잡하고 치사한 정치판의 스트레스를 못 피하겠거든 차라리 울어버려라. 꼼수 쓰지 말고. 국민에게 도움을 요청하라. 강한 척 하지 말고. 나라면 해명 따위는 안 한다. 때리면 맞아준다. 해명과 두둔은 국민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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