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을 깨닫기
숟가락의 끝이 둥근 것은 입술의 형태를 닮아있기 때문이다. 젓가락이 긴 것은 손가락의 형태를 닮아있기 때문이다. 가치는 의미를 배달한다. 의미의 배달은 톱니바퀴의 맞물림으로 가능하다. 톱니바퀴는 요철(凹凸)이다. 요와 철은 닮았다. 숟가락 날은 입술을 닮았다. 모든 존재는 맞물려 있다. 맞물려 있으므로 마주치는 접점이 있다. 힘을 전달하고 전달받는 부분이 있다. 소통이 이루어지는 부분이 있다. 그것이 날이다. 날은 마주치는 접점이다. 눈인사로 만날 때는 눈빛이 날이고 손으로 악수할 때는 손아귀가 날이다. 모든 존재는 심과 날이 있다. 볼펜은 잉크가 든 부분이 심이고 촉(觸)이 날이다. 종이는 페이지가 날이고 TV는 모니터가 날이다. 휴대폰은 반도체가 심이고 안테나가 날이다. 자동차는 엔진이 심이고 바퀴가 날이다. 심은 가운데서 중심을 잡고 날은 밖에서 접촉한다. ● 가치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다. 날이 있어야 한다. 시퍼렇게 날이 서 있어야 한다. 날은 팔팔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칼날처럼 예리하게 반응하고 송곳처럼 섬세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진위(眞僞) 중에는 진이 반응하고, 선악(善惡) 중에는 선이 반응하고, 미추(美醜) 중에는 미가 반응한다. 자유와 업악 중에는 자유가 반응하고 성속(聖俗) 중에는 성이 반응한다. 거짓은 반응하지 않는다. 악(惡)과 추(醜)와 억압과 속(俗)은 반응하지 않는다. 출력이 심이라면 주파수가 날이다. 심과 날은 연결되어 있다. 만년필 심은 잉크를 머금고 만년필의 날(촉)은 종이와 접촉하여 글씨를 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