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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 춘추전국시대는 끝나고 盧티즌의 천하통일 시대가 온다
 
천리안도 가고 하이텔도 갔다. 아주 간건 아니지만 내가 보기에는 갔다. 유니텔도 갔고, 나우누리도 갔고, 넷츠고도 갔고, 코리아닷컴도 갔다. 이들 맛이 간 사이트들의 공통점은 『하드웨어의 강화, 시스템의 구축』에 쓸데없이 공을 들였다는 점이다.

반면 '이메일' 하나에 집중한 다음, '채팅' 하나로만 승부한 세이클럽, '게임' 하나에 집중한 한게임, 검색 하나에 집중한 '야후'들은 떴다. 이들 성공한 사이트들의 공통점은 『하드웨어의 강화, 시스템의 구축』에 소홀한 대신, 특정 서비스 한가지에 집중하고 그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만 주력했다는 점이다.

인터넷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하드웨어이고 시스템이다. 시스템 안에서 시스템을 찾고 하드웨어 안에서 하드웨어를 찾으니 이 얼마나 미련한 생각인가? '코리아닷컴'만 해도 그렇다. 없는 것이 없다. 제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다. 《본의 아니게 인터넷업체를 비판한 셈이 되었군요. 죄송합니다. 양해 있으시길.》

4년전 필자가 인터넷업계에 발을 들여놓을 때는 나 역시 오판을 했다. 채팅부터 이메일까지, 쇼핑몰부터 구인구직까지 없는 것이 없는 인터넷백화점을 구상하곤 했다. 얼빠진 생각이었다. 인터넷은 그 자체가 백화점이다. 백화점 안에 백화점을 만들어? 당연히 전문점을 해야 한다.

인터넷을 몇 개월만 해보면 다 알게 되지만, 같은 사이트 안에서 이 콤텐츠와 저콘텐츠로 옮겨 다니는 것보다, 차라리 북마크된 다른 사이트로 옮겨가는 것이 더 빠르다. 초 단위로 옮겨가는 인터넷의 이러한 속성을 이해해야 한다.

무엇이 시스템이고 하드웨어인가?

오마이뉴스는 일간지다. 프레시안은 주간지다. 서프라이즈는 굳이 비유하자면 월간조선이나 신동아와 같다. 심층기사를 다루는 월간지 스타일에 가깝다. 조선일보 독자 중에 골수들이 주간조선을 보고, 주간조선 독자중에 골수들이 월간조선을 본다.

오마이뉴스를 찾는 노무현지지자 중 골수들이 프레시안을 보고, 그보다 더 골수들이 서프라이즈를 본다. 즉 서프라이즈는 골수 중에 골수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골수 중에 골수라면 그 시장이 너무 작지 않을까 하고 오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80대 20의 법칙을 안다면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인터넷은 철저하게 80대 20의 법칙이 지배한다. 온라인 일간지 시장은 오마이뉴스가 거의 80퍼센트를 먹는다. 나머지 수십개 사이트가 오마이뉴스가 먹다남긴 20퍼센트를 나눠먹는다. 그러므로 특정한 한가지 핵심을 획득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하드웨어는 오프라인의 한겨레, 온라인의 오마이뉴스, 주간지성격의 프레시안, 월간지성격의 서프라이즈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바로 하드웨어이다. 만약 서프라이즈라는 하나의 사이트 안에 복잡한 하드웨어를 구축하려고 시도한다면 100프로 실패한다. 이 부분은 업계의 무수한 시행착오를 통하여 오래전에 검증된 것이다.

서프라이즈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깜짝 놀랐을 것이다.

"뭐가 이래? 뭔가 이상하다. 서프라이즈가 이상해"

당연하다. 인터넷사이트라면 너나 할 것 없이 갖추고 보는 콘텐츠들이 서프라이즈에는 없다.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고 오직 정치칼럼만 있다. 사회도 없고, 문화도 없고, 영화도 없고, 만화도 없고, 음악도 없다. 오직 정치만 있다. 심지어는 뉴스타운에도 있는 것이 서프라이즈에는 없다. 있어도 최소화시킨다.

왜? 다 테스트 된 것이다. 많은 독자님들께는 죄송하지만 서프라이즈는 영양가 없는 것은 일단 배제한다. 왜? 테스트해 본 결과 이용자들이 이것저것 구색을 갖추어 집중을 떨어뜨리는 요소들을 싫어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왼쪽에 있는 대표필진들의 메뉴도 눌러보는 사람은 열에 하나도 안된다.

서프라이즈가 이상해!

진중권들이 말하는 전문성이란 『운동권사투리』를 말하는데 이런건 학생들에게나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서프라이즈의 주 이용자층이 회사원이라는 점이다. 위 첨부한 사진을 참고하면 알 수 있지만 어제 하루동안 방문한 5만 3천 94명 중 오전 9시에 가장 많은 4385명이 방문하여 피크를 이루고 있다.

회사원들의 퇴근시간대인 저녁 7시 경에는 1700명 선으로 숫자가 급감하고 있다. 회사원들의 퇴근시간이 학생들이 컴을 켜는 시간대이다. 즉 서프라이즈는 철저하게 30대 회사원들 위주로 타켓을 정하고 있는 것이다.

배우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전문용어 하나라도 배우는 것이 남는 것이다. 운동권사투리로 범벅해야 한다. 그게 진중권이 말하는 전문성이다. 그러나 회사원들에게는 그 전문성이라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거 사회에 나오면 아무 소용 없다는 거 다 검증되었지 않은가?

진중권들의 오판은 인터넷이용자의 주류가 30대 회사원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데 있다. 『논객』이라는 표현이 리플을 달아 반론을 펴는 논쟁을 의미한다면 진중권의 말대로 논객의 시대는 갔을 수도 있다. 백가쟁명, 백화제방의 춘추전국시대는 끝나고 바야흐로 노티즌의 천하통일 시대가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노(盧)티즌이 천하를 통일하다.

서프라이즈는 조선일보진영에 맞서서 논리를 개발하고 이념을 선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타 뉴스사이트나 토론사이트와는 성격이 차별화되고 있는 것이다. 시스템을 갖추자는 고견은 고마우나 서프라이즈 안에 이것저것 갖춘다는 발상이라면 넌센스다.

서프라이즈는 야전사령부다. 논리를 개발하고 이념을 제공하는 이 한가지 역할에 전념해야 한다. 한겨레와,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과 딴지일보가 각각 각자의 역할을 가진다. 이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딴지일보에 없는 것이 서프에 있고, 서프에 없는 것이 오마이에 있다. 서프가 살생부파문을 일으키면 오마이가 퍼뜨리고, 한겨레 독자마당이 재가공한다.

무엇이 시스템인가? 이들 상호간의 역할분담과 공동보조가 시스템이다. 즉 시스템은 이미 갖추어졌으며 서프의 역할은 그 시스템의 수뇌 역할인 것이다. 골고루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필자가 노사모의 해산을 반대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오프라인이 강한 노사모는 전사들의 산실(産室)이다. 우리모두는 학교다. 오마이뉴스에서 출근부를 찍고, 프레시안에서 점심을 먹고, 서프라이즈에서 보고를 받고, 딴지일보 놀이터에서 휴식을 취한다. 이 모든 것이 갖추어지고, 역할을 분담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서로 돕는다. 이 거대한 시스템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인가?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사실이지 서프라이즈의 토론기능은 약하다. 토론은 『우리모두』가 최고였다. 그러나 토론만능 시대는 갔다. 백화제방 백가쟁명시대는 갔다. 노티즌이 천하를 통일하고 있는 지금 뒤늦게 무슨 논쟁을 할 것인가이다.

토론도 필요하다. 안티조선 우리모두의 분발이 요구된다. 그러나 서프는 토론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서프는 논객양성소가 아니다. 토론은 사랑방에 다섯명이나 열명쯤 모였을 때 가능한 것이다. 100만명이 모여서 토론을 하는 일은 없다. 토론전문의 우리모두가 씨앗을 뿌렸다면 그 성과가 서프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이다. 서프는 우리모두에 감사해야 한다.

서프에는 서프만의 역할이 있다. 『토씹새격문』이야 말로 서프의 존재가치를 확인해준 일대사건이다. 이런 글이 다른 사이트에서는 탑에 올라갈 수 없다.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이 토씹새격문을 탑에 올리는 일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서프라이즈는 존재하는 것이다.  

덧글..
본의아니게 인터넷사이트들을 비판한 셈이 되었는데 양해 바랍니다. 그리고 이상의 기록은 필자 개인의 생각일 뿐입니다. 필진으로 참여하는 다른 사람들도 각자 나름의 견해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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