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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8427 vote 0 2003.01.10 (12:57:39)

한비자의 법가사상과 동중서의 천인감응론을 원용해야 한다.

YS의 실패와 DJ의 보내기번트 성공
개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실감나게 보여준 사람은 역설적이지만 YS다. YS정부 초기의 신경제 1백일 작전, 금융실명제 실시, 하나회 척결 등은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환공(桓公)이 명재상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의 도움을 받아 부국강병을 이루고 중원의 첫 번째 패자가 된 것에 비견될 만큼 눈부신 것이었다.  

문제는 실패했다는 점이다. YS는 왜 실패했을까? 좌동영 우형우의 재능이 관중이나 포숙아만큼 되지 못했기 때문일까? 천만에! 여기에 대한 정답은 『실패는 예정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실패의 법칙 1조 2항에 『YS의 개혁은 무조건 실패다』이렇게 딱 나와있다.

한때 지지율 90프의 절정에 다다랐던 YS정권 초기 개혁드라이브정책의 인기는 한 순간에 이슬처럼 사라지고 IMF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고야 말았다. 무엇이 잘못인가? 간단하다. 철학의 부재 때문이다. YS가 졸업한 서울대 철학과에 철학이 없다.

YS가 한비자(韓非子)의 망징(亡徵篇)을 한번만 읽어봤어도 이렇듯 처참한 몰락을 초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릇 개혁이라는 것은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사전에 충분한 물밑작업을 해서, 되게 해야 되는 것이다. 그 사전 정지작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DJ는 YS의 실패를 거울삼아 안전운행을 했다. 김중권, 이헌재, 진념 등 YS시절의 관료들을 중용한 것이 그 예다. 그 결과 IMF를 졸업하고 햇볕정책에서 성과를 내는 등 어느 정도 진척이 있었다. 그래봤자 DJ의 성공이란 것은 겨우 보내기 번트 하나를 성공시킨 것에 지나지 않는다. DJ의 보내기번트 덕분에 노무현 주자가 2루 베이스를 점령하여 홈을 노릴 정도가 된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중요한건 철학이다
그렇다면 YS의 실패와 DJ의 부진을 반면교사로 삼은 노무현호의 개혁철학은 무엇인가? 중요한건 철학이다. 철학이란 사전에 큰 줄기의 공감대를 형성하므로서 손발이 안맞아 삐꺽거리는 시행착오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손발 안맞는 모습이 노출되고 있다. 노무현당선자가 개혁철학을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위가 각개약진 해서 조선일보와 내통하지를 않나, 한물간 고건, 이홍구, 이수성 따위 퇴물 얼굴마담을 추천하지를 않나 벼라별 황당한 일이 다 벌어지고 있다.

고건? 얼굴마담 총리? 대독 총리? 행사에 참여해서 테이프 끊는 총리? 철학을 공유하지 않는 자와 국정을 논하겠다고? 이건 노무현 자신의 발언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개혁은 이미 날샜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정신 챙기고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자.

한비자의 법가, 동중서의 유가
개혁은 크게 세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제(齊)나라 환공(桓公)의 부국강병형 개혁, 두 번째는 진시황의 법가주의 개혁, 세 번째는 동중서(董仲舒)의 유가주의 개혁이다. YS와 DJ가 실패한 개혁은 첫 번째에 해당하는 제나라 환공의 부국강병형 개혁이다.

물론 부국강병형 개혁도 잘하면 일시적인 성과를 낸다. 그러나 급한 불을 끄는 한건주의식 개혁이어서 설사 성공한다 해도 그 성과는 10년을 가지 않는다. 송나라 신종(神宗) 때 왕안석(王安石)의 신법이 YS와 같은 이유로 실패했고, 전한(前漢) 말 신(新)을 건국한 왕망(王莽)의 개혁도 역시 실패했다.

왜 실패했을까? 실패의 법칙을 충실히 따라갔기 때문에 예정대로 실패한 것이다. 밑바닥에서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아니면 안된다. 밑바닥의 뿌리가 썩었는데 가지를 몇 개 친다고 해서 병든 나무가 살아나겠는가?

그렇다면 뿌리부터 개혁하겠다는 진나라의 법가는 성공했는가? 천만에! 진시황도 결국은 실패했다는 사실을 잊어서 안된다. 왜 뿌리까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뿌리가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정답부터 말하자. 그 뿌리는 사람이다. 사람이 바뀌고 그 사람의 생각이 바뀌어야 최종적으로 개혁이 완성된다.

제환공의 봉건개혁 - 관중, 포숙아 - 부국강병, 급한 불을 끄는 한건주의 개혁,
진시황의 법가개혁 - 상앙, 이사 - 제도와 법률, 맡바닥에서 시스템을 바꾸는 개혁
한무제의 유가개혁 - 동중서 - 천인감응, 사회문화개혁, 삶과 생각을 바꾸는 개혁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봉건개혁>법가개혁>유가개혁으로 개혁이 단계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봉건개혁의 시행착오를 발견하고 오류시정한 것이 법가개혁이며, 법가의 시행착오를 발견하고 오류를 시정한 것이 유가개혁이라는 점이다. 한무제의 유가개혁도 실질적으로는 법가사상을 상당부분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바로 유가개혁으로 가면 되지 않겠는가? 천만에! 불능이다. 이건 혁명인데 말로는 가능해도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먼저 부국강병이 받쳐주어야, 그 다음 단계로 법률과 제도의 개혁이 가능하고, 그 다음 단계로 사회개혁과 문화개혁이 가능하다.

최종적으로는 사람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사람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철학을 공유하지 않으면 모든 개혁은 일시적인 성과를 얻을 뿐 본질에서 실패한다. 한나라 때 동중서의 천인합일(天人合一)설 혹은 천인감응(天人感應)론에서 합일하고 감응하는 것이 실은 하늘이 아니고 사람이다.

인내천(人乃天)이라 했다. 사람이 하늘이다. 하늘과 감응한다는 것은 민심과 감응한다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사람의 생각이 바뀌어야 사회가 바뀐다. 동중서의 천인감응론은 무수한 개혁의 시도에서 나타난 시행착오를 확인하여 부단히 오류를 시정한 결과 얻어진 최종결론이다.

민심이 천심이다. 천심은 넷심이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YS의 하나회 척결은 분명히 효과가 있었다. DJ의 금융개혁은 경제를 살렸다. 즉 어느정도 부국강병의 토대가 갖추어진 것이다. 부국강병의 안전판 없이는 어떤 개혁도 100프로 실패한다는 이치를 인정해야 한다.

다음 단계는 시스템의 업그레이드이다. 급한 불을 끄는 한건주의식 개혁이 아니라 제도화된 개혁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정치개혁으로 달성될 수 있다. 바로 노무현호의 과제다. 그 다음 단계는 여성, 환경, 교육, 복지 등을 해결하는 사회개혁이다. 사회개혁은 궁극적으로 언론개혁을 통하여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것으로 완성된다. 즉 혁명을 하지 않고도 사실상 혁명의 효과를 얻어내는 것이 사회개혁의 최종완성인 것이다.

노무현호의 과제는 노무현 다음 정권이 담당할 사회개혁의 법적인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호주제철폐, 보안법폐지, 양성평등, 교육문제, 환경개선 등의 법적인 제도화가 노무현개혁의 주요과제이다. 그 여세를 물려받아 문화개혁으로 치고나가는 것이 노무현정권 다음에 올 추미애정권(?)의 과제이다.

정리하자. YS와 DJ의 성공과 실패는 제나라 환공의 부국강병형 개혁이다. 이는 개혁의 필요충분조건들 중 하나를 제공했을 뿐 그 자체로는 대단한 개혁이 아니다. 노무현호의 주요과제는 한비자의 법가철학을 기초로 한 시스템과 구조의 개혁이다. 최종적으로는 동중서의 천인감응이다.

천은 하늘이 아니라 민중이다. 민중의 마음과 정권의 마음이 감응해야 한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철학이고 사상이다. 환경, 여성, 교육, 등 제반문제에서 국민 모두의 철학이 바뀌고 사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고 삶이 바뀌어야 한다. 민심은 천심이다. 천심은 넷심에 있다. 넷심을 존중하면 흥하고 넷심을 무시하면 몽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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