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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길이 있다.

하나는 잠시 죽고 오래 사는 길이요 하나는 잠시 살고 영원히 죽는 길이다. 그 갈림길은 내년 총선 때 맞닥드리게 된다. 그때 한나라당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잠시 죽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을 둘로 쪼개야 한다. 썩은 부분은 도려내고, 살아남은 것들은 진보 쪽으로 크게 방향을 틀어야 한다. 잠시 살기 위해서는 이회창이 복귀해야 한다. 이회창이 복귀하지 않으면 공천문제 때문에 한나라당은 100프로 쪼개진다.

"이회창은 다시 돌아와서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을 구하라!"

이런 목소리들이 사방에서 빗발칠 것이다. 과거 DJ가 그러했듯이 본인은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지만, 국민들이 원한다면! 이회창은 다시 복귀할 수 밖에 없다. 한나라당을 살리는 길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라는데 구국의 결단을 내리지 않고 어쩔 것인가?

과거 박정희가 그러했듯이 이회창은 구국의 결단을 내릴 것이다. 나라를 위해! 민족을 위해! 이 한 몸 초개같이 던져서 망해가는 한나라당을 살리고 대한민국을 구할 것이다. 그 결과 한나라당은 영원히 망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뜻을 모아 지금부터 이회창의 복귀운동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

과거 미국 독립 200년사를 놓고 보면 10년이나 20년 정도 단기간에서는 보수와 진보가 권력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일이 왕왕 있었지만, 50년이나 100년의 큰 흐름에서 본다면 언제나 진보가 권력을 독식했다. 보수는 권력 근처에 가보지도 못했다.

이때 보통 분열된다. 분열된 보수들 중 하나는 진보 쪽으로 자리를 옮겨오고 나머지는 완전히 도태된다. 지금 민주당의 뿌리는 과거 당명이 공화당이었다. 토마스 제퍼슨의 지도아래 그들은 지극히 진보적이었다. 권력의 달콤함에 취하여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보수화되었다. 링컨 시대 그들은 권력을 잃었다. 이합집산을 거듭하다가 분열되어 일부는 영원히 소멸하였고 일부는 지금의 민주당이 되었다. 진보적인 링컨의 공화당보다 더욱 진보적인 입장에 서 있는 것이다. 그것이 루즈벨트시대 민주당의 성공이었다. 루즈벨트 시대 민주당의 장기집권은 명백히 상대적 진보성 때문이었다.

지금의 공화당의 뿌리는 독립 초기에 연방당이었다. 그들의 보수성 때문에 민주당(당시 공화당)에 밀려 권력을 잃었다. 다시 그들에게 권력이 돌아올 가망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지금 한나라당이 다시 집권할 확률이 '0'이듯이 당시의 연방당에 권력이 돌아갈 확률도 아주 '0'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분열되었다. 일부는 자민련처럼 소멸하였고 일부는 진보 쪽으로 자리를 옮겨와서 지금의 공화당이 되었다. 링컨의 진보적인 정책을 채택하였다.

길게 보면 진보와 보수가 번갈아가며 집권하는 경우는 전혀 없다. 지금 민주당과 공화당이 돌아가면서 해먹는 것은 이념적 차이가 별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서 지금 미국에는 진보가 없다.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둘 다 보수니까 돌아가면서 해먹기가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제퍼슨 시대, 링컨시대, 루즈벨트 시대에는 그 이념적 차이가 매우 컸던 것이다. 그 시점에서 제퍼슨과, 링컨과, 루즈벨트는 명백히 진보였고 그 적들은 완전히 수구였다. 그러므로 한쪽에서는 권력을 독식하고 다른 쪽은 완전히 망하는 것이다.

항상 진보가 승리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에서 진보와 보수가 큰 승부를 벌이면 항상 진보가 승리해 왔다. 문제는 이런 큰 승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50년이나 100년에 한번 있을까말까 한다. 보통은 진보와 보수가 어중간하게 섞여서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그놈이 그놈인 판이 되어있다. 그러나 큰 승부에서는 항상 진보가 승리했다. 고려의 건국도, 조선의 건국도 상대적인 진보의 승리였다.

노무현이 무슨 대단한 진보냐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보통 보수가 패배를 납득 못하고 집요하게 갈구는데 살아남기 위해 거기에 저항하다 보면 크게 차이가 벌어지는 것이다. 역사의 진보는 보통 그런 식으로 일어난다. 프랑스대혁명이 갈수록 급진적성격을 띄는 것도, 레닌의 혁명이 당초의 시작보다 더 급진적으로 진행된것도, 실은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 때문에 그리된 것이다. 사실 초기의 혁명파나 볼세비키들은 온건했다. 적들이 그들을 위협해서 강경하게 만든 것이다.

고려나 조선의 건국자가 대단한 진보의식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자기방어를 위하여 새로운 흐름에 몸을 맡기다 보면 그게 패러다임의 변화로 이어져서 결과적으로 진보하게 되는 것이다. 신돈이 토지개혁을 하고, 광종이 노예를 해방하고, 정도전이 유교를 국교로 채택하고 하는 것이 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수구세력의 공격은 집요할 것이고, 여전히 약한 노무현이 살아남기 위하여 자기편을 구하다 보면 그 자기편은 인터넷에서 구해질 수 밖에 없고 그 연장선상에서 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서 결과적으로 진보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생태계의 진화과정과 같다. 이념형의 진보는 가짜다. 생존형 진보가 진짜다.

한나라당은 재집권가능성 '0'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지금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이념적 차이는 별로 크지 않다. 둘 다 보수다. 그러므로 번갈아가며 집권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문제는 노무현에 의해 민주당이 개혁될 경우이다. 노무현이 실패한다면 당연히 한나라당에도 희망이 있다. 노무현이 성공한다면 한나라당의 재집권 가능성은 정확하게 0이다.

위기에 빠질수록 인간은 치사해진다. 조삼모사의 유혹을 받는 것이다. 일단 시간을 벌자는 선택을 하게 된다. 힘이 있을 때는 큰 수술도 감당할 자신이 있지만 약할때는 대수술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 것이다. 결국 한나라당은 일시적인 생존연장을 위하여 이회창주술사를 불러들여 지역감정 조장이라는 민간요법을 사용할 것이다. 진보라는 이름의 대수술을 받지 않는다면 지역감정이라는 민간요법 만큼 약발이 듣는 경우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 결과 잠시 살고 영원히 죽게 될 것이다. 노무현이 성공한다면 말이다. 보통 역사는 이런 식으로 굴러간다.

PS..정말로 이회창이 정계복귀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건 본인 마음이겠지만 단지 정치판 에너지의 흐름이 그런 쪽으로 간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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