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근본문제 필자가 소년 시절에 사유한 것은 크기의 문제였다. 우주는 큰 데 왜 크냐다. 구조론은 크기를 의사결정 총량으로 본다. 1만 번 의사결정을 했다면 1만이라는 크기를 가지는 것이다. 우주가 무한히 크다면 무한히 많은 의사결정을 했다는 의미다. 무한히 많이 방향전환을 일으킨 것이다. 원래 방향이 없었는데 방향전환을 해서 방향이 생겼으니 공간이 생겨났다. 우주의 근본문제는 적당하게 간격을 띄우는 문제다. 우주는 적당한 크기를 가지고 있다. 무한히 빨라져서 속도가 무한대가 되거나 무한히 느려져서 정지하거나 둘 중의 하나가 되기 다반사인데 말이다. 뭔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 문제는 하느님 할배가 와도 해결할 수 없다. 인간도 말을 안 듣는 세상인데 물질이 말을 들을 리가 없는 것이다. 어쨌든 우주는 만들어졌다.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했다는 말이다. 적당히 간격을 띄어놓기에 성공한 것이다. 중력에 의해 다 달라붙어서 쪼그라들어 블랙홀이 되어버리거나 아니면 무한히 팽창해서 우주의 모든 별이 죄다 흩어져서 콩가루가 되어야 할 텐데 말이다. 물질을 뭉치게 하면 무한히 뭉쳐서 우주의 크기가 0이다. 우주는 쪼그라들어 망한다. 물질을 흩어지게 하면 무한히 흩어져서 별은 사라지고 만다. 이거 아니면 저건데 이것을 선택해도 망하고 저것을 선택해도 망하고 적당히는 불능이다. 물리학자들은 저글링의 방법을 주장한다. 곡예사의 저글링처럼 광자나 중력자를 주고받으면서 적당히 간격을 유지한다. 중력이 잡아당기지만 다른 힘들에 의해 적절히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는 거다. 구조론의 관점은 다르다. 우주에 시공간은 원래 없다. 크기는 원래 없다. 극미의 영역에서는 이곳이 저곳이고 저곳이 이곳이다. 동서남북도 없고 상하좌우도 없다. 차원이 없다. 우리가 아는 동서남북은 즉석에서 만들어낸다. 공간과 시간을 만드는 엔진이 있으니 그것이 장場이다. 장은 대칭을 일으켜 공간을 만들고 호응을 일으켜 시간을 조직해낸다. 뉴튼의 기계론 관점으로 보자. 서로는 꽉 물려 있다. 톱니바퀴들이 정교하게 맞물려 있으므로 어느 하나가 화장실이라도 다녀오려면 다른 모든 것이 일제히 일어나서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 피곤하기 짝이 없다. 이 관점은 우주가 정지해 있다는 전제를 필요로 한다. 빅뱅이론과 충돌한다. 어린이도 자라면 신발이 안 맞아서 큰 사이즈를 사는데 말이다. 유드리가 있어야 하고 여유공간이 있어야 한다. 유격이 있어야 한다. 우주는 빈틈없이 꽉 끼어있지 말아야 한다. 우주가 지금도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론은 간단히 해결한다. A가 B로 갈 때 B에서 A로 와야 한다. 그 사이는 비어있어야 한다. 공간 자체가 없다. A와 B 사이의 거리는 0이다. 의사결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장 안에서는 모든 곳에 있다. 구조론은 공간을 의사결정 횟수로 규정하고 있음을 상기하자. 의사결정이 일어나지 않는 지점들이 있고 그것이 공간을 만들었다. 이 문제는 필연적으로 시간을 도출한다. 시간은 같은 짓을 반복한다는 의미다. 그 지점을 피해가야 하기 때문이다. 1만 번의 시도에 1번꼴로 길이 열린다면 그게 시간이 된다. A에서 B로 가려면 1만 번을 반복 시도해야 한다.
◎ 공간 – 의사결정이 일어나지 않는 지점이 공간을 연출했다. 시계태엽이 너무 빨리 풀리지 않게 조절하는 문제가 시간이다. 시계 속에는 한 칸을 앞으로 전진할 때마다 한 번씩 뒤로 갔다와야 하는 T자 모양의 갈퀴가 들어 있다.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의사결정의 길이 열린다. 그것은 대칭이다. 대칭을 이뤄야 공간의 진행이 가능해진다. 패턴을 반복해야 길이 열린다. 이는 시간의 호응이다. 상대방 골대를 찾아 골을 넣어야 전진할 수 있는게 공간이고, 몇 골을 넣어야 한 칸을 전진할 수 있는게 시간이다. 상대방 골대를 찾다보면 간격이 벌어져서 공간이 되고 득점을 올리다보면 지체되어 시간이 열린다. 대칭이 공간을 만들었고 호응이 시간을 만들었다. 모두 사건의 장 안에서 작동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은 수학적 확률이다. 뉴턴의 기계론과 다른 점은 정확히 그렇게 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상대방 골대를 찾을지 또 정확히 골을 넣을지는 아무도 모르므로 확률이다. 그러나 반복하다 보면 결국 확률이 충족된다. 1+1이 3으로 되어버릴 확률이 약간 있지만 0에 근접해서 무시되는 것이다. 그냥 확률은 아니다. 확률을 보고 판단한다. 에러가 나면 시정하는 장치가 있다. 하나의 사건은 5회에 걸쳐 판정되므로 부분적인 에러가 있어도 복구된다. 한국팀이 브라질팀을 이길 확률이 약간 있지만, 실제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심판이 그 게임을 무효화시킨다. 장場은 일체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대신 서로가 상대방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거기서 새로 규칙을 만들어낸다.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운동한다. 그 규칙은 대칭과 호응이다. 이는 필자가 25년 전에 생각한 것이므로 현대 양자역학의 성과와 매치시키려면 채워야 할 빈칸이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