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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260 vote 0 2017.05.24 (14:26:55)

     

    일본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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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goo.gl/0aXIhC <- 스포일러 왕창


    세계적인 거장이 되려면 자기 나라를 까야 한다. 재일교포 3세 이상일 감독은 그 어떤 일본인보다도 훌륭하게 일본을 까는 데 성공했다. 일본이라고 하면 ‘헤이트 스피치’다. 헤이트스피치는 혐한운동을 하는 재특회가 주도하는데, 초대형 스피커를 틀어서 고막이 터질 정도로 떠들어대는데도 많은 일본인은 고통을 당하면서 무기력하게 침묵을 지킨다고.


    작년 5월에 헤이트스피치 금지법이 일본국회를 통과했으니 영화 ‘분노’는 이 법안과 관계가 있다고 본다. 처벌조항이 없는 유명무실한 법이라고 하나 아베의 유일한 업적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이라면 일베충이 헤이트스피치 집단이다. 그들은 분노해 있다. 왜 분노했을까? 막장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출구가 없는 막장. 그리고 일본사회.


    영화는 이제 상영하는데가 없어 스포일러의 의미가 없지만 혹 유료다운을 선택하실 분들은 스포일러를 감수하셔야 할 판이다. 일본은 섬이다. 섬 중의 섬은 오키나와다. 오키나와의 일본인은 체구가 작고 미군은 덩치가 크다. 물리적인 한계다. 완력의 공포. 남자들은 알지 못한다는 그 공포. 어디 호소할 데도 없고 호소해도 바뀌지 않는다고. 포기해야 한다.


    구조론으로 말하면 닫힌 공간. 그곳에서 비극은 일어나고 약자가 희생해야 질서가 유지된다. 일본은 희망이 없다. 그 닫힌 공간에서 탈출해야 한다. 막노동을 하던 살인자는 그날 일감이 나가리가 되어 화가 나 있었다. 게다가 일본은 덥다. 카메라는 목덜미의 땀을 클로즈업 한다. 살인자는 구직에 실패하고 좌절한 일베충들처럼 엉뚱한 곳에다 화풀이를 한다.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을 살해한다. 미군에게 폭행을 당하지만 일본인에게 화를 낸다. 사실은 무기력한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이다. 일베충은 사실 일베충짓이나 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미워한다. 사람이 화가 나는 것은 억울해서도 아니고 피해를 입어서도 아니다. 억울한 사람은 많다. 태어나면서부터 억울하게 태어난 사람이 절대다수다.


    문재인이나 조국과 같은 미남도 아니고, 안철수나 박근혜 같은 부잣집 자식도 아니다. 미국이나 북유럽과 같은 선진국에 태어난 것도 아니다. 2020년 쯤에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문재인의 부자나라 국민으로 떵떵거리며 살텐데 말이다. 인간은 원래 억울한 존재다. 그러므로 억울해서 화가 나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대항권력을 조직하고 대항행동을 해야한다.


    분명히 알아야 한다. 나쁜 마음을 먹고 차별하기 때문에 차별받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차별하지 않아도 당신은 차별받는다. 평등한 사회는 이상사회가 아니다. 평등한 사회라도 반드시 차별받는다. 차별이 존재하는 것은 사회에 질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떻든 차별하고 만다. 닫힌계 안에서 누군가를 희생시켜야만 질서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반드시 대항권력을 조직하고 대항행동을 해야 동적균형에 의해 평등해진다. 우리가 하루 세끼 밥을 먹듯이 하루 세 번 대항해야 권력의 균형이 유지된다. 그렇다면 당신은 충분히 대항하고 있는가? 이는 구조론의 답이다. 닫힌공간을 탈출해야 하고, 외부세력을 끌어들여야 하고, 진보하여 이기는 팀에 들어야 하고, 대항권력을 조직하여 대항행동 해야 한다.


    한국은 그나마 출구가 있고 일본은 희망이 없다. 섬 속의 섬, 일본 속의 일본, 재일교포 3세, 공간은 닫혀있고 대항권력은 없고, 약자의 희생은 집단의 룰이다. 답은 당신이 대항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신이 대항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분노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억울한 것이다. 피해가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억울한 사실도 중요하지는 않다.


    피해를 입어도 한강에 배 지나간 자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개인적인 상처는 잊어버리면 된다. 물리적 고통은 참으면 된다. 문제는 나쁜놈들 때문에 당신이 희생된 것이 아니고, 당신이 잘못해서 희생된 것도 아니고, 바로 사회에 질서가 필요하기 때문에 운 나쁘게 걸린 당신을 희생시켰다는 사실이다. 약자가 희생될 때 사회는 질서유지라는 이득을 얻는다.


    언제라도 사회는 약자를 죽이고 이익을 챙긴다. 사회가 범인이다. 청국상인은 심청을 죽이고 돈을 번다. 마녀를 화형시켜 날뛰는 군중을 집으로 돌려보내니 치안유지의 이득을 얻는다. 세상이 최악인 것은 나쁜 놈들 때문도 아니고, 당신 때문도 아니고, 가해자를 죽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대항권력을 당신이 창출해야 한다. 당신의 손으로 임무를 완수하라.


    권력만이 진실하다. 평등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권력이 목적이라야 한다. 양성평등에 도달해도 절대 양성은 평등해지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통제할 물리적 수단을 갖춰야 한다. 서로 상대방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고삐를 채워야 한다. 구체적인 통제수단을 가져야 한다. 영화는 답없는 일본사회의 부조리를 폭로할 뿐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영화는 일본의 답없음을 보여주지만 한국은 답이 있다. 한국은 섬 속의 섬이 아니다. 물론 한국에도 많은 반도 속의 반도가 있다. 곳곳에 게토가 운영되고 있다. 일베충은 자발적인 게토라 할 것이다. 답은 대항행동에 있다. 반드시 대항해야 한다. 대항으로 얻는 것은 권력이다. 평등이라는 목적에 발목을 잡히지 말고 대항권력이라는 실질을 쟁취해야 한다.


    영화에서 분노의 결론은 자해다. 대답없는 바다를 향해 울부짖는다. 영화는 답을 제시하지 못하지만 구조론은 답을 제출한다. 위안부 문제 해결의 답은 권력쟁취에 있다. 그런다고 위안부 피해자의 상처가 없어지나? 없어진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아베에게 직접 사과를 받을 때 권력이 주어지는 것이며 그 권력만이 진실하다. 일왕이 와서 무릎을 꿇어야 한다.


    고통은 참아야 하고, 상처는 극복해야 하고, 억울함은 견뎌야 한다. 와신상담을 해야 한다. 그러나 절대로 놓치면 안 되는 것은 대항의 전선이다. 아와 피아 사이에 긴장된 전선을 유지해야 한다. 지렛대와 받침점 하나는 끝까지 붙들고 가야 한다. 상대방을 통제하는 물리적 수단을 쟁취해야 한다. 일본은 그저 영화로 호소할 뿐이지만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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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19]id: 배태현배태현

2017.05.24 (20:05:43)

'반드시 대항권력을 조직하고 대항행동을 해야 동적균형에 의해 평등해진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아나키

2017.05.25 (10:22:55)

상대방울 통제하는 물리적 수단을 쟁취해야 한다
무기력한 생각에 활력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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