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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5276 vote 0 2017.05.21 (22:27:43)

    

    30. 몰입과 쾌락의 상관관계


    몰입하다 보면 쾌락 때문에 몰입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이런 생각이 든다. 이걸 진정한 몰입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강신주 답은 쾌락을 찬양하라. 쾌락은 좋은 거다. 쾌락에 사로잡혀 살다 죽었으면 좋겠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프랑수아즈 사강이 말했다고. 나를 파괴할 수 있는 사람이 행복을 잡을 수 있다.


    이건 미친 거다. 한심한 넘. 생쥐실험을 해봐도 알 수 있다. 생쥐에게 마약을 주면 당연히 마약만 먹다가 죽는다. 원숭이에게 자위를 가르쳐주면 죽을 때까지 자위하다가 죽는다는 말도 있다. 과연 그럴까? 생쥐실험은 오류로 밝혀졌다. 생쥐를 가둬놓아서 스트레스를 줬기 때문에 마약에 빠진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원숭이는 자위하지 않는다.


    실험방법을 바꿔 넓은 공간에 풀어놓자 생쥐들은 마약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월남전 참전미군들은 다수가 마약을 복용했다. 마약을 하지 않고 전투를 하기는 어렵다. 월남전이 끝나고 한꺼번에 50만의 마약사범을 미국본토에 풀어놓게 되자 모든 미국인이 걱정했다. 그런데 대부분은 마약을 끊었다고. 스트레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인간이 쾌락을 쫓는 이유는 역시 스트레스 때문이다. 범죄자들이 특히 쾌락을 탐닉하는 이유는 양심에 찔리기 때문이다. 부자들이 쾌락을 탐하는 이유는 부도덕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쾌락을 탐해 원정성매매를 하는 사람은 일단 범죄자거나 탈세범이거나 뭔가 양심에 찔리는 행동을 했다고 보면 된다. 혹은 불안하기 때문에 쾌락을 찾는다.


    게임을 하면 쾌락을 느끼면서 동시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나쁜 것으로 여기지만 의학적으로 보면 스트레스는 뇌에 대미지를 주는 일체의 것이다. 좋은 일도 스트레스를 준다. 결혼이나 이사 때 특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결혼을 여러 번 해봤다면 몰라도 다들 처음 하는 결혼이니까. 명절 제사 때도 역시 스트레스받는다. 명절증후군이다.


    영화 타짜를 감수한 노타짜 장병윤 씨는 마약소굴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도박을 끊었다고 한다. 마약 없이 도박이 되느냐 말이다. 히로뽕을 먹으면 집중력이 배가된다고 한다. 모든 감각이 예민해진다. 그리고 그만큼 인체는 대미지를 입는다. 지나치게 사랑을 해도 몸에 해롭다. 좋은 호르몬도 지나치면 대미지가 있다. 인체는 적절한 밸런스를 원하는 것이다.


    술이든 담배든 게임이든 섹스든 마약이든 음식이든 쾌락은 일단 해롭다. 특히 바보들에게는 더욱 해롭다. 스스로 절제할 자신이 있다면 마리화나 정도는 괜찮다고 필자는 믿고 있지만 어쨌든 마리화나를 먹은 후에 운전대를 잡으면 안 된다고 한다. 지나치게 감각이 예민해져서 주행불능에 빠진다고. 50킬로 이상 속도를 내지 못해 고속도로를 못 간다고.


    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모든 몰입이 안 좋은 거지만 쾌락 때문에 몰입하면 당연히 안 좋다. 더구나 불안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한 몰입은 더욱 좋지 않다. 공부하기가 겁나서 게임을 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할 일이다. 공부해야 할 시간이 되면 싱거운 놀이도 재미있게 느껴진다. 불안이 당신의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불안하면 공상하게 된다.


    매우 불안할 때는 이불 속에서 온갖 공상을 하는데 그게 재미가 있어서 잠이 깼는데도 눈 감고 다섯 시간을 일어나지 않고 버틴다. 허리가 아파서 결국 일어나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대면 불안해져서 더 빈둥댈 수 있다. 평소에는 빈둥대기가 힘들고 일하기가 잼있는데 불안할 때는 일 하기가 힘들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빈둥대기가 재미있다.


    마당 한구석의 개미떼를 세 시간씩 관찰해도 흥미가 있다. 불안하면 음식이 더 맛있어진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밥맛이 살아나서 뚱뚱해진다. 그러므로 쾌락에 말리지 않도록 많은 일을 미리 계획을 짜놓고 실천하는게 정답이다. 몰입은 훈련되고 계획된 상태에서의 의도적인 몰입이라야 한다. 필자는 전두환을 욕하라고 하면 3시간을 몰입해서 욕할 수 있다.


    그건 훈련되었기 때문이다. 깊이 생각할 때는 대여섯 시간 꼼짝 않고 앉아있기도 한다. 역시 훈련되었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면 몇 시간이고 열정적으로 지휘할 수 있다. 연주자들이 잘 받쳐준다면 말이다. 베토벤이 최후의 교향곡을 지휘한다면 말이다. 몰입은 호르몬이고, 호르몬은 무의식이고, 무의식은 주변환경에 반응하고, 환경은 누적된다.


    공부하고 생각하고 훈련하여 주변환경에 대한 반응력을 높여야 한다. 예리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럴 때 무의식이 당신을 준비된 길로 인도한다. 당신이 진리를, 역사를, 진보를 당신의 뇌에 세팅해 두었다면 당신이 역사의 현장을 찾았을 때 당신의 무의식은 당신의 뇌를 조종하여 몰입하게 한다. 당신을 분노하게 하고 일어서게 하고 달려들게 한다.


    그것은 열정이다. 열정은 에너지다. 에너지가 당신의 모든 세포를 깨어나게 한다. 당신의 호흡은 가빠지고 머리는 맑아지고 가슴은 설레이고 근육은 팽팽해지고 눈은 45도 전방을 응시한다. 당신은 담대하고 도전적인 자세를 갖게 된다. 그럴 때 당신은 몰입해 있다. 그럴 때 당신은 정상에서 전모를 본다. 당신은 사건의 기승전결에서 기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럴 때 당신은 총알처럼 튕겨져 나간다. 당신은 몰입하고 집중하고 도전하고 승리한다. 그것은 섹스보다 쾌락이 크고 깨달음만큼 기쁨이 크다. 그럴 때 당신은 몸이 달아올라서 필자가 17살에 그랬던 것처럼 새벽 한 시에 벌떡 일어나 마을을 한 바퀴 돌고오게 된다. 일상에서 대부분 쾌락은 스트레스 반응이다. 술 한잔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과 같다.


    그 술이 달콤하다는 것은 당신이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증거다. 쾌락을 얻고 싶은가? 불안에 빠져라. 시시한 게임도 재미있어져서 PC방을 떠나지 못하게 된다. 게임에 중독성이 있는 이유는 게임의 요소요소에 이용자를 불안하게 하도록 장치를 심어놨기 때문이다. 고스톱을 쳐도 오링될까봐 불안하다. 불안하기 때문에 그곳에 쾌락이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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