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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028 vote 0 2017.05.30 (14:09:40)

     

    ( ) 하는 그것이 ( )다.


    이것은 필자가 20년간 줄기차게 써먹는 방법인데 모르겠다는 분도 있으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늘 이야기하는 ‘라퐁텐의 우화’다. 전갈이 강을 건너려고 개구리에게 태워주길 부탁했다. 개구리는 전갈의 독침이 걱정된다. 전갈은 말한다. ‘내가 미쳤냐? 내가 독침으로 너를 찌르면 나도 물에 빠져 죽는데.’ 개구리가 그 말에 안심하고 전갈을 등에 태웠다.


    강을 중간쯤 건넜을 때 전갈이 독침을 세워 개구리를 찔렀다. 개구리가 물었다. ‘왜?’ 전갈의 답변이 걸작이다. ‘그러니까 전갈이지.’ 무엇인가? 목적어가 빠졌다. 전갈이 어떤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개구리를 찌른 것은 아니다. 박근혜가 뇌물을 모아 빌딩을 사려고 최순실을 부린 것은 아니다. 박근혜는 그냥 최순실이 하라는대로 한 거다. 그러니까 박근혜다.


    나쁜 넘이 나쁜 짓을 하는 것은 어떤 외부로부터 조달되는 목적과 의도 때문이 아니라 자체의 질서 때문이다. 나쁜넘이니까 그런 거다. 범죄자들은 자신이 왜 나쁜지를 모른다. 나쁜 짓을 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우발적으로 나쁜 짓을 하게 되고 그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걸지 못한다. 자기통제가 안 된다. 고장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급발진과 같다.


    운전자를 엿먹이려고 급발진하는 것이 아니고 차가 원체 나쁜 차다. 나쁜 생각 때문이 나빠지는 게 아니라 원래 인간 자체가 나쁜 거다. 미친넘crazy이란 것은 뇌에 크랙crack이 간 것이다. 뇌가 깨진 사람에게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하면 안 된다.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는 범죄중독이기 때문이지 다른 거 없다. 빈집털이 해서 부자된 도둑은 없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이며 어떤 목적이나 이득을 바라보고 행동한다는 게 일반인의 고정관념이다. 틀렸다. 구조론은 그냥 결따라가는 것이며 그 목적이나 이득이 없으며 인간은 그냥 나쁜 짓을 한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많은 경우 뇌가 깨져 있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안철수가 나쁜 마음을 먹고 흉계를 꾸몄다는 식은 동화작가나 하는 소리다.


    ◎ 보통 논리 - 안철수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거름 팔러 시장 갔다.
    ◎ 구조론 결 - 거름 지고 장에 가는 인간이 있는데 그 자가 안철수다.


    ◎ 보통 논리 - 목적이 행동을 규정한다.
    ◎ 구조론 결 - 행동이 인간을 규정한다.


    안철수는 원래 주변에서 부추기면 거름지고 장에 가는 인간이다. 나쁜 넘이 나쁜 짓을 하는 게 아니고 나쁜 짓을 하는 그넘이 나쁜 넘이다. 이명박은 자신이 나쁜 넘이 아니라고 여긴다. 한국을 망치려고 혹은 돈을 빼먹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대강 탈탈 털어도 이명박이 제 주머니를 채운 증거가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 이명박은 원래 그런 인간이다.


    사대강을 하는 과정에서 권력행사의 쾌감에 중독된 거지 한몫 잡으려는 목적과 의도는 없다. 인간은 어떤 행동 속에 빠져 있으면 아무 생각없이 그 행동을 반복하는 존재다. 김정은이 북한 주민에게 뭐를 자꾸 시키니까 아무 생각없이 그걸 계속 하고 있는 거다. 만약 김정은이 아무것도 시키지 않으면 ‘우리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지?’ 하고 생각이라는 것을 한다.


    박정희가 새마을운동이니 하며 뭐를 자꾸 시키려는 것은 그 행동의 에너지 흐름 속에 인간을 가두어 버리는 독재자의 수법이다. 우리는 무심코 목적어를 찾는 습관에 빠져 있다. 목적어를 배제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외부로부터 조달되는 목적이 아니라 자체의 질서를 따라가는 것이며 그것이 결이고 그 질서는 정靜에 없고 동動에 있다. 동動이 먼저다.


    동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게 아니고 지구는 태양주변 타원형궤도에 동動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이 가만이 있는데 미녀가 출현하자 반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고 이미 사랑의 상태 곧 호르몬이 나와주는 상태에 있는데 미녀가 출현하자 반응한 것이다. 어떤 대상을 만나기 전에 내 안에 사랑이 임계에 도달할 정도로 충만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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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팽이가 도는 게 아니라 도는 게 팽이입니다. 지구가 도는 게 아니라 도는 게 지구입니다. 돌지 않았다면 벌써 태양에 빨려들어갔습니다. 돌지 않는 팽이는 팽이가 아닙니다. 돌지 않는 팽이가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문방구에 가져다놓은 것이며 자연에는 그런게 없습니다. 흐르지 않는 강물은 자연에 없습니다. 자연에서 달리지 않는 자동차는 자동차가 아니라 고철입니다. 그냥 쇠붙이죠. 그게 자동차라는 근거는 없습니다. 물론 인간이 제작한 차는 타지 않고 그냥 모셔놓기도 합니다. 그건 인간이 저지른 거지요. 사이코패스 할머니가 '내가 미쳤다고 그런 짓을 하겠냐?' 하고 항변하지만 넘어가면 안 됩니다. 상주농약할머니 미친 사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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