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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902 vote 0 2015.10.01 (21:37:18)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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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은 세상이 가는 방향, 눈이 세상을 보는 관점, 언어가 가는 방향 이 셋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깨달음은 완전성의 깨달음이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듣는 것은 모두 불완전한 자연의 파편들이다. 자연의 완전성을 포착하려면 봄에 뿌린 씨앗이 가을의 수확으로 돌아올 때까지 1사이클의 주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 사이에 세상은 간다. 그 가는 방향을 포착해야 한다. 그렇다. 세상은 고요히 머물러 있지 않다. 세상이 가는 방향을 파악하려면 세상이 움직이는 동적 존재임을 알아채야 한다. 세상은 살아서 호흡하며 움직여 나아간다. 그래서 깨달음이 필요하다. 에너지의 입구와 출구가 있고 그 사이에 진행하는 방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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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가는 방향과 눈이 보는 방향은 반대다. 그러므로 정지한 것은 볼 수 있으나 움직이는 것이 헷갈린다. 버스에 탄 승객이 버스가 가는 것을 보고 가로수가 가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과 같다. 작은 것은 볼 수 있으나 큰 것은 보지 못한다. 짧게 끝나는 일은 알아볼 수 있으나 오래 걸리는 일은 보지 못한다.


    안에 든 것은 보지만 바깥에 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 사물을 보되 사건을 보지 못하고, 부분을 보되 전체를 보지 못한다. 거죽을 보되 속살을 보지 못하고, 형태를 보되 에너지의 출입을 보지 못한다. 끊어져 있는 것을 보되 연결되어 있음을 보지 못한다. 의사결정구조를 보지 못한다. 거의 모든 것을 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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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언어는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의 형식을 기본으로 한다. 역시 불완전하다. 두 사람의 관점이 충돌을 일으킨다. 대화는 불통이 되기 십상이다. 소통에 성공한다 해도 단편적인 정보 뿐이다. 일상의 언어로는 정지해 있는 사물에 대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으나 움직이는 사건의 내막을 전달하지는 못한다.


    언어는 약속이다. 고착된 까페를 약속장소로 잡을 수 있을 뿐 스포츠경기의 팀전술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약속하지는 못한다. 숙달된 프로선수만이 언어를 옳게 구사할 수 있다. 정치판의 언어가 좋은 예가 된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그러므로 정치의 모든 약속은 어긋나고 만다. 지켜지지 않는다.


    정치가들이 나쁜 마음을 품어서 그러한 것이 아니다. 운동선수도 충분한 훈련을 해야 팀전술을 소화할 수 있다. 훈련되지 않은 정치인의 언어는 시소에 탄 두 사람처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점점 엉뚱한 길로 간다. 정치인은 자신의 의도를 옳게 전달하지 못하고 유권자는 정치인의 언어를 접수하지 못한다.


    언어는 본래 불완전하다. 자연의 움직이는 방향과 눈이 보는 방향을 일치시킬 때 비로소 언어는 완전해진다. 그럴 때 움직이는 사건을 약속할 수 있다. 부분이 아닌 전체를 약속할 수 있고, 작은 것이 아니라 큰 것, 짧게 끝나는 일이 아니라 오래 걸리는 일을 약속할 수 있다. 그럴 때 정치인의 약속이 지켜진다.


    그래서 정치에 이념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므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 한 방향을 바라보도록 시선을 모아주는 것이 이념이다. 그 이념을 조직하는데 깨달음이 소용된다. 정지해 있는 사물을 약속할 것이 아니라 기세를 올리며 움직여가는 사건을 약속할 수 있도록 언어를 조직하는 것이 깨달음이다.


    언어는 불완전하다. 그러나 그 언어의 불완전성을 이해한다면 불완전한 언어의 징검다리들을 하나하나 연결시켜 완전한 말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이 깨달음이다. 선수 개개인은 불완전하나 팀은 완전하다. 부분은 불완전하나 그 불완전한 부분들을 연결시킨 전체는 완전하다. 온전한 전체의 모습을 끌어낼 수 있다.


    언어는 약속이다. 약속이 어긋나면 실패다. 약속이 지켜지면 성공이다. 우리는 지켜지는 약속들로 의사소통한다. 그렇게 성공하는 것이 완전성이다. 언어 안에 완전성이 있다. 언어 안에 약속이 지켜지는 구조가 있다. 토막쳐서 속이려들지 말고 전부 연결시켜서 말해야 한다. 약속이 지켜지는 구조로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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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전체에서 부분으로 갑니다. 빈 차로 가는게 아니라 에너지를 태우고 갑니다. 사건을 일으켜 갑니다. 시작에서 일어나 의사결정을 거쳐 끝까지 갑니다. 마침내 자신을 복제함으로써 사건을 완결시킵니다. 그 전체의 모습은 인간의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많은 부족민들은 남녀의 결합이 10개월 후의 아기와 연결된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10개월을 꾸준히 지켜볼 정도의 인내심이 없는 겁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일도 사실은 누군가가 열 달을 끈덕지게 지켜보고 알아낸 기특한 정보입니다. 인내심있는 사람이 인류 전체를 보고, 우주 전체를 보고, 역사 전체를 보고, 인생 전체를 보고 얻은 진리의 소식을 말해주지 않으면 우리는 모릅니다.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모릅니다. 그래서 깨달음이 필요합니다. 보려고 해야 보입니다.   


[레벨:17]눈내리는 마을

2015.10.02 (10:40:11)

보려고 해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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