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7002 vote 0 2008.02.02 (11:50:10)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자살은 하지 마시오. 자살 위협도 하지 마시오. 소통이 가능한 것은 관심사가 같기 때문이오.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기 때문에 서로 부대끼는 것이오. 그러므로 대화는 공유되는 길과 공통되는 관심사에 대한 대화라오.

인터넷에서 나이라든가 학력, 직업, 성별 따위는 전혀 문제되지 않소. 중요한건 소통, 그 소통을 위한 대화 그리고 그 대화의 주제라오. 그리고 그 주제를 소화하기 위한 소통의 문화와 그 양식이오.

나의 주제는 첫째가 구조론, 둘째가 깨달음, 셋째가 이상주의요. 그 이상주의로, 그 깨달음으로, 그 구조론으로 안내하기 위하여 정치 이야기도 양념으로 약간 곁들이는 것이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밑바닥에 신과의 대화가 있소.

타인과 대화하지 않소. 나의 글은 신에게 보이기 위해 쓰는 글이오. 글은 글의 결을 따르고, 그 결의 끝에서 어떤 지극함에 도달할 때 찡 하는 그것이 신과의 소통이오. 사람과의 대화는 신과의 대화에서 파생되어 나올 따름이오.

정치이야기 들을 분은 서프라이즈에서 보면 되고, 이상주의를 공유할 분은 달마실로 오면 되고, 구조론과 깨달음에 대해서 대화할 분은, 더 깊은 만남이 필요할 것이오. 그 어떤 것도 각자의 위치에서의 신과의 대화에 미치지 못하오.

님은 님의 위치에서 님 자신의 정상을 공격해야 할 것이오. 그것이 님의 위치에서 신과의 대화이오. 그 정상에 오르기 위해 정상에 오른 사람의 경험담이 필요하오. 구조론이나 깨달음이나 이상주의나 경험담에 불과하오.

님의 지금 맞닥들인 문제는 님이 님 자신의 정상을 지금 공격해야 한다는 것이오. 완성시켜야 한다는 것이오. 누구의 도움도 없이. 님이 그 정상을 공격할 의지가 없다면 나도 할 말이 없소. 나의 경험담이 도움이 되지 않소.

가는 길이 다르면 대화할 수 없소. 공유하는 것이 없으면 대화할 수 없소. 나는 님이 어떤 종교를 신앙하는지 모르오. 나는 독실한 기독교도나 신앙심 깊은 불교도와는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소.

종교는 약점일 수 있소. 상대의 약점을 건드리지 않으려 조심하다보면 대화는 겉돌게 되기 때문이오. 초능력이니 UFO니 외계인이니 하는 자와도 대화하지 않소. 딴나라 지지자는 아주 출입을 금하오.

주식이 어떻고 부동산이 어떻고 돈 이야기 하는 사람, 골프 이야기 하는 사람, 자식 키우고 살림하는 이야기 하는 사람, 해외여행 갔다온 이야기 하는 사람, TV 연속극 이야기 하는 사람, 연예인 이야기 하는 사람과도 대화하지 않소.

인간과 인간 사이에 대화가 가능할 확률은 매우 적은 것이오. 대부분이 사람과는 의미있는 대화가 불가능하며, 따라서 만나지도 않고 대화하지도 않는 것이오. 가는 길이 다르고 관심사가 다르면 달마실에서 반기지 않소.

관심사가 같고 가는 길이 같은 사람을 만날 확률은 원래 0에 가깝소. 아제님이 말했듯이 많아도 5명 안쪽일 수도 있소. 그러므로 대부분의 경우 의미있는 소통이 안 된다는 사실에 대해 낙담할 필요는 없소.

한 인간에게 3명의 친구만 있으면 충분히 살 수 있소. 하루는 24시간이고 그 중에서 자는 시간과 먹는 시간과 일하는 시간과 오가는 시간을 빼면 고독 속에 내던져지는 시간은 길어야 3시간이오.

3명의 친구만 있으면 충분히 의욕의 밧데리에 오늘 하루의 살맛을 재충전할 수 있소. 3명만 있으면 되는데 알지 못하고 대화가 통하지 않는, 99.999프로의 인간과 마주칠 일이 무엇이란 말이오?

나는 오래 산 속에서 살았소. 온 몸을 적시는 찬이슬이 이불이었고 잔디 밑으로 살금살금 기어다니는 개미떼가 담요였소. 생라면을 물에 불려서 먹고 살았소. 새벽녘 새 우는 소리에 깨어났던 그때가 행복했소.

나는 산 속에서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지만, 신이 바라보는 방향을 내가 바라보다 보니 그 신의 시선이 끝나는 지점에서 지금의 나의 포지션을 발견하게 된 것이오. 님은 그곳에 있고 나는 이곳에 있소.

나는 대부분의 인간들을 좋아하지 않소. 관심사가 다르고 가는 길이 다르므로 그 인간들에 신경쓰지 않소. 무관심이오. 명바귀 겨울을 견디는 데는 무관심이 최고라오. 총선에 누가 대패해도 눈 하나 깜짝 않소.

나의 글에는 독이 있을 수도 있소. 나의 시선은 한 발을 빼고 뒤로 물러나 관조하는 자의 시선이기 때문이오. 나는 세상의 그들과 기쁨과 슬픔의 결을 같이 하지 않소. 이방인의 시선이오. 신의 시선은 원래 그랬소.

맹바귀 이겨도 한국인이 골탕. 맹바귀 져도 맹바귀들 골탕. 유시민 대패해도 한국인들 벌여놓은 짓이 원래 그렇지 무덤덤. 신당이 허벌창나게 깨져도 한국인들 노는 꼴이 원래 그렇지. 어허 쾌재라.

님이 내가 모르는 어떤 행복의 코스를 찾았다면 여기서 얼쩡거리지 말고 얼른 그리로 달려가시오. 그것은 좋은 직장이 될 수도 있고, 좋은 결혼이 될 수도 있고, 운하주변 화물터미널 부동산 대박이 될 수도 있고.

나는 님을 모르기 때문에 백지 상태에서 이 글을 쓰오. 님이 노무현이라도 상관이 없소. 님이 딴나라당이면 님은 확실히 미쳤소. 적의 글을 읽으면 어떻게든 가랑비에 옷젖듯이 세뇌되고 만다오.

이 글을 하나의 작품으로 보지 않고 누가 누군가에게 하는 말로 알아듣는 청맹과니들은 정말.. 에휴. 안친해. .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889 구조론 집필계획 김동렬 2008-03-28 11974
1888 구조론의 의미 김동렬 2008-03-14 13617
1887 나는 왜 사랑을 말하는가? 김동렬 2008-03-10 15862
1886 구조체의 이해(업데됨) image 김동렬 2008-03-06 15615
1885 쿨하다는 것 2 김동렬 2008-03-02 16293
1884 쿨하다는 것 김동렬 2008-03-01 15793
1883 구조론의 의미 김동렬 2008-02-28 12112
1882 구조론의 탄생 김동렬 2008-02-27 11575
1881 구조론과 결정론 김동렬 2008-02-26 16222
1880 구조는 통합형의 모형을 제시한다 김동렬 2008-02-23 13854
1879 아래에 추가 김동렬 2008-02-23 13896
1878 달마실이 가는 길 김동렬 2008-02-20 11253
1877 세 가지 깨달음에 대해 김동렬 2008-02-20 14579
1876 손가락이 다섯인 이유 김동렬 2008-02-19 14211
1875 구조론 총론 김동렬 2008-02-13 12617
1874 철학이란 무엇인가? 김동렬 2008-02-10 16758
1873 소통의 부재 김동렬 2008-02-06 15442
»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김동렬 2008-02-02 17002
1871 미라이 공업의 경우 김동렬 2008-02-01 17363
1870 글쓰기와 글읽기 김동렬 2008-01-31 138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