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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7138 vote 0 2007.08.31 (20:37:46)

데일리섶 기고입니다.

기독교의 인과응보
남을 배려하지 않은 기독교도 배려해 주어야 하나?

한국 팀과 천국 팀의 축구시합이 열렸다. 박지성 선수와 설기현 선수가 드리블을 하고 라파엘 선수가 미카엘 선수에게 패스를 한다. 당신은 어느 팀을 응원하겠는가? 많은 기독교도들은 천국 팀을 응원할 것이다.

하느님은 어느 팀을 응원할까? 아마 한국 팀을 응원할 것이다. 하느님 입장에서 볼 때 한국 팀이 승리할 때에 한해서 그 시합이 유의미한 시합이 되기 때문이다. 신은 자신이 창조한 피조물이 성숙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려고 할테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천국에 애국하는 애국자들 많다. 이 애국자들이 문제다. 얄궂은 애국질 좀 그만두기 바란다. 당신들이 애국하지 않아도 당신들의 천국은 잘 돌아간다. 당신들의 유능한 하느님이 잘 관리하고 있을테니까.

천국에 애국하는 애국자들에게 충고하고 싶다. 천국과 한국이 시합을 한다면 하느님이 응원하는 팀을 응원하는 것이 맞다고. 그리고 하느님은 한국 팀을 응원할 것이라고.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면 이 대한의 역사도 또한 신의 창조한 결과일테고 그 역사의 중심에 대한민국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종교를 신앙하지 않지만 종교인들의 관점을 이해하는 편이다. 신이라는 단어에는 약간의 저항감이 있지만 신이라는 단어가 표상하는 완전성의 의미는 참으로 매력적이다. 나는 거기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완전한 신이라는 개념에서 완전한 공동체라는 이상주의에 관한 영감이 유도되기 때문이다. 완전한 신이 없다면 우리가 완전한 공동체를 꿈 꿀 이유조차도 없어지는 것 아닌가?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어딘가에 어떤 거룩한 완전함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의 불완전한 현존재는 그만 허무해지고 만다. 허무주의와 이기주의에 빠져 허우적대는 무신론자들보다는 적어도 어딘가에서 완전성의 빛에 대한 갈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사람이 더 매력적이다. 나의 주관은 적어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깨우쳐야 한다. 내가 스스로 먼저 완성되지 않으면 세계는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세계가 아름답게 완성되지 않으면 신의 창조는 그만 실패로 된다. 그러므로 먼저 자기 자신이 강해져야 한다. 당신이 진정으로 신을 믿는다면.

작가는 작중의 등장인물들이 더 생동감있는 캐릭터를 가져주기 원하고, 방송국의 프로듀서들은 연기자가 각본에 없는 애드립이라도 해주기 바라고, 충무로의 감독들은 주연배우가 능동적으로 움직여서 극의 중심을 잡아주기 원한다.

신이 있다면 앉아서 기도나 하고 있는 사람보다는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인간이 더 이뻐보일 것이다. 신이 있다면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이 세계라는 이 무대 위의 멋진 주인공이 되기를 진심으로 원할 것이다.

정상에 있는 자는 고독한 법이다. 왜 신의 고독을 이해하지 못하나? 왜 신의 고뇌를 고민하지 않나? 왜 신의 친구가 되려하지 않나? 내가 신이라면 내게 기도하고 매달리는 찌질이들 보다는 허심탄회하게 대화가 되는 친구를 원할 것이다. 신의 창조를 본받아 스스로의 삶을 적극적으로 창조하는 사람을 신은 더 사랑할 것이다. 신의 창조에서 배우는 것이 없는 피조물이라면 정이 가지 않을 것이다. 신의 실패작이 될 것이다. 신은 그 실패작들 앞에서 부끄러워질 것이다.

인질사태를 지켜본 소감을 말한다면 나는 인정많은 한국인들이 쿨하지 못하게 행동했다고 생각한다. 너무 많이 걱정하고, 너무 많이 신경쓰고, 너무 많이 흔들렸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이 이렇게 자신감 부족이었나 싶다. 왜 이런 정도의 일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고, 그 스트레스를 교회에 전가하려고 하고, 가엾은 인질들에게 화풀이를 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고통스러웠나? 그 화난 얼굴이 아름답지 않다.

이래서 안 된다. 한국은 세계로 뻗어나가야 한다. 앞으로 더 많은 문제와 부딪힐 것이다. 그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고 그때마다 내부갈등이 일어나고 그때마다 흔들린다면 세계가 어떻게 한국을 믿겠는가? 과연 우리는 세계가 한국인들을 마음 속으로 존경할 만큼 의연하게 대처해서 세계에 커다란 믿음을 심어주었나? 지금도 세계가 한국을 주시하고 있을텐데 말이다.

한국 많이 컸다. 한국이 클수록 이런 일은 더 많이 일어나게 되어 있다. 그렇다. 이것이 우리가 세계와 만나는 방식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지리상의 발견 시대에 서구의 여러 나라들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비한다면 이 정도는 참으로 약소한 거다. 세계는 넓다. 우리는 세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 많이 이해해야 한다. 더 정밀하게 소통을 시도해야 한다. 교회의 잘못은 알지도 못하면서 오만한 자세로 무리한 대화를 시도했다는데 있다. 그 교만이 악일 뿐 대화의 시도 그 자체는 선이다. 잘못을 반성하고 깨우침을 얻어야 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지 못한다면 또한 신의 실패다.

인질들의 생환을 환영하는 사람도 있고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정답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견이 엇갈린다는 사실에 또 스트레스를 받아 화를 낸다면 낭패다.

모든 한국인이 이 문제에 개입해서 각자 자기 의견을 말하고 마침내 완벽한 의견일치를 이루어내려고 한다면, 완벽한 정답을 찾으려 한다면 난감하다. 나는 희미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는 괴짜도 있고, 뺀질이도 있고, 덜렁이도 있고, 모험가도 있고 맹박하게 혼미한 자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정답을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 한국인이 더 성숙해지고 더 단련될 기회는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환영할 사람 환영하고 구상권 청구할 사람 청구하도록 하자.

기독교가 욕을 먹고 있다. 오버한 만큼 욕을 좀 먹어야 한다. 왜 오버했는가? 오만해졌기 때문이다. 왜 오만해졌는가? 625의 고통을 겪으며 가난의 콤플렉스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2만불 국민소득의 작은 성공에 도취해서 그 콤플렉스를 보상하기 위한 선민의식에 빠졌기 때문이다. 가난하던 시절 콤플렉스의 강도에 비례해서 졸부된 자의 선민의식도 크다. 선민의식에 비례해서 오만함도 크다. 그래서 오버한거다. 정신차려야 한다. 욕 먹은 만큼 성숙해지지 못한다면 또한 한국의 실패고 기독교의 실패다.

한국은 더 다원화된 사회가 되어야 한다. 어떤 하나의 강력한 질서에 의해 통제되어서는 안 된다. 지식인 집단이든, 교회세력이든, 지역토호 세력이든, 재벌이든, 조중동이든, 강남기득권이든 오버하지 말아야 한다.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를 얻어야 한다. 공존의 지혜를 얻어야 한다. 기독교가 그동안 남을 배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배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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