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7010 vote 1 2007.09.04 (17:16:17)

거짓 증언하는 자들은 ‘아는바 없다’고 한다. ‘모른다’고 하면 그 모르는 부분을 빼고 나머지 아는 부분이라도 대답하라고 추궁할 것이므로 아예 ‘아는 바 없다’고 발뺌을 하는 것이다.

알지 못하는 이유는 아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바 소(所)라 했으니 바는 장소다. 아는 바 없다는 것은 앎의 장소가 없다는 뜻이다. 앎을 저장하여 둘 창고가 없고 앎이 기대고 살 토대가 없다는 뜻이다.

앎의 정보를 저장할 파일이 없고, 그 파일을 저장할 폴더가 없고, 그 폴더를 저장할 소프트웨어가 없고, 그 소프트웨어를 저장할 OS가 없고, 그 OS를 저장할 하드웨어가 없다. 근본이 없다.

무언가 알고자 하기 이전에 먼저 ‘아는 바’를 추구해야 한다. 앎의 집부터 지어야 한다. 앎의 설계도를 먼저 얻어야 하고 앎의 나침반을 먼저 구해야 한다. 출발점으로 돌아가 앎의 기초부터 확립해야 한다.

무엇인가? 그것은 관(觀)이다. 가치관이다. 가치관으로 철학을 이룬다. 가치는 의미를 배달한다. 배달하여 동그라미를 이룬다. 가치를 배달하여 그것은 이야기다. 이미 그것을 얻고서야 비로소 알 수 있다.

눈을 떠야 한다. 관을 얻어야 한다. 시야를 열어야 한다. 먼저 그것을 얻지 못한다면 장님코끼리 만지기와 같아서 앎이 내 안에서 조직되지 않는다. 앎의 모습이 얽어지지 않는다. 앎이 내것이 되지 않는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알아야 하는데 내 안에서 앎의 모습이 얽어지지 않으니 하나의 앎이 열을 물어오지 않는다. 하나의 앎이 또다른 앎을 낳아내지 못한다. 앎을 통제하지 못한다. 그래서는 진짜가 아니다.   

관을 얻어야 한다. 구조로 보는 세계관을 얻어야 한다. 의미로 보고 가치로 보고 맞섬으로 보는 시야를 얻어야 한다.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연역적 사유의 방법을 획득하여야 한다. 전지적 관점을 획득해야 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설의 어원 김동렬 2024-12-25 6266
1811 노무현 대통령은 왜? 김동렬 2007-09-13 17338
1810 학문의 역사를 내면서 김동렬 2007-09-11 17343
1809 유시민과 멧돼지가 골프를 치면 김동렬 2007-09-05 16133
1808 민노당이 사는 법 김동렬 2007-09-04 15055
» 알지 못하는 이유는 김동렬 2007-09-04 17010
1806 기독교의 인과응보 김동렬 2007-08-31 17132
1805 마지막 말 김동렬 2007-08-30 17746
1804 전여옥 때문에 김동렬 2007-08-29 16205
1803 김석수, 류가미들의 폭력 김동렬 2007-08-28 17469
1802 그래. 논객자격을 위조했다. 어쩌라고. 김동렬 2007-08-26 17449
1801 강금실이 나와야 이야기가 된다 김동렬 2007-08-23 13867
1800 최수종과 주영훈보다 나쁜 것 김동렬 2007-08-22 16886
1799 현대성 - 핵심요약 김동렬 2007-08-12 15768
1798 디워, 충무로를 타격하라 김동렬 2007-08-08 14756
1797 디워 봤다.. 이송희일 때문에 김동렬 2007-08-05 11358
1796 심형래와 스필버그 김동렬 2007-08-02 11881
1795 누가 광주의 진정한 주인공인가? 1 김동렬 2007-07-31 11350
1794 구조론 간단하게 김동렬 2007-07-30 12723
1793 직관의 의미 김동렬 2007-07-30 13271
1792 예술이란 무엇인가? 김동렬 2007-07-27 11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