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5942 vote 1 2007.09.04 (17:16:17)

거짓 증언하는 자들은 ‘아는바 없다’고 한다. ‘모른다’고 하면 그 모르는 부분을 빼고 나머지 아는 부분이라도 대답하라고 추궁할 것이므로 아예 ‘아는 바 없다’고 발뺌을 하는 것이다.

알지 못하는 이유는 아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바 소(所)라 했으니 바는 장소다. 아는 바 없다는 것은 앎의 장소가 없다는 뜻이다. 앎을 저장하여 둘 창고가 없고 앎이 기대고 살 토대가 없다는 뜻이다.

앎의 정보를 저장할 파일이 없고, 그 파일을 저장할 폴더가 없고, 그 폴더를 저장할 소프트웨어가 없고, 그 소프트웨어를 저장할 OS가 없고, 그 OS를 저장할 하드웨어가 없다. 근본이 없다.

무언가 알고자 하기 이전에 먼저 ‘아는 바’를 추구해야 한다. 앎의 집부터 지어야 한다. 앎의 설계도를 먼저 얻어야 하고 앎의 나침반을 먼저 구해야 한다. 출발점으로 돌아가 앎의 기초부터 확립해야 한다.

무엇인가? 그것은 관(觀)이다. 가치관이다. 가치관으로 철학을 이룬다. 가치는 의미를 배달한다. 배달하여 동그라미를 이룬다. 가치를 배달하여 그것은 이야기다. 이미 그것을 얻고서야 비로소 알 수 있다.

눈을 떠야 한다. 관을 얻어야 한다. 시야를 열어야 한다. 먼저 그것을 얻지 못한다면 장님코끼리 만지기와 같아서 앎이 내 안에서 조직되지 않는다. 앎의 모습이 얽어지지 않는다. 앎이 내것이 되지 않는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알아야 하는데 내 안에서 앎의 모습이 얽어지지 않으니 하나의 앎이 열을 물어오지 않는다. 하나의 앎이 또다른 앎을 낳아내지 못한다. 앎을 통제하지 못한다. 그래서는 진짜가 아니다.   

관을 얻어야 한다. 구조로 보는 세계관을 얻어야 한다. 의미로 보고 가치로 보고 맞섬으로 보는 시야를 얻어야 한다.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연역적 사유의 방법을 획득하여야 한다. 전지적 관점을 획득해야 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819 기독교는 무엇인가? 1 김동렬 2007-09-21 14683
1818 서프 논객들이 증발한 이유 김동렬 2007-09-20 15813
1817 그리스인처럼 사유하라 김동렬 2007-09-19 11808
1816 왜 지금 전여옥이 문제인가? 김동렬 2007-09-17 15684
1815 내가 유시민을 지지하는 이유 김동렬 2007-09-15 15748
1814 무리한 단일화 압박 옳지 않다. 김동렬 2007-09-14 15232
1813 질문과 답변 김동렬 2007-09-13 12969
1812 철학이란 무엇인가? 김동렬 2007-09-13 11132
1811 노무현 대통령은 왜? 김동렬 2007-09-13 16484
1810 학문의 역사를 내면서 김동렬 2007-09-11 16479
1809 유시민과 멧돼지가 골프를 치면 김동렬 2007-09-05 15252
1808 민노당이 사는 법 김동렬 2007-09-04 14182
» 알지 못하는 이유는 김동렬 2007-09-04 15942
1806 기독교의 인과응보 김동렬 2007-08-31 15980
1805 마지막 말 김동렬 2007-08-30 16793
1804 전여옥 때문에 김동렬 2007-08-29 15350
1803 김석수, 류가미들의 폭력 김동렬 2007-08-28 16564
1802 그래. 논객자격을 위조했다. 어쩌라고. 김동렬 2007-08-26 16592
1801 강금실이 나와야 이야기가 된다 김동렬 2007-08-23 13091
1800 최수종과 주영훈보다 나쁜 것 김동렬 2007-08-22 16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