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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6603 vote 0 2007.09.20 (10:54:50)

서프 논객들이 증발한 이유

(다른 게시판의 리플을 모아서 이어놓은 글이라서 맥락이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까놓고 하는 이야기다. 오해되기 딱 좋은 글이다. 오직 오해할 목적으로 필자의 글을 읽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오해도 하나의 전략이니까. 눙치고 의뭉떠는 사오정 전술 말이다.

뭐 어차피 논객놀음은 때려치웠으니 굳이 기를 쓰고 오해하겠다면 오해해도 상관없고.. 명성 따위는 연연하지 않고 끌리는 데로 쓰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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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정치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착각이 문제다. 정치가 ‘100’이라면 우리가 토론하는 것은 그 중의 ‘10’에 불과하다.

비유하자면 물고기가 미끼를 물기 전에 낚싯대를 드는 것과 같다. 미끼를 물지 않으면 아무리 물고기가 많이 모여들어 있어도 낚지 못한다. 그런데 멀리서 보면 미끼를 물었는지 안물었는지 잘 안보이니까.. ‘고기가 그렇게 많은데 왜 낚싯대를 채지 않고 있느냐’며 화를 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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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선거의 본질은 ‘지역+유교’다. 이 둘만 알면 선거 다 알 수 있고 정치판 다 꿸수 있다. 결국 ‘지역주의’ 외에 답이 없는 거다. 우리가 공세적으로 지역주의를 선동할 수는 없다. 그건 옳지 않으니까.

저쪽의 지역주의를 막을 방법도 없다. 그걸 막는다고 떠드는게 역으로 이용되는 거니까. 통제할 수단이 없다. 본질에서 이렇게 어긋나 있는데 변두리에서 변죽을 올려봤자 허무할 뿐이다.

본질은 ‘영남에서 한번 나오면 호남에서도 한번 나온다’는 5년 전의 약속이다. 누가 그 약속을 했느냐? 약속 안했어도 약속한 셈으로 치는게 정치다. 그게 유교주의 논리다. 유교주의가 강조하는 중도의 원리다.

그러므로 이번에는 호남에서 나와야 맞다. 그 사람은 정동영이다. 그러므로 유교정치의 사리로 보면 정동영이 되는게 맞다.(사실은 충청에서 나오는게 맞는데 충청도 사람은 워낙 본심을 알 수 없고.)

물론 옳고 그름을 논하기로 하면.. 유교주의라는 것은 말도 안 되고.. 어림 반푼어치도 없고, 정치는 어디까지나 옳은 사람과 옳은 정책을 선택하는 거지.. 호남과 영남 사이에서 주거니 받거니 돌아가면서 해먹기는 말도 안 되는 개수작이지만.. 정치가 민심을 통제하려 하는 만큼 민심도 정치판을 통제하려고 하는 거고.. 그 민심이 정치를 통제하는 수단이 이거다. 말도 안 되는, 결코 옳지 않은 유교논리다.

(지금껏 정치가 민심을 통제하려고만 했지 역으로 민심이 어떻게 정치를 통제하는지에 대해서는 지식인들이 연구를 안했다. 그러니 민심의 반란에 이렇게 당하는거다. 민심이 항상 옳은 것은 전혀 아니다.)

어쨌든 가당찮은 유교논리로 보면 이번에는 호남에서 나와야 맞다. 그런데 정동영이 줄기차게 삽질을 해서 얼기설기 얽어놓은 ‘개혁+호남’의 구도를 다 깨부숴 놨기 때문에 정동영으로 나가면 무조건 진다는게 딜렘마다.

정동영이 이명박을 이길 수 있다면 그냥 정동영이 대통령을 하면 되는 거고 우리는 선거 후에 신당 만들면 되는 거다. 나는 지역당으로 후퇴한 신당을 지지하지 않으니까.

‘정동영이 이명박을 이길수 없다’는게 문제인데 ‘이길 수 없다’는 증거가 어디에 있느냐다. 그걸 말로 잘 설득하면 된다? 말로 설득해서 된다면 벌써 다 설득해서 이명박이 얼마나 고약한 사람인지 전 국민이 다 알고 있을 거다. 말로 설득이 된다면 지금 이명박 지지율은 0프로가 나와야 맞다.

정치는 말로 설득되는 분야가 아니다. 역사의 흐름을 따라가는 거다. 우리가 죽을 쑤니, 대만도 죽을 쑤고, 한국과 대만이 경제적으로 정체되어 있으니까 일본도 자동으로 물 먹고.. 이것이 다 우연은 아니다.

개코원숭이 부시가 되니까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사르코지가 되고.. 독일에서도 메르켈이 되고.. 유럽도 총체적으로 우향우 하고 있는데.. 이게 다 우연이 아니다. 필연의 흐름으로 가는 거다. 그 본질을 인정해야 한다.

굉장히 많은 밑바닥의 변수들이 있고, 우리의 토론은 그 중의 물 위에 뜬 빙산의 일각, 곧 0.083만 논하는 것이며, 이면의 0.917은 애초에 말도 못 꺼내보고 그냥 휩쓸려 가는거다. 말로 이겨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

바람이 일어나지 않으면 못 이긴다. 그리고 지금 바람은 정동영이 일으키고 있다. 바람은 명분이 있어야 일어나는데 그 명분이 5년 전의 그 (말도 안 되는)약속이다. 그것은 영남에서 한번 나왔으니 호남에서 한번 나와야 균형이 맞다는 명분이다. 어떤 명분도 이걸 꺾지 못한다.  

우리의 명분은 개혁인데 저쪽의 명분은 도장이다. ‘우리가 개혁을 하더라도 저들에게 사전에 승인을 받아와서 개혁하라’ 이것이 5년 전의 약속이다. 그런데 우리가 저들에게 도장을 안 받고 개혁을 했기 때문에, 이제는 승인을 안 해주겠다는 거다. 이게 본질이다. 개혁명분이 도장명분을 못이긴다. 개혁은 멀리 구름 위에 떠 있고 도장은 당장 내 손에 쥐어져 있으니까.

우리의 명분은 ‘정동영은 이명박을 이길 수 없다’고 저쪽의 명분은 서프가 합법적, 민주적 경선으로 당선된 정동영을 밀어주지 않을 리가 없는데 정동영이 이명박을 왜 못이기느냐다.

저쪽의 전술은 오직 하나 사오정 전술이다.

‘난 당신들을 믿어. 나는 서프를 믿는다구. 서프에는 훌륭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 그들은 민주적 경선으로 승리한 정동영을 틀림없이 밀어줄거야. 서프가 배신할 리 있나. 천만에. 서프는 절대 배신하지 않아. 그러니 정동영이 이명박을 이겨.’

이게 눙치고 의뭉떠는 사오정 논법이다.

그런데 우리가 정동영을 밀어줄 리 없다. '우리는 정동영을 밀지 않는다. 고로 정동영은 이명박에게 진다' 이렇게 말하면 저쪽은 '배신이다' 이렇게 응수한다. 그런데 원래 배신은 친구 사이에 하는 거다. 친구라고 믿었는데 배신이지 안 믿었는데 배신은 아니거든.

그래서 배신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원래 너랑은 친구가 아니었다'고 오리발을 내미는게 이쪽의 명분이다. 원래 저들과 친구가 아니라는 증거는? 그 증거를 만들기 위해 논객들이 일제히 잠수탄거다.

지금 논객들이 서프에서 열심히 떠들면 결국 정동영이 이겼을 때 정동영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을 해줘야한다. 그게 맞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경선불복이다. 옳지 않다. 경선불복 할 것인가?

‘나는 정동영이 되면 차라리 권영길을 민다. 그러므로 정동영은 안 된다’ 이것이 이쪽의 논리다. 이 논리로.. ‘정동영이 되면 서프는 당연히 정동영을 민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사람들을 겁주기 위해 논객들이 일제히 잠수탄거다.

나만 잠수탄게 아니고 일제히 잠수탔는데 이건 정동영이 되면, 혹은 DJ가 특정인(손학규)을 낙점하면 ‘서프는 권영길을 밀고 만다’는 경고를 하는 거다. 이게 이심전심으로 전해진 이쪽의 유일한 전략이다. 태업을 하고 있는 거다.

어쨌든 지금 정동영을 막을 방법은 ‘정동영 되면 서프는 당연히 권영길 민다’ 이거 밖에 없다. 그런데 그 말을 노골적으로 못하니까 입이 닫혀버린 거다.(이 말을 노골적으로 하면 호남 사람들에게 원한을 산다. 어떤 경우에도 원한 사는 짓을 하면 안 된다.)

과연 정동영이 되면 서프는 권영길을 밀까? 이건 모른다.

이번 선거는 호남이 스스로 답을 내야 한다. 호남이 이명박을 이길 수 있는 좋은 후보를 내주든지, 아니면 광주가 위대한 선택을 해주든지다. 나같은 영남출신은 아무 것도 못한다. 나설수록 역효과다. 영남사람이 호남사람을 향해 '당신들 그렇게 하면 안돼!' 이렇게 호통을 쳐서 그게 먹히겠는가?

정동영을 제껴도 호남이 제껴야 한다. 호통을 쳐도 호남사람이 호남사람에게 호통을 쳐야 한다. 호남이 스스로 답을 내지 못하면 진다. 어쨌든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정동영 되면 권영길 민다’를 실천하여 증명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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