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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32 vote 0 2025.04.01 (14:06:18)

    생각을 어떻게 할 것인가? 막연히 머리에 힘 주고 있는 것은 생각하는 게 아니다. 생각은 좌표를 그려놓고 빈 칸에 채워넣는 것이다. 원본이 되는 모형을 복제하여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다. 깔때기-지렛대-도마-칼-재료의 다섯 가지 모형이 있다. 우주는 이 다섯으로 모두 설명된다.


    세상이 처음부터 복잡하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백지처럼 단순했는데 세월이 흐르며 뒤섞여서 복잡해진 것이다. 중간단계의 중복과 혼잡을 제거하면 최초의 단순한 것이 남는다. 바둑을 두기 전의 빈 바둑판과 잘 정리된 바둑돌이다. 세상은 최초의 단순한 것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단순한 것은 원자다. 그러나 원자는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 바둑알만 있고 바둑판이 없다. 바둑판이 없는데 바둑알이 스스로 바둑을 둔다. 누가 원자라는 바둑알을 변화라는 바둑판에 올려놓겠는가? 바둑알에 그러한 기능이 내장되어 있어야 한다. 원자가 변화를 갖추어야 한다.


    존재는 내부에 고유한 파동이 있다. 변화를 내장하고 있다. 파동은 부단한 방향전환이다. 모든 존재는 스스로 방향전환을 한다. 춤 추는 바둑알이 파동의 결맞음에 의해 무더기로 방향을 통일한 것이 우리가 보는 형태다. 파동을 가진 끈이 충돌해 꼬였을 때 존재는 모습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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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동을 가진 유체로 이루어진 에너지의 장이 깔때기다. 닫힌계의 깔때기 속에서 파동의 충돌에 의한 척력의 작용이 파동의 결맞음에 의해 인력으로 바뀌는 방향전환이 일어난다. 파동은 흔들리는 끈과 같다. 끈이 흔들리다가 꼬여서 형태가 만들어진 것이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상이다.


    질-입자-힘-운동-량 순서로 방향전환이 일어난다. 질의 깔때기가 깨지고 입자의 지렛대로 바뀌면서 힘이 증폭된다. 입자의 지렛대가 깨지고 축을 잃어서 대칭된 둘 중에 하나가 선택되는게 힘이다. 대칭이 깨지고 힘이 전달되는게 운동이다. 연결이 깨지고 단절되며 힘을 받는게 량이다.


    하나의 사건 안에서 다섯 번의 방향전환과 의사결정이 일어난다. 방향전환은 깔때기 내부에서 작아지며 국소화 되는 마이너스 방향으로만 일어난다. 세상은 사건이고, 사건은 변화이고, 변화는 방향전환이다. 세상은 깔때기 속의 지렛대, 지렛대 속의 도마, 도마 속의 칼, 칼 속의 재료다.


    뉴턴 3법칙은 외부에서 힘이 작용했을 때 공간적 거리 변화와 시간적 속도 변화를 설명한다. 존재 내부에서 자체 모순에 의해 일어나는 자발적 변화를 설명하려고 한 사람은 없었다. 인류는 그동안 존재라는 자동차가 달리는 모습을 외부에서 봤을 뿐 내부의 엔진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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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깔때기 : 유체는 힘이 어느 방향에서 작용하든 상관없이 닫힌계 내부에서 상호작용 과정에 용해되므로 결과가 같다. 소용돌이나 회오리는 여러 방향의 힘을 한 방향으로 바꾼다. 척력을 인력으로 바꾸어 형태를 변화시키지만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성립한다.


    지렛대 : 강체는 깔때기가 깨져서 만들어진다. 지렛대는 내부에 축과 대칭의 구조를 갖추고 있어서 지렛대 손잡이의 긴 파동을 작용점의 짧은 파동으로 바꾸는 형태로 힘을 증폭시킨다. 우리가 보는 물체는 유체의 깔때기가 깨지면서 힘이 증폭된 지렛대다.


    도마 : 지렛대가 깨진 것이 도마다. 도마는 대칭을 이루는 지렛대 가운데의 축이다. 대칭의 축은 작용의 힘을 반작용으로 튼다.


    칼 : 도마가 깨지면 칼이 된다. 대칭의 두 날개를 이루고 힘을 전달한다.


    재료 : 칼이 깨지면 재료다. 재료는 힘을 받는다.


    세상은 깔때기, 지렛대, 도마, 칼, 재료라는 다섯 가지 구조로 되어 있다. 구조를 이해하는 핵심은 부분이 모여서 전체가 되는게 아니라 전체가 깨져서 부분이 된다는 연역추론에 있다. 변화는 작아지는 쪽으로 일어난다. 지렛대가 모여서 깔때기가 되는게 아니라 깔때기가 깨진 것이 지렛대다. 강이 모여서 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 유가 파동의 결맞음에 붙잡혀서 나란해진 것이 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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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존재하는 이유는 존재하지 않기보다 존재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물질이 존재하는 이유는 에너지 상태보다 물질 상태가 더 쉽기 때문이다. 세상의 첫 번째 법칙은 쉬운 길을 간다는 것이다. 에너지는 최소작용, 최단거리, 최고효율을 선택한다. 그것이 이기는 힘이다.


    세상은 변화다.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세상은 변화한다. 세상의 근원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상태다. 변화가 불변을 이기는 상태다. 그것은 변화의 자궁이다. 우리가 보는 물질은 변화의 결과다. 변화는 궁극적으로 방향전환이다. 존재의 원형은 방향전환을 할 수 있는 형태다.


    움직이는 두 바퀴가 축을 공유할 때 완전성의 모형이 된다. 존재의 원형을 이룬다. 축이 이동하여 공유가 깨지는 형태로 변화는 일어난다. 그것은 깔때기 속에 지렛대가 들어간 모양이다. 지렛대 속에는 도마가 있고, 도마에는 칼이 올라가고, 칼에는 재료가 붙잡힌 모양이 된다.


    움직이는 두 바퀴가 축을 공유하는 모습을 (∞)로 나타낼 수 있다. 두 바퀴가 축을 공유할 때 바깥쪽은 파장이 크고 안쪽은 작다. 가장자리는 외부 환경과의 충돌 확률이 높으므로 중심의 축으로 밀린다. 가장자리가 외부와 충돌하는 것이 척력이고 축으로 밀리는 것은 인력이다.


    1. 깔때기는 외력을 흡수한다.

    2. 지렛대는 힘을 증폭시킨다.

    3. 도마는 힘의 방향을 바꾼다.

    4. 칼은 힘을 전달한다.

    5. 재료는 힘을 받는다.


    들어갈 수는 있는데 나올 수는 없는 구조가 깔때기다. 깔때기의 중심이 움직이면 지렛대다. 도마와, 칼과, 재료는 지렛대의 부품들이다. 깔때기는 척력을 인력으로 바꾸고, 지렛대는 힘을 증폭시키고, 도마는 힘의 방향을 틀어 역설을 일으킨다. 우주의 모든 변화를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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