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사는 언제나 적이 전면에 있어야 한다. 적이 측면에 있으면 대오가 붕괴되고 적이 후방에 있으면 일제히 도주한다. 병사는 적이 눈에 보여야 안심한다. 포위당한 병사는 여러 방향을 동시에 봐야 하므로 시선이 분산된다. 반면 포위한 부대는 병사들의 시선이 일 점으로 모인다. 밀집사격에 의한 일점타격의 위력은 측면의 노출에 있다. 전면의 적은 내가 방어하고 측면의 적은 동료가 방어한다. 병사는 측면의 안전을 확보하려고 하므로 대형은 횡대로 길어진다. 밀집사격을 통해 적군의 일 점을 파괴하여 구멍을 만들면 주변에 있는 병사는 측면이 노출된다. 바둑 용어로 '빵때림은 30집'이라고 했다. 구멍을 메우려고 병사들이 일제히 움직일 때가 가장 취약하다. 움직일 때 엄호사격을 해준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권율 장군이 행주산성에서 화약무기로 이긴 비결이다. 단번에 대오가 붕괴되므로 적은 후퇴해서 재편성을 해야했다. 개별사격을 하면 병사가 죽어도 뒷줄의 병사가 빈자리를 메우므로 대형이 유지되는데 밀집사격에 일제사격으로 단번에 한 지점의 100명 정도를 제거하면 주변 200여 명은 측면이 노출된다. 구멍을 메우려고 위치를 이탈해 움직이다가 연쇄이동이 일어나 전군붕괴로 치닫고 만다. 포위당한 병사와 포위한 병사의 힘의 차이는 성벽 위의 병사와 성벽 아래의 병사만큼 크다. 손자병법은 병력 숫자가 10배일 때 성을 포위하라고 했다. 측면이 노출되고 동료의 보호를 받지 못하면 단번에 10배로 불리해진다. 팀플레이가 개인능력보다 10배 우세하다는 말이다. 구조의 힘은 막강하다. 팀플레이에 포메이션 전술로 기술을 걸면 적은 연결이 끊어져서 갑자기 취약해지고 아군은 연결에 성공하여 압도적으로 강해진다. 적을 깔때기에 가두고 지렛대로 눌러야 한다. 도마로 받치고 칼로 내리쳐야 한다. 이런 것은 사고실험으로 쉽게 알 수 있다. 병법의 근본은 적의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것이다. 깔때기에 갇히면 적은 측면과 후방이 노출된다. 측면과 후방에는 눈이 없다. 의사결정이 불가능해진 적은 그대로 무너진다. 아군은 연결되므로 갈수록 상승효과를 얻어 이기고 적군은 단절되므로 갈수록 상쇄효과를 일으켜 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