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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80 vote 0 2025.03.28 (11:18:06)

    구조론의 가르침은 다르마를 따르라는 것이다. 인도 사람이 생각하는 다르마는 단순히 운명을 따르는 것이다. 천민은 그냥 운명을 받아들이고 귀족에게 복종해서 다음 생에 귀족의 몸을 받아 태어나면 되는 것이다. 운명에 순종하라. 그게 그렇게 좋은 말이 아니다.


    다르마에 힘이 있는 것은 바가바드 기타의 가르침 때문이다. 이건 좀 다르다. 팀플레이 안에서 자기 역할을 하는 게 다르마다. 다르마를 따른다는 것은 예컨대 이런 거다. 영화로도 나온 연극 ‘칠수와 만수’에서 칠수와 만수는 간판일을 하다가 광고탑에 올라갔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인간들이 같잖게 보인다. 쪼매난 것들이 콱! 흥분해서 소리를 좀 질러봤는데 지나가던 행인들이 시위하는 줄 알고 호응하는 바람에 일이 커졌다. 이재명의 인생도 칠수와 만수 비슷하다. 안동 촌놈이 성남 시계공장에 소년공이다.


    사람들이 호응하는 바람에 일이 커졌다. 왜 호응했을까? 먹히는 캐릭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존재한다. 칠수와 만수는 88년에 영화화되었다. 딱 타이밍이 좋았던 것이다. 이 영화를 지금 찍는다면? 이재명은 그냥 이재명이지만, 시대가 필요로 한다면?


    우리는 그동안 너무 당하고 살았다. 화끈하게 좀 만져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대장은 누가 해야 하나? 밑바닥에서 좀 굴러먹은 캐릭터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이재명은 그냥 김부선과 연애나 하면서 조용하게 살면 되는데 어쩌다가 철탑 위에 올라갔다면. 


    칠수와 만수는 뺑끼칠만 하고 집에 가야 하는가? 1988년이다. 민주화 투쟁이 절정이다. 뺑끼칠이나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남들이 원하고 내가 할 수 있다면 그 행동을 해야 한다. 그것이 다르마다. 광장에 모여든 군중에게 뭔가 깊은 인상을 던져줘야만 한다.


    안되면 노래라도 한 곡조 뽑든가. 뭔가를 해야 한다. 왜? 군중이 모였고 다들 쳐다보고 있으니까. 남의 시간을 빼앗았으면 합당한 뭔가를 내놔야 한다. 필자도 우연히 구조론이라는 용의 꼬리를 봐버린 것이다. 안 봤다면 몰라도 봤다면 거기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이재명의 운명은 드라마틱하다. 각본을 이렇게 쓰기도 어렵고 연출을 이렇게 하기도 어렵다. 캐릭터가 만들어졌고 그것은 한국의 정치자산이다. 하느님도 품을 많이 들였다. 비용을 회수해야 한다. 사실 다들 연극을 하고 있다. 윤석열도 광고탑에 올라간 만수다.


    윤석열은 왜 그랬을까? 안 올라갔다면 몰라도 올라갔다면 별수 없다. 국힘은 왜 그랬을까? 진중권은 왜 그랬을까?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 범인은 이 안에 있다. 헌재 판사 중에 한두 명이 이재명과 윤석열을 동시에 날린다고 꼬투리를 잡아서 시간을 끌었다. 


    물론 이재명을 날리기는 불가능하다. 그들의 목적은 대선불복에 있다. 이재명의 대통령 당선은 막을 수 없지만, 대선불복의 근거는 만들어두면 태극기를 동원할 수 있고 그걸로 압박하여 국힘당을 장악할 수 있고 윤석열이 감옥에 가더라도 김건희는 빼줄 수 있다.


    헌재가 3월 초에 판결했는데 이재명이 유죄를 받으면 난감하다. 민주당은 대선후보 교체할 시간 여유가 없다. 민주당은 그대로 밀어붙일 것이고 국힘은 대선불복에 나설 것이고 그러면 헌정질서가 흔들린다. 매끄럽게 가보자. 판결을 지켜보고 윤석열을 보내자.


    이랬을 것이다. 정리하자. 우리는 모두 연극을 하고 있다. 석열도, 국힘도, 헌재도 연극을 한다. 왜? 광장에 사람이 모였고 그들이 쳐다보고 있잖아. 이재명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드라마가 여기까지 오는데 들어간 품이다.


    용두사미는 좋지 않다. 30부작 드라마를 흥미진진하게 시청했는데 마지막에 흐지부지되면 안 되잖아. 내 30시간 돌리도! 이건 아니잖아. 들어간 비용이 적잖은 만큼 회수하려면 다르마를 따라야 한다. 박수 칠 놈은 치고, 거품 물 놈은 물고, 갈 데까지 가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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