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나는 긍정주의자인가, 부정주의자인가?
사실 젊은 시절에는 부정적인 측면이 많았다.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청년기에 세상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정말 이상한 거 아닌가?
교회에서도 그랬고, 일반대 법학과를 다닐 때도, 교육대학을 다닐 때도 그러했다. 비판적인 사고는 여전했지만, 교회서도 작은도서관 운동, 국제기아 모금활동을 자발적으로 했다. 법학과 다닐 때는 법철학과 법사상사, 헌법, 노동법에 관심이 많았고 교육대학에서는 운동권(개인적으로 긍정적 시각)과 전혀 관련없던 내가 학내 NGO운동을 했다.
50이 넘은 요즘 나는 긍정주의자다. 대한민국이 암울하고, 교육계에 우울과 불안 등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해도 나의 반은 매년 그랬듯이 태평성대고, 내가 속한 학년의 학교폭력과 생활지도의 어려움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정확히 말하면 학기초에 비해서 갈수록 좋아진다. 지금 맡은 학년은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지니 굳이 좋다는 말을 하는 것은 진부하고 사족같은 표현이다.
나는 학급 규칙을 빡빡하게 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느낌과 욕구를 존중한다. 리더로서 학생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아이들의 필요와 5학년이 도달해야 할 성장목표를 조화롭게 이뤄갈 수 있도록 학급운영을 한다. 남이 보기엔 저반은 뭘하나 싶겠지만, 그럴 때는 속으로 웃음이 나온다.
'혹시 아이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계신가요, 혹시나 심각한 수업방해나 학교폭력, 학부모의 악성민원이 생길까 걱정하지 않으시나요?'
지난 12년간 지역마다 가장 힘든 학교에서 근무하다보니 동탄같은데 가면 선생님도 별 수 없을 거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늘 나는 안된다고 하는 학교에 가서 되는 학교를 만들었다. 남수원초에서 기라성같은 전교조 선배님들에게 온몸으로 정말 많이 배웠다. 전교조샘들과 지부에서 비폭력대화 연습모임 참여하면서 비폭력대화를 나의 친구로 삼았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아닌 체화된 욕구중심, 소통중심 자기의식과 언어로 말이다.
금암초에서는 거의 늘 혼자였지만, 정말 최악의 관리자를 만나도 어쨌든 버텼고, 학급과 학년은 평안했다. 나 역시 내가 교사들이 평균적으로 하는 출석계 제출, 각종 업무의 기한 준수는 부족하고 뭐라 변명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하지만, 어쨌든 학생과 학부모 관계, 다른 반의 어려움을 돕는 것에는 자타공인 최고라고 자부한다.
내년에 전교조 본부로 가게 될 지, 아니면 학교폭력 전국 1위인 제 2동탄으로 가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곳은 내게 주어진 교육적 상황을 피해간 적은 없다. 늘 기피학년, 기피학급, 기피학생, 기피 학부모를 만나서 좌충우돌 1년 살이 하면서 한 달만에 학생의 진전을 보이고 학부모와 관계가 서서히 개선되고 1년이 지나도 이상우가 아닌 다른 샘 밑에서도 비교적 잘 지내는 아이들로 만들었다. 사실 내가 만들었다기보다는 동학년샘들, 상담샘, 관리자들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물론 지난 3년 6개월 동안 관리자들의 도움은 전혀 없었다. 방해가 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문제해결 능력있는 관리자를 찾기란 체육을 즐겨하는 초등교사를 찾는 것보다 어렵다.
최근에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보복시 학교폭력 신고와 끊임없는 악성민원, 내 자식 최고니 교사가 내 아이만 최고로 대우해야 한다는 대리만족형 욕망가득한 부모들의 끊임없는 부당한 요구로 학교가 교육을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 선생님들이 맘껏 교육하기는 커녕 자기 보호를 위해 위축되고, 감추고, 할 것도 감히 하기 망설여지는 것이 현실이다.
교사가 위축되고 불안해하면 교직 수행이 어렵다. 그럼에도 아시다시피 아무리 힘들어도 주변의 좋은 선생님들, 학교 밖의 베테랑 선생님들과 연결통로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직을 부정적으로 보는 인디스쿨- 맞는 말도 있고, 오죽하면 저런가 하는 연민도 느껴지지만-의 암울한 분위기에서도 교육은 희망이 되어야 하고 우리아이들은 갈수록 무너저가는 가정환경에도 학급의 교사는 최후의 보루일 수 밖에 없다.
아이들 없이 교사는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아이들 없이 교사는 존재할 수도 없다. 그러기에 나는 최악의 상황에도 여전히 희망적이고 아이들이 보고 싶다. 아이들만 생각하면 호르몬이 나온다.
이번 주 목요일에는 사제동행과 학급 깜짝 파티겸 아이들과 초저녁에 어설픈 파자마 파티와 치킨&영화감상 이벤트를 하려고 한다. 예전에는 에버랜드도 가고 수원화성도 돌았는데 지금은 이것 저것 따질 것이 하도 많아서 쉽지 않다. 나는 안전에 대한 문제보다 서류준비하는 것이 더 어렵고 스트레스 받아서 자꾸 안하게 된다.
어쨌든 애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늘 즐겁다. 이제는 졸업생들과 에버랜드를 가든, 문화답사를 가든 해야겠다. 비록 1년에 한 두 번 연락이 오고 담임 이후 직접 만나는 것은 손가락으로 꼽지만, 교사는 아이들 마음 속에 평생의 스승이다. 평생 동반자다. 부모 외에 가장 힘이 되는 응원자다. 비록 1년에 한 두 번 연락이 오고 담임 이후 직접 만나는 것은 손가락으로 꼽지만, 교사는 아이들 마음 속에 평생의 스승이다. 평생 동반자다. 부모 외에 가장 힘이 되는 응원자다. 교사는 평생 스승이다. 평생 동반자다. 그러기에 나는 오늘도 교육의 길을 간다. 부정적인 상황속에서 긍정주의자로 살 수 있는 힘을 아이들에게서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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