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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422 vote 0 2004.09.25 (15:00:53)

사무실이 텅 비었습니다. 지금 쯤 다들 설레이는 마음으로 고향을 찾고 있겠지요. 빈 사무실에서 홀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난 2년간 서프라이즈가 걸어온 길을 회고해 보고, 반성과 함께 새로운 결의를 다지기로 합니다. ‘무엇이 우리의 경쟁력인가?’
 
1. 정보의 질로 승부한다
‘본질’이 중요합니다. 무엇이 본질인가? 종이신문과 차별화 되는 인터넷의 특성입니다. 종이신문은 원고지 10매로 승부해야 합니다. 이 경우 조선 구라주필의 독설이 먹힙니다.
 
인터넷은 지면제한이 없습니다. 생각하기 싫어하는 요즘 젊은이들은 짧은 글을 좋아한다는 판단은 넌센스입니다. 그들은 글 보다는 차라리 디카사진을 더 좋아하지요.
 
어차피 여론주도층은 5프로입니다. 그들에겐 풍부한 정보를 담은 장문의 글이 먹힙니다. 네티즌들은 딴지일보식 심층적인 파헤치기, 이면의 진실을 까발리기를 좋아합니다.
 
인터넷이 장문의 글을 쓰는 사람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자연발생적인 집단학습이 일어났습니다. 이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현상입니다.
 
조중동은 흉내도 못냅니다. 그들은 이면을 덮어놓고 표면만을 논하지요. 왜? 원고지 10매로 복잡한 이면의 진실을 담아내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니까. 이것이 본질입니다.
 
2. 진짜 칼럼으로 승부한다
서프는 ‘서프체’의 탄생으로 하여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다른 사람의 글을 퍼놓고 밑줄 그어가며 토를 달아 토론을 벌이는 빨간펜식 ‘우리모두체’와는 다른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진짜칼럼’이라 이름붙였습니다. 본격 칼럼사이트가 탄생한 것입니다. 고교생 답게 논술학습이나 하는 진보누리와 차별화 되는 지점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칼럼과 토론은 그 형식이 다릅니다. 칼럼이 ‘방향제시’라면 토론은 그 제시된 방향의 ‘검증’입니다. 이 차이를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글쓰기 형식을 창안해 낸 것입니다.
 
3. 칼럼이 끌고 토론이 민다
왜 토론이 아닌 칼럼인가? 대문칼럼이 방향을 제시하면 그 제시된 방향을 두고 노짱방에서 토론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여기에 판단되어야 할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사실이지 서프의 생명은 ‘노짱방’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 노짱방에 ‘토론할 꺼리’라는 보급을 제공하는 곳이 바로 대문칼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 안됩니다.
 
‘서프가 가진 내공의 8할은 노짱방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대문칼럼을 무시하고 노짱방만 키우면 된다’는 발상은 위험합니다. 남프라이즈가 안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여기서 규칙.. 칼럼을 제공하면 자연히 토론이 일어난다. 왜? 토론의 먹잇감이 되는 자원이 칼럼으로 공급되니까. 그러나 칼럼없이 그냥 토론만 하자면 토론이 죽는다.
 
많은 토론전문 사이트가 있었지만 다 실패했습니다. 외부에서 칼럼이라는 자원이 공급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이는 휘발유 없이 자동차가 가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토론전문의 진보누리는 날마다 토론하고 있지만 칼럼이라는 멋잇감이 부족해서 늘 굶주리며 서로를 물어뜯고 있는 것입니다.
 
노하우가 방향을 잘 잡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실제로는 토론이 불가능한 구조가 아닌가하는 의심이 듭니다. 토론을 위해서는 정보획득 차원에서 알바도 있어줘야 합니다.
 
(욕설이 없는 알바글은 한나라당에 유리한 내용이라도 해우소로 보내지 말고 살려줍시다.)
 
4. 대안있는 낙관주의로 승부한다
진중권식 냉소주의는 목마른 사람이 냉수를 찾는 것과 같습니다. 그들은 시원한 냉수를 벌컥벌컥 마신 다음 집으로 돌아갑니다. 왜? 목적을 달성했으니까요.
 
옛날에 우리는 야당이었습니다. 우리가 야당일 때는 대안제시가 불가능했습니다. 왜? 대안을 제시해봤자 정부여당이 채택해주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여당입니다.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정부를 성토하고 야유하며 분풀이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하기사 민노당은 야당이니까 계속 냉수만 찾을 밖에.)
 
서프 특유의 낙관주의는 연속극과 같습니다. 한편을 읽고 곧 다음편을 기다립니다. 냉수 마시고 집에가는 것이 아닙니다.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거름을 주며 키워갑니다. 지속적인 관심이지요.
 
진중권의 냉수한잔도 필요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대안있는 서프의 연속극이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은다는 사실을. 우리는 더 많은 사람과 연대하여 큰 길을 가야합니다.
 
5. 대중과 함께 큰 길을 간다.
서프는 현학을 겨루는 지식인의 '살롱'이 아닙니다. 서프는 더 대중성 있는 사이트를 지향합니다. 우리는 딴지를 걸고 허를 찌르려는 것이 아니라 천하를 두루 포용하고자 합니다.
 
왜? 우리는 야당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주인입니다. 주인인 우리가 왜 숨어서 눈치보며 자객노릇 하지요?
 
숨어서 기습하기, 바늘로 콕 찌르고 도망가기, 딴죽걸고 내빼기.. 안됩니다. 우리는 당당합니다. 우리는 뒤에서 야유하고 풍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더 전면에 나섭니다.
 
대신 그 모든 것을 전부 책임집니다.
 
서프의 신인류가 미래를 개척한다
우리는 박정희세대, 조중동세대와 차별화 되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종류의 신인류입니다. 명계남님의 말씀을 빌면 ‘종자가 다릅니다.’
 
선민의식이라 비판해도 좋습니다. 집단학습을 통해 깨어난 우리는 여론을 주도하는 5프로의 앞서가는 사람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천만 네티즌 중에 딱 50만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을 싫어합니다. 인터넷은 독립적인 개인들의 수평적인 연대가 가능한 공간입니다. 저는 이것을 ‘조직되지 않는 방식의 조직’이라 부릅니다.
 
그 여백을 메우는 무형의 끈은? 신뢰입니다. 우리는 ‘신뢰’라는 자산을 축적하는 방식으로 조직하지 않지만 그 어떤 조직보다 더 효율적으로 움직입니다.
 
저혼자 잘났다는 진중권식 개인플레이는 배척됩니다. 이심전심입니다. 총대를 맬 사람은 총대를 매줘야 하고, 응원을 할 사람은 누가 안시켜도 자발적으로 나서서 응원단장을 해줘야 하고, 설거지 할 사람은 뒤에 남아 설거지 해줘야 합니다.
 
서프는 명망가 지도자가 없습니다. 이름높은 교수도 덕망있는 시민단체의 어른도 없습니다. 이름없는 네티즌들이 스스로 모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발성의 힘이 있습니다.
 
살생부의 피투성이님, 현수막철거의 윤카피님과 같은 더 다양성 있는 평범한 눈팅대중들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민중의 방식입니다.
 
우리는 메시아를 숭상하는 전근대인도 아니고, 영웅을 쫓아 우르르 몰려다니는 근대인도 아닙니다. 각자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수평적으로 연대하는 전혀 새로운 인종입니다.
 
서프의 자랑은 그 어떤 사이트와 비교해도 욕설이 적다는 사실입니다. 왜 우리는 욕설하지 않을까요? 욕설을 안해도 목적이 달성되기 때문에 안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도덕성으로 무장된 훈련된 군대가 아닙니다. 우리는 도덕군자가 아니지만.. 언제나 승리하므로 저급한 욕설을 내뱉을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오른쪽의 조선일보 독자들 보다, 왼쪽의 진보누리 독자들보다 더 욕설을 안합니다. 상대방을 설득할 자신이 있으니까 안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가꾸어야 할 서프의 언어이고 서프의 문화입니다.
 
서프는 서프의 마음을 결집할 것입니다. 서프는 서프의 언어를 창안할 것입니다. 서프만의 문화를 일구어낼 것입니다. 그리고 서프다운 삶을 수확할 것입니다. 정상에서 만납시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즐거운 한가위 연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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