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3776 vote 0 2004.10.05 (14:54:11)

유인원 연구로 잘 알려진 세명의 여류과학자가 있다. 침팬지의 제인 구달, 고릴라의 다이앤 포시, 그리고 오랑우탄의 비루테 갈디카스.
 
이들 중 유일하게 비판(?)을 받고 있는 사람이 갈디카스 박사이다. 제인 구달과 다이앤 포시가 정글에서 목숨을 내놓고 사투를 벌이는 동안, 갈디카스는 인도네시아에서 많은 하인을 거느리며 여왕(?)처럼 산다는 거다.
 
(여왕처럼 산다는건 물론 과장된 이야기.. 그녀도 많은 고생을 했다. 그러나 근래들어 인도네시아정부의 많은 지원을 받아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인도네시아.. 하면 인류학의 보고다. 예컨대 이런 거다. 인도네시아에서 도둑이 남의 집을 털다가 걸리면? 재빨리 경찰서로 도망쳐야 한다. 왜? 주민들이 허리춤에 차고 있는 정글도를 휘둘러 그자리에서 목을 쳐버리기 때문이다.
 
문명사회의 규범과 원시의 본능이 공존하는 곳.. 인도네시아에는 현대인이 이해할 수 없는 원시사회 특유의 기이한 풍속과 까다로운 절차들이 있다. 그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이 인도네시아로 갔지만 누구도 갈디카스처럼 성공하지 못했다.
 
갈디카스는 인류학을 연구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사회에 재빨리 적응한 것이다.
 
이런 식이다. 어떤 마을을 찾을 때는 촌장을 먼저 방문해야 한다. 복잡한 격식이 뒤따른다. 이때 순서와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마을주민 누구의 협조도 받지 못한다. 촌장 앞에서 건방지게 한쪽무릎을 세운다든가 하는 등의 실례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기타 등등 온갖 까다로운 규칙이 있음. 자칫 실수하면 그 자리에서 목이 달아난다고.)
 
중요한 것 하나.. 부하들이 별 이유도 없이 상관에게 대드는 일이 가끔 있는데, 그때는 면전에서 큰소리로 ‘넌 해고야!’ 하고 말하여 즉시 해고해야 한다. 그 부하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면 나중에 슬그머니 재고용하면 된다.
 
요는 부하의 항명이.. 인류학적 이유에 의한 ‘권력 확인작업’이라는 점이다. 원숭이나 고릴라의 무리들은 아침마다 서열대로 ‘마운팅’이라 불리는 서열확인 작업을 한다.(자기보다 서열이 낮은 원숭이 등에 올라타는 행동)
 
사람도 그런 짓을 하는데.. 그 부하는 상관에게 도전할 생각이 없지만.. 자기가 모시는 상관의 권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입증하기 위해 친구들 앞에서 의도적으로 그런 짓을 벌인다.(‘가오’를 확인하려는 친구들의 부추김이 있다.)
 
이상한 짓이지만 그들은 정기적으로 이런 짓을 한다. 이때 상관이 즉각 해고하지 않으면.. 그 사실이 마을에 알려져서 만인의 웃음거리가 된다. 그때부터는 아무도 명령을 듣지 않는다. 완전히 바보취급을 당하게 된다.
 
이 경우 상관 뿐 아니라 그 부하도 바보취급을 당한다. 그 부하는 창피하다면서 제발로 떠나버린다. 자신이 모시는 상관이 하극상을 당하고도 해고를 못하는 바보라는 사실을 친구들이 알아버렸으니 쪽팔려서 떠나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원시문화에 적응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인류학을 전공한 바 있는 갈디카스박사는 이러한 원리를 잘 알았기에 지금도 많은 인도네시아인의 존경을 받고 있다.(현지에 대학을 세워 많은 제자를 길러내었다.)  
 
문제는 이런 인류학적 현상이.. 비단 인도네시아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조폭문화도 어떻게 보면 인류학의 산실이다. 조폭이 가장 세심하게 신경쓰는 부분은 ‘가오’를 세우는 일이다.
 
조폭이 하극상을 당하면 그 세계에서 즉시 퇴출된다. 신상사파가 사보이호텔에서 조양은의 기습에 하극상을 당하고 축출되었듯이 말이다. 실제로 조폭들은 정기적으로 형식적인 하극상을 시도하는 방법으로 권력 확인작업을 벌인다.
 
유능한 조폭두목들은 부하들의 그런 낌새를 재빨리 알아채고 정기적으로 부하들을 두들겨 팬다. 부하들은 두목에게 얻어맞으면서 감격한다.(재떨이에 얼굴을 정통으로 얻어맞고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어서도.. 나는 이렇게 권력있는 형님을 두었으니 이 얼마나 폼나는가 하며 스스로 감동하는 것이다. 이것이 조폭문화.)
 
극우들의 노는 꼬락서니도 역시 인류학적인 연구대상이다. 그들은 위엄과 권위를 갖춘 오야붕이 정기적으로 부하들을 두들겨 패야지만 만족해하고 존경한다.(위엄으로 통치하라는 마키아벨리즘은 일정부분 인류학의 원리를 반영하고 있다.)
 
조갑제 원숭이도 연구대상이다
조갑제가 시청앞에서 이명박 후원집회를 성공시키더니 콧김이 빵빵하게 들어간 모양이다. 갑제어록에 의하면..
 
"오늘 한나라당은 무생물정당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김용갑, 박성범, 김문수의원 단 세명 밖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진정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정당이라면 오늘은 전의원들이 시청 앞으로 나와야 했다."
"이날은 한나라당 몰락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
"국민의 분노에 동조도 반대도 않는 무생물정당은 열린우리당보다도 나을 것이 없다."
"이런 기회주의자들이 한나라당 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는 한 국민들로부터 배신의 저주를 당할 것이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분노보다 한나라당에 대한 배신감이 더 무서운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것이 무엇인가? 하극상이다. 한마디로 박근혜 끌어내리고 이명박 세우자는 거다. 그는 알고있다. 박근혜의 본질적인 한계를.
 
극우들은 철저하게 조폭의 생리에 따라 움직인다. 조폭의 본능에 의하면 정기적으로 하극상움직임이 일어나야 하고, 그때마다 사전발각되어 권위있는 오야붕께서 몸소 진압해주셔야 한다. 이회창이 김윤환 짜르듯 면전에서 짤라야 한다.
 
무섭게 부하들을 제압한 후..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다 용서하고 다시 포용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아아 자애로운 우리 두목님. 불충의 죄를 저지른 저희를 용서해 주시다니.. 저는 그만 감격했습니다.’ 하고 서로 부둥켜 안고 펑펑 우는 것이다.
 
이런 우낀 짓을 정기적으로 해줘야 그들은 만족한다.
 
그때 그들은 ‘권력의 존재’를 실감하고 감격하여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골목길을 건들거리며 눈알을 야리며 위세를 떨치는 것이다.(부하를 팰줄 모르는 두목도, 부하를 팬후 다시 용서해줄줄 모르는 두목도 인심을 잃는다.)
 
무엇인가? 극우들의 노는 꼴새는 그 패턴이 정해져 있다. 조폭의 생리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인류학적 지식을 약간만 가진 사람이라면, 저들이 어데 가서 무슨 짓을 벌일지 뻔하게 통박이 나오는 것이다.
 
왜 갑제들은 주석궁 앞에 탱크를 몰고 들어가기를 선동하는가? 북한 동포들에게 눈꼽만큼의 관심이라도 가진 자들은 아니다. 조폭들은 ‘난폭한 권력의 존재’ 그 자체를 생생하게 실감하기를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다.
 
기어이 선생님한테 걸려서 귀빵맹이를 뺨이 얼얼하게 얻어맞고, 고개를 휙 돌려 동료 급우들을 향해 한쪽 눈을 찡긋하며 미소짓고 득의양양해 하는 중3 꼴통학생들의 심리가 그 저변에 깔려있다.  
 
기어이 박근혜가 시험에 들었다. 조폭의 생리를 알 일이 없는 그가 조갑제들의 하극상을 잔인하게 진압할수록 오히려 그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는 이치를 알턱이 없다.
 
왜 이 점이 중요한가?
 
인류학의 가르침들은 이심전심에 의한 행동통일을 낳는 중요한 코드다. 이 원리가 작동하지 않으면 이심전심이 안되고, 이심전심이 안되면 행동통일이 안되고, 행동통일이 안되면 그들은 무기력증에 빠져버린다.
 
조갑제가 공연히 화를 내는 것이 아니다. 조폭은 철저히 코드에 의해 움직인다. 두목이 부하들에게 ‘저놈 담가버려’하고 명령하는 법은 없다. 두목이 명령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는 세계가 조폭이다.
 
그게 안된다는 것은.. 끝났다는 이야기다. 그들은 절망의 단계를 넘어 이미 끝난 것이다. 그리하여 갑제들은 그나마 밑바닥 세계의 작동원리를 그래도 좀 안다는 이명박에게 한가닥 희망을 가져보는 것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설의 어원 update 김동렬 2024-12-25 4826
1231 떨어져라 부시넘 김동렬 2004-10-29 15235
1230 칠조가 된 도올 image 김동렬 2004-10-28 15244
1229 미국 대선 감상법 김동렬 2004-10-28 15071
1228 우상호 나가 죽어라 김동렬 2004-10-27 14839
1227 박근혜의 애걸 김동렬 2004-10-26 15130
1226 피의 숙청이 필요하다 김동렬 2004-10-25 13766
1225 노회찬 입수부리를 때려줘야 김동렬 2004-10-22 14529
1224 김대중 전 대통령 CBS창사 50주년 대담 김동렬 2004-10-22 19597
1223 막가는 헌재 김동렬 2004-10-21 14966
1222 조중동을 제끼는 수 밖에 김동렬 2004-10-21 14320
1221 전여옥, 파블로프의 개 맞네 image 김동렬 2004-10-20 14606
1220 정치하는 원숭이들 image 김동렬 2004-10-19 14070
1219 김기덕의 빈집을 본 특별한 소수인 당신을 위하여 김동렬 2004-10-18 12710
1218 영자의 전성시대 김동렬 2004-10-16 14319
1217 우리당의 물로 가는 자동차 김동렬 2004-10-15 14281
1216 네이버 싸울 준비는 돼 있겠지 image 김동렬 2004-10-14 14467
1215 먹물의 가면님께 감사를 전하며 김동렬 2004-10-12 14399
1214 한나라당 지지율 곤두박질한다 image 김동렬 2004-10-08 13746
1213 노사모 새 집행부를 환영하며 김동렬 2004-10-07 13667
» 갑제옹 박근혜를 치다 김동렬 2004-10-05 137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