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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477 vote 1 2016.01.15 (19:47:51)

     

    항아리에 100을 채우는 량의 완전성과,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질의 완전성이 있다. 전자는 쉽지만 어렵고 후자는 어렵지만 쉽다. 불을 붙이려면 성냥도 있어야 하고 불쏘시개도 있어야 하므로 초보자에게는 어렵다.


    비 오고 바람 부는 날에는 더 어렵다. 부족민은 나무토막을 마찰시켜 5분 만에 불씨를 만들지만 정글의 법칙 멤버들은 밤새도록 고생하고서도 불씨를 얻지 못한다. 그러나 라이터만 있으면 쉽다. 쉬운 방법도 있다.


    불씨를 빌리면 된다. 더 쉬운 방법은 전원 스위치를 켜는 것이다. 처음 한 번 하기가 어렵지 다음부터는 거저먹기다. 인류 최초의 불씨를 만든 사람이 어려울 뿐 뒤에 온 사람이 따라하기는 쉽다. 완전성은 쉽다.


    완전성이라고 하면 량의 완전성을 생각하기 쉽기 때문에 이를 경계하다보니 논의가 길어진다. 완전한건 관계다. 관계는 맺거나 끊거나다. 스위치와 같다. YES 아니면 NO다. 얼떨결에 결혼해서 잘 사는 부부도 있다.


    10년 동안 힘들게 연애해놓고 신혼여행 갔다와서 바로 찢어지는 커플도 있다. 쉬운 완전성과 어려운 완전성이 있다면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무조건 쉬운 쪽으로 가야 한다. 간단히 라이터를 쓰면 된다.


    쉬운 구조론이라고 제목을 정해놓은 이유는 쉬운 길을 선택하라는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보나마나 어려운 쪽을 선택한다. 쉬운 길을 어렵게 여기는 인간의 본능 때문이다. 무엇인가? 일단 용기를 내기가 어렵다.


    의사결정하기가 어렵다. 안해봤기 때문이다. 에베레스트 등정을 마치고 하산하다 조난 당해서 동상에 걸린 두 손을 쓸 수 없게 된 여성 대원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는 오줌이 마려운 문제였다. 말 한 마디가 어렵다.


    ‘바지를 입혀 주세요.’ 이 한 마디를 끝내 못한다. 주변에 남자들만 있었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이 가장 쉬운데 사실은 가장 어렵다. 그 문제는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그런데 그거 잘 안 된다. 부족민의 쇠도끼와 같다.


    돌도끼로 다섯명의 장정이 세시간 걸려 작은 나무를 겨우 자르는 것을 보고 백인 탐험대장이 쇠도끼를 주었다. 쇠도끼 사용법까지 설명해준 것은 물론이다. 부족민은 백인의 쇠도끼를 들고 5분만에 나무를 잘랐다.


    백인 탐험대는 마을을 떠나면서 3개월 후 다시 돌아오면 이 마을이 어떻게 변했을지가 궁금했다. 그새 혁명이 일어난게 아닐까? 쇠도끼를 처음 차지한 청년이 추장이 되어 새 집을 여러 채 지어놓고 잘나가겠지.


    천만의 말씀. 3개월 후 들러보니 문제의 쇠도끼는 물 속에 던져버렸고 여전히 부족민들은 돌도끼로 나무를 자르고 있었다. 왜 좋은 도끼를 버렸지? 주술사가 악령이 붙어있는 쇠도끼를 버리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역시 부족민은 미개하구만.’ <- 이런 생각 하는 사람들은 문제가 있다. 정신차렷! 그 부족민은 바로 당신이다. 왜 종교라는 돌도끼를 당장 강에 던져버리지 않나? 종교버리기는 3초 안에 가능하다.


    귀신을 무서워 하는 아이가 있다. 3초 안에 문제해결 가능하다. ‘내가 그 분야의 박사이자 전문가인데 말야. 알아봤더니 귀신이라는게 없더라구. 자 해결됐지?’ 여러분은 3초 안에 귀신을 던져버릴 수 있는가? 쉽다.


    귀신은 없으니 뭐 던지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없는 귀신을 던져버리지 못한다. 돌도끼를 버리지 못하는 부족민들처럼 귀신을 꽉 끌어안고 있다. 그러나 아주 드물게 그것이 가능한 사람이 있다.


    어린이라야 한다. 어른은 뇌가 굳었기 때문에 돌도끼를 던져버리지 못한다. 그것이 가능한 어린이가 있다고 보는 이유는 내가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 귀신은 있을까? 없다. 그렇다면 없다. 없는 귀신 없애기는 쉽다.


    3초 안에 던져야 대화상대가 된다. 돌도끼를 못 던지는 사람은 이 사이트에서 백날 있어도 조금의 진전도 없다. 쉬운 것을 선택해야 한다. 그것은 의사결정이자 관계맺기다. 사람들은 한사코 어려운 길을 선택한다.


    라이터 안 쓴다. 부족민들처럼 나무 막대를 문질러 불씨를 얻는다. 3만년 전부터 하던 짓을 아직까지 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여러가지 난맥상도 같다. 아프리카에는 물이 많다. 문제는 여성이 물을 긷는다는 것이다.


    펌프 설치하고 우물 파고 이런 걸로 해결이 안 된다. 여자가 집을 짓기 때문이다. 남자가 집을 지어야 한다. 집이 여자의 공간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남자들 모아놓고 집 짓게 해도 안 된다. 새마을 운동 안 먹힌다.


    남자와 여자가 우리가 아는 부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부부는 부부인데 한국의 부부와 다르다. 원래 부족민은 여자그룹과 남자그룹이 별도로 있다. 결혼은 하는데 제대로 결혼되어 있지 않다. 가족인데 뭔가 아니다.


    돌도끼를 버리고 쇠도끼로 갈아타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최종보스는 주술사다. 주술사가 쇠도끼에 주문을 걸어서 악령이 붙어있다고 선포하면 그걸로 끝이다. 주술사는 에이즈 치료까지 방해한다.


    남아공 대통령조차 주술사에게 낚여서 에이즈라는 질병은 원래 없다고 선포했다가 취소한 적이 있다. ‘제가 쇠도끼를 살펴봤는데요. 거기 악령이 없던데요?’ <- 주술사는 어떻게든 악령이 있다는 증거를 만들어낸다.


    살해된다는 말이다. 부족 전체의 의사결정구조와 관습과 전통 전반을 뜯어고치는 혁명의 문제다. 절대 불가능하다. 왜 완전성인가? 완전히 다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체를 놔둔 채 부분의 변개는 원래 실패한다.


    그러나 사실은 쉬운 것이다. 깨달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3초 안에 종교를 던져버릴 수 있다. 그런데 어렵다. 천하의 아인슈타인도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기 힘들어 했다. 스티브 잡스도 작은 아이폰을 끝까지 고집했다.


    왜 완전성인가? 항아리에 100을 채우는 량의 완전성과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질의 완전성이 있다. 질이 가장 쉽다. 부족민에게는 가장 어렵다. 완전성이 답이다. 그러나 누구든 항아리에 가득 채우는 소승을 선택한다.


    있지도 않은 귀신을 그냥 던져버리면 되는데 절대 못한다. 백인에게 쇠도끼를 전수받은 부족민 청년도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을 것이다. 주술사에게 뒤로 당하고 난 다음에 쇠도끼에 악령이 붙었음을 인정해 버린다.


    당신은 그렇지 않을 것 같은가? 없는 귀신을 없다고 말하고 있는 진리를 있다고 하면 되는데 그게 쉬울 것 같은가? 이걸 쉽다고 믿는 사람은 사회생활 경험이 부족한 거다. 쉬운데 쉬운게 어렵다. 한 번은 죽어야 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0]id: 배태현배태현

2016.01.15 (21:38:01)

잘 읽었습니다.

[레벨:4]JD

2016.01.15 (23:41:54)

아, 질의 완전성이란 그런 거군요.
가장 쉬운데, 의사결정만 하면 되는데,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말씀.

량의 완전성에 집착하다 보니 질의 완전성을 보지 못하는 거군요. 즉, 기승전결 중에서 '기'를 완성시켜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기의 완전성.

우리가 평소에 쓰는 완전성이라는 말과 구조론에서의 완전성이라는 말이 연결이 될듯 될듯 하면서도 안 되는 것은, 바로 량의 완전성에 대한 그림이 먼저 그려지기 때문에 그런 거군요.

기의 완전성은 결국 깨달음의 문제. 사실 고정관념을 깨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결국은 한 번은 죽어야 한다는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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