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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617 vote 0 2016.01.20 (20:56:58)

     - 어제 글에 내용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

   
    깨달음은 만남이다


    존재는 사건이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자연상태는 확산방향이다. 확산방향은 의사결정할 수 없는 상태다. 일정한 조건에서 비대칭원리에 의해 확산방향 ‘← →’에서 수렴방향 ‘→ ←’로 바뀌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범종과 당목이 따로 논다면 확산방향이다. 마주치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북과 북채가 따로 논다면 확산방향이다. 확산에서 수렴으로 방향이 바뀌어야 소리가 난다. 이 부분이 미묘해서 헷갈림을 유발한다.


    확산으로 금을 발견하고 수렴으로 금을 캔다. 금을 찾아다니기만 하면 허무하고, 금을 캐기만 하면 고갈된다. 확산에서 수렴으로 틀어야 하지만, 금을 조금 찾지 못한 상태에서 이르게 방향을 틀면 수확량이 적다.


    처음에는 확산으로 가야 한다. 가려면 정상까지 가야 한다. 신과의 일대일까지 밀어붙여야 한다. 거기서 노다지를 발견해야 한다. 수렴으로 방향을 튼다. 금이 너무 많아서 감당되지 않으면 제자들에게 넘겨야 한다.


    혼자서 다 하겠다면 욕심이다. 스승은 큰 일을 벌여야 한다. 천하를 바꾸는 사업에 착수해야 한다. 판만 벌여놓고 뒤로 빠져야 한다. 세종이 한글을 만들었으면 그 뿐 어떻게 쓸 것인지는 뒤에 온 사람이 결정한다.


    깨달음은 만남이다. 만남은 수렴방향 ‘→ ←’다. 확산에서 수렴으로 방향을 틀어야 만날 수 있다. 한 번 만난 다음에는 정해진 궤도를 따라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만나서 짝을 짓고 대칭을 이루어 구조를 복제한다.


    공간에서 대칭을 이루는 짝은 알기가 쉽다. 왼쪽과 오른쪽이 짝짓고, 앞과 뒤가 짝짓는다. 위와 아래가 짝짓고, 중심과 변방이 짝짓는다. 여당과 야당이 짝을 짓고 남한과 북한이 짝을 지어 대립한다. 쉽게 관찰된다.


    반면 시간에서 호응을 이루는 짝은 알기가 어렵다. 그새 시간이 흘러가 버리기 때문이다. 관찰만으로는 부족하고 추론으로 알 수 있다. 원인과 결과가 짝을 짓고, 시작과 끝이 짝을 짓고, 질문과 대답이 짝을 짓는다.


    봄과 가을의 호응을 알려면 가을까지 기다려야 한다. 청년기의 확산과 노년기의 수렴이 어떻게 호응하는지 알려면 세월이 흘러야 한다. 더하여 역사를 배워야 한다. 추론으로 알 수 있지만 귀납추론은 위험하다.


    연역추론이 옳지만 깨달아야 연역추론을 쓸 수 있다. 깨달음은 공간의 대칭을 넘어 시간의 호응까지 알게 하는 연역추론을 쓰는 능력이다. 언어에 함정이 있다. 서술하는 버릇을 버리고 묘사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보이는 사물을 묘사하기 쉬우나 보이지 않는 사건을 묘사하기 어렵다. 그러나 훈련하면 가능하다. 사건의 원인 다음에 결과를 이어붙이므로 서술이 된다. 원인과 결과를 일의적으로 동시에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공간의 왼쪽을 보고 오른쪽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앞을 보고 뒤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중심을 보고 변방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여당을 보면 야당이 보인다. 공간에 대칭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칭축이 중요하다.


    시간의 원인을 보고 결과를 짐작하기 어렵다. 시작을 보고 끝을 짐작하기 어렵다. 질문을 보고도 답을 모르는게 인간이다. 문국현을 보고도 안철수를 모른다. 그래서 깨달음이다. 시간의 호응은 의사결정이 대칭축이다.


    공간의 좌우는 한 눈에 들어오므로 축을 몰라도 대칭을 파악한다. 국민이라는 대칭축을 몰라도 여당과 야당의 행보를 짐작할 수 있다. 시간은 원인과 결과가 한 눈에 들어오지 않으므로 의사결정구조를 봐야 한다.


    공간의 사물은 대칭된 둘 사이에서 축을 움직여 방향을 정하고 시간은 호응된 원인과 결과 사이에서 의사결정구조가 방향을 틀어 일을 진행시킨다. 아침에 나간 사람이 저녁에 들어온다면 그 사이에 의사결정이 있다.


    의사결정구조로 보면 시간의 서술이 공간의 묘사로 올라선다. 원인을 보면 결과가 보이고 시작을 보면 끝이 보이고 질문을 보면 답이 보인다. 국민에게 의사결정할 건수를 던져준 정당이 다가오는 선거에 이긴다.


    지난 4년 동안 일을 잘한 정당이 총선으로 평가받는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선거에 맞추어 국민에게 의사결정할 일을 잘 준 정당이 일을 얻는다. 흘러간 과거를 평가받는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국민과의 팀플레이다.


    노자는 확산방향 ‘← →’로 계속 가서 허무해졌다. ‘→ ←’로 방향을 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찾았지만 자루가 없어서 에너지를 주워담지 못했다. 만나서 방향을 틀어야 깨달음이다. 자루에 담아야 에너지다.


    노자는 마주쳤지만 인사도 하지 않고 가버렸다. 고개를 돌리고 서로 눈을 맞추어 ‘→ ←’를 이루어야 만난 것이다. 일을 벌이지 못한 것이다. 그러므로 스승이 아니다. 벌여놓은 일을 이어받을 제자가 없기 때문이다.


    법가는 수렴방향 ‘→ ←’로 좁혀서 에너지를 취하였다. 그러나 확산방향 ‘← →’에서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않았다. 에너지는 곧 바닥을 드러냈다. 공자가 진작에 벌여놓은 일의 일부를 승계했을 뿐이다.


    공자는 확산방향 ‘← →’에서 에너지를 확보하고, 수렴방향 ‘→ ←’로 틀어서 그 에너지를 주워담았다. 확산방향 ‘← →’일 때 그는 방랑자였고 수렴방향 ‘← →’일 때 그는 신하였다. 사실 공자는 누구의 신하도 아니다.


    누군가의 신하가 되어 눈부신 일처리 솜씨로 명성과 재물을 동시에 얻은 자공이 공자에게 수시로 까였음은 물론이다. 에너지를 주워담아 성공하는게 일의 목적이지만 일을 벌이는게 진짜다. 왜? 일이 일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일한다면 어리석다. 일이 일하는 것이다. 내가 일을 벌여놓고 주워담지 않아도 뒤에 온 누군가는 그 이익을 챙기게 되어 있다. 스승의 일은 일을 벌이는 것이다. 사람이 일을 벌이면 일이 일을 진행시킨다.


    제자들 중에 누가 공자의 진의를 알았겠는가? 일을 벌여놓고 일해야 한다고 가르치면서도 정작 일하지 않은 사람이 공자다. 천하에 명성을 떨쳤으나 누구도 공자를 쓰지 않았다. 공자는 누군가의 신하가 되지 않았다.


    자공과 자로는 확산방향 ‘← →’로 충분히 가지 않고 이르게 수렴방향 ‘→ ←’로 틀어서 법가의 조짐을 보여주었기에 자주 꾸지람을 들었다. 안회는 공자를 따라 확산방향 ‘← →’에서 수렴방향 ‘→ ←’로 틀었지만 작았다.


    작게 확산하고 좁게 수렴해서 에너지가 약했으나 자공과 자로의 오버를 경계하기에는 적절했다. 안회가 오래 살았다면 공을 이루었을지 모르나 그에게는 자공과 자로가 없었다. 공자안에 공자없고 공자팀에 공자있다.


    묵가는 공자를 따라 확산방향 ‘← →’에서 수렴방향 ‘→ ←’로 틀었지만 수성에 집착하여 스케일이 작았다. 노자와 장자가 보여준 헌걸찬 기개가 없었다. 정상에서 일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왕을 통제해야 진짜다.


    젊은 연인들은 확산방향 ‘← →’로 기동해야 만날 수 있다. 수렴방향 ‘→ ←’로 틀어야 이루어진다. 처음부터 ‘→ ←’로 가면 만나지 못하고 계속 ‘← →’로 가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 번은 크게 방향을 틀어야 한다.


    노인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의 한계 앞에 초조해져서 당장의 성과를 욕심내니 이르게 수렴방향 ‘→ ←’로 좁아져서 졸렬해진다. 젊은이는 방향을 틀어야 살고 노인은 욕심을 버려야 산다. 마음의 수명을 늘려야 한다.


    옛날에는 오래 살아도 70이었다. 50살이면 초조해진다. 시간이라는 거대한 장벽이 압박해온다. 당연히 보수화 된다. 성과를 자랑하기 조급하다. 공자는 55살에 길을 떠나서 10년 간 방랑했으니 젊은이의 행동이다.


    공자는 죽을때까지 확산방향 ‘← →’로 기동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등용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었다. 제자들은 수렴방향 ‘→ ←’로 기동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제자들은 기용되어 명성을 떨치고 재물을 얻기도 했다.


    그렇다. 공자가 재상으로 등용되지 않은 것은 쪼잔한 임금들 때문이 아니다. 그는 등용되고 싶지 않았던 거다. 등용되어 천하를 바로잡는게 옳지만 임금을 섬기다보면 저절로 소인배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일을 하다 보면 일의 노예가 된다. 일에 치인다. 일에 지배된다. 일은 일에게 맡기고 군자는 다만 일을 벌일 뿐이다. 일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 정답이다. 씨앗을 뿌려두면 알아서 크는 거다. 흉년되면 하늘의 잘못이다.


    확산방향 ‘← →’로 가려면 신에게 이르기까지 가야 한다. 거기서 신과의 일대일을 이루어야 한다. 틀어도 거기서 틀어야 한다. 조금 가다가 중도에서 주저앉아 점방 열고 좌판 벌리면 피곤해진다. 그런 사이비 많다.


    눈꼽만큼 깨달아놓고 스승놀이에 빠져있는 가짜들 많다. 스승은 가르치는 자가 아니다. 일을 벌이는 사람이다. 공자가 좋은 지식을 전수한 사실보다는 자공과 안회와 자로를 얻어 좋은 팀을 꾸린 사실이 더 중요하다.


    확산방향 ‘← →’에서 수렴방향 ‘→ ←’로 틀어야 소득을 취해야 하지만 성급하게 성과를 증명하려 한다면 그것은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행동이다. 그것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열등감의 표현이자 역설적인 자기소개다.


    노무현이 국정을 개혁하여 성과를 낸 사실보다 끝까지 간 사실이 중요하다. 안희정과 문재인과 더 많은 개혁세력을 키운 사실이 더 중요하다. 작가냐 PD냐 배우냐다. 작가는 복제하니 확산방향 ‘← →’로 끝까지 간다.


    노무현은 작가이지 배우가 아니다. 공자는 작가이지 배우가 아니다. 공자는 계속 밑그림을 그린다. 밑그림만 그리지 말고 색깔을 칠해 그림을 완성하고 고객에게 넘겨 이득을 취해야 한다고 가르쳤으나 칠하지 않았다.


    뒤에 온 맹자가 공자의 밑그림에 색칠을 더하여 부자가 되었다. 모르는 사람들은 공자가 실패했다고 말하지만 공자는 백이숙제의 길을 가는 사람이다. 수렴방향 ‘→ ←’로 틀어야 이익이 회수되지만 뒷사람의 몫이다.


    군자는 끝까지 간다. 틀어도 노무현처럼 대통령까지 가서 튼다. 안철수처럼 가다말고 잽싸게 틀어서 이득을 취하면 졸렬해진다. 진보도 못해보고 보수의 수렁에 빠진다. 틀어야 표가 나오지만 군자는 끝내 틀지 않는다.


    틀어도 천년 단위로 틀어야 한다. 신과의 일대일에서 틀어야 한다. 정상에 이르러 만년 가는 일을 설계해야 한다. 구조의 복제는 내가 맡고 조합과 연출은 제자에게 넘겨준다. 성과는 일천년 후에 입증되어도 상관없다.


    백이 숙제는 끝까지 갔다. 누가 알겠는가? 그 참다운 뜻을. 내가 일을 일으켜 천하를 설계하지만 반대로 천하가 나를 그린다. 천하라는 붓에 내 인생을 맡긴다. 나는 커다란 하나의 캔버스가 된다. 내 인생에 그려진다.


    공자는 천하를 그렸지만 천하는 공자를 그렸다. 천하가 공자의 인생에 계속 그리고 있었기 때문에 공자는 몸을 빼서 등용될 수 없었던 거다. 자공은 열국에 재상으로 등용되어 만금을 벌었지만 대신 그림이 망쳐졌다.


    노자와 장자는 입으로만 확산방향 ‘← →’로 크게 갔을 뿐 실제로는 제 한 몸을 아끼는 양생술로 틀어서 졸렬해졌다. 틀기는 틀어야 하는데 틀게 없었던 거다. 천하를 틀지 못하니 대신 엉덩이를 틀어 도인체조를 한다.


    노자와 장자의 관점으로 보면 백이 숙제는 유난을 떨다가 제 한 몸을 상하게 된 사람이다. 노자와 장자도 늙고 병들어 조용하게 몸을 상하게 되기는 마찬가지다. 당시의 평균수명으로 보면 공자가 더 오래살았을 것이다.


    인생에 한 번은 크게 방향을 틀어야 한다. 깨달음이다. 방향을 틀어 아래로 내려와야 이득이 생긴다. 그러나 군자는 아래를 바라볼 뿐 내려오지 않는다. 내려올 걱정하다 정상에 이르지 못하고 미리 틀면 소인배다.


    공자에게는 자공과 안회와 자로가 있었지만 맹자에게는 없었다. 이후 다들 안회가 되겠다고 설치는 판이 되었다. 소인배가 안회로 위장하기 쉬우나 안회는 자공과 자로를 거느리지 못한다. 팀을 이루지 못하면 가짜다.


    안회는 도덕가, 자공은 지식인, 자로는 민중이다. 안회는 복제하고 자공은 조합하고 자로는 연출한다. 안회는 공자와 포지션이 겹치니 일찍 죽어야 한다. 이후 많은 안회가 복제되어 천하에 도덕가들이 넘치는 판이다.


    복제만 하고 일할줄 모르면 가짜다. 공자는 유세하고 다녔을뿐 일하지 않았지만 여러분은 자공처럼 일해야 한다. 등용되어 세상을 바꾸겠다고 선언했을 뿐 등용되지 못했지만 여러분은 등용되어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


    여러분은 차라리 자공이나 자로가 되어야 한다. 입으로만 안회되기 쉽지만 가짜되기 보통이다. 바보들을 때려잡고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 인간이 세상을 그리는 것이다. 그것이 세상이 인간을 그리게 내맡기는 방법이다.


    그러나 군자는 언제라도 ‘처음처럼’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처음은 복제한다. 조합하고 연출하더라도 복제하는 자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극장에 가서 앉았더라도 관객포지션을 버리고 감독의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


    감독과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실패다. 그럴 때 세상이 당신을 그릴 수 없다. 천하가 당신을 연주할 수 없다. 소리내지 못하는 악기와 같아서 세상에게 당신은 쓸모가 없다. 당신에게 이 세상이 쓸모있을지 모르겠으나.


    깨달음은 만남이다. 만남은 방랑자처럼 허위허위 길을 가다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방향을 트는 것이다. 불러도 듣지 않고 계속 가는 사람은 만나지 못한다. 가지 않고 짱박혀 있는 사람도 만나지 못한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들이대는 사람도 만나지 못한다. 가려면 끝까지 가야하고 부르면 고개를 돌려야 한다. 만나려면 천하를 만나야 한다. 세상이 그대라는 악기를 연주하게 몸을 내맡겨야 한다. 민감한 악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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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공자를 이해했겠습니까? 공자 자신도 공자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공자도 변덕을 부린 일이 많고, 심지어 자로에게 잘못을 지적당한 일도 있습니다. 공자의 언행에서 모순을 찾아내기는 쉬운 일입니다. 공자는 일을 일으키고 일을 따라간 것입니다. 불을 켜고, 불을 지르고, 불을 태우고, 불을 끄는 것이며, 불을 따르는 것입니다. 저질러놓고 보니 그 불이 매우 큰 불이었기에 그렇게 된 것입니다.

   


[레벨:30]이산

2016.01.20 (23:08:34)

밤하늘에 아름다운 폭죽이 펑펑 터집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6.01.22 (04:45:47)

큰 불은 계속 확산 된다. 그러나 확산되는 불은 분명 안으로수렴되기에 확산을 이어갈수 있다. 복제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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