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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037 vote 0 2015.03.30 (22:25:38)


    자연이 대칭을 이루는 이유는 에너지의 작용-반작용 때문이다. 자연의 어떤 결정은 둘 사이에서의 에너지 작용을 통해 일어나며, 그 에너지 작용과 반작용의 대칭을 거친다. 이때 상호작용하는 둘의 내부에도 대칭이 존재해야 한다. 솜방망이로 야구공을 치면 야구공은 날아가지 않는다. 날아오는 공의 힘과 받아치는 배트의 힘이 같아야 홈런이 된다. 자연의 어떤 의사결정은 진행하는 힘의 방향을 바꾸고, 진행방향을 바꾸려면 외부의 힘을 받아들이는 크기와 되돌리는 크기가 같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공이 방망이에 박혀버리거나 혹은 방망이가 부러져 의사결정은 실패한다. 공의 진행방향을 바꾸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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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라는 사람과 B라는 사람 사이에 작용-반작용의 대칭이 있다면 A와 B의 신체 내부에도 작용-반작용의 대칭이 있어야 한다. 남녀 사이에 작용-반작용의 대칭이 있으려면 남자와 여자의 마음 내부에도 남자마음과 여자마음이 있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일방적인 힘의 전달만 가능하다. 의사결정은 불가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 주인과 노예의 관계에서 의사결정은 없다. 일방적인 명령전달이 있을 뿐이다.


    사회가 불평등하다면 의사결정은 불가능해진다. 반대로 완전평등하다면 명령전달이 불가능해진다. 좋은 조직은 의사결정의 지점에서 평등하고, 결정한 사항을 집행하는 지점에서 불평등해야 한다.


    자연이 대칭을 띠는 이유는 그 지점에서 의사결정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반대로 비대칭을 띠는 것은 결정된 것을 집행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남녀가 평등한 이유는 아기를 낳을 때 의사결정하기 때문이고, 물고기의 머리와 꼬리가 불평등한 이유는 머리가 결정한 것을 꼬리가 집행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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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칭되지 않는 것은 하늘의 흩어진 구름, 땅바닥에 흩어진 물이다. 그것은 만질 수 없는 것, 지목하여 가리킬 수 없는 것이다. 대칭되려면 그것을 모아야 한다. 구름을 모아 구름떼를 이루고, 습기를 모아 물방울을 만들고, 흙을 모아 무더기를 이루어야 한다. 그럴 때 대칭된다. 대칭되지 않는 것도 외부에서 작용하면 대칭된다. 외부로부터의 작용은 내부에 축과 대칭이 이루어질 정도로 충분한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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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열대성 저기압이 생성될 때만 해도 구름떼가 대칭을 이루지 않으나 점차 외부로부터 에너지가 유입되면서 축과 대칭을 얻어 마침내 분명한 대칭형태를 이루게 된다. 이때 계에 임계를 넘는 강한 밀도가 걸려야 내부에 축과 대칭이 형성된다. 축과 대칭은 구조를 깨는 일방향으로 운동한다. 중심부 핵과 주변부의 대칭을 이룬 위치에너지가 두 날개의 대칭을 이룬 운동에너지로 변하면서 태풍은 깨진다. 하나의 사건은 그렇게 촉발되고 에너지를 분출한 다음 종료된다.


    무질서한 구름떼, 모여든 오합지졸, 어지러운 마음, 흩어진 흙, 스며든 물방울, 반죽되지 않은 밀가루가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받아 내부에 축과 대칭을 얻으면서 분명한 형태, 확실한 대오, 명확한 의식을 이루어 대칭형태를 띠게 된다. 스며든 물은 모여서 물방울의 대칭이 되고, 흩어진 밀가루는 모여들어 잘 만들어진 피자 도우가 되고, 어지러운 마음은 정신차린 깨달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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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칭은 형태없는 것에 형태를 부여한다. 이름없는 것에 이름을 부여하고 존재감없는 것을 비로소 존재하게 한다. 인간에게 가리켜질 수 있는 모든 것, 안과 밖의 경계가 있는 것, 형태가 있는 모든 것은 대칭되어 있다. 혹은 대칭되지 않은 부스러기들을 모아 축과 대칭을 부여하고 명명해야 한다. 들판의 한 마리 짐승이 인간과 대칭될 때 이름을 얻어 개나 고양이처럼 식구가 된다.


    어떤 것이 존재하려면 그것과 그것 아닌 것이 구분되어야 한다. 경계가 있어야 한다. 외부에서 작용했을 때 그것이 1단위로 반응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그것을 하나의 존재라 부를 수 있다. 애매한 것이 있다. 엎질러진 물이다. 물은 물이나 흙과 섞여서 1 단위로 반응하지 않는다. 마실수도 없고 씻을 수도 없다. 물이 있다고 할 수도 없고 물이 없다고 할 수도 없는 애매한 상태다. 오염된 물이나 구정물처럼 말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처럼 음식도 아니고 음식이 아닌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가 있다. 이런 때는 인간이 개입하여 속성을 규정하고 집합시키거나 걸러내거나 정의해야 한다. 엎질러진 물도 잘 거르면 마실 수 있다.


    한 방울의 빗물은 마실 수도 없고 씻을 수도 없다. 대칭되지 않는다. 자기 스스로도 대칭되지 않고 인간과도 대칭되지 않는다. 그 물은 땅바닥에 떨어져 곧 사라진다. 그러나 비가 계속 내리면 이윽고 물이 흐르게 된다. 물줄기를 이루고 강을 이룬다. 대칭이 된다. 그릇에 담으면 대칭은 명확해진다. 외부에서 개입하여 의사결정하면 된다. 무질서에 질서가 부여된다. 그 사이에 에너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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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답다는 것은 한 아름으로 안을 수 있는 것. 인간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것, 내부에 축과 대칭이 있는 것. 작용을 가하면 반작용하는 것. 그 반작용이 통제되므로 예측가능한 것입니다. 의사결정이 가능한 상태를 아름다운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그 대상 내부에서만 작동한다면 허무한 것입니다. 인간과 대상 사이에서 대칭이 작동해야 합니다. 그것은 미학적 긴장입니다. 인간의 마음을 긴장시키는 것, 정신을 깨어나게 하는 것, 정신차리게 하는 것이 진짜입니다. 


[레벨:30]이산

2015.03.31 (20:32:11)

한줄에 꿰어지는 아름다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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