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유시민의 대화다. 선문답 비슷하게 갔는데 유시민은 아이큐가 딸려서 노무현의 진의를 깨닫지 못했다. 세상은 정치인이 바꾸는 게 아니라 대중이 스스로 변하는 것이며 노무현은 변화를 예견했다. 노무현이 바꾼 게 아니라 바뀐다는 사실을 내다본 것이다. 

    노무현은 대중의 욕망을 전면에 끌어낸 사람이다. 끌어내기만 하고 조직하지는 못했지만, 조직의 문제를 드러낸 게 성과다. 노무현이 끌어낸 에너지는 이명박에게 갔다. 하층민이 엘리트가 시키는 대로 투표만 하다가 권력의지를 가지고 정치에 참여하려고 했다. 

    수준이 떨어지는 대중이 합의할 수 있는 인물은 이명박이다. 피상적으로 관찰하면 노무현 때문에 대한민국이 되레 퇴행했다. 정의당이 노무현을 씹는 이유다. 그런데 역사는 원래 이렇게 휘어간다. 역사는 절대 직선으로 가지 않는다. 다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인간은 원래 YES가 안 되는 동물이다. 인간의 뇌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포항은 경상도에 있다고 가르치면 제자들이 기억을 못 한다. 포항은 전라도에 있다. 어? 아닌데. 쌤요! 포항이 전라도에 있는 게 맞나요? 하하! 속았지. 사실은 경상도에 있지. 약 오르지.

    옴팡지게 속았수다. 아하 그렇구나! 이렇게 반대쪽을 찍고 와야 뇌에 각인이 된다. 장기기억은 뇌를 태우는 파괴다. 뇌가 망가지면 영원히 복구되지 않는다. 아기는 뇌가 복구되므로 유아기억상실증이 생긴다. 기억한다는 것은 뇌가 커다란 데미지를 입는 것이다.

    바로 그래서 구조론의 시행착오-오류시정 이론이 있다. 마이너스 원리 혹은 대칭원리다. 정반합의 구조로 짝을 지어주지 않으면 뇌가 반응하지 않는다. 어차피 가야 되는 길을 곧장 가지 않고 반대편으로 가서 똥을 찍어서 맛을 보고 간다. 그 굥맛이 참 쓰구나.

    이재명이 되었다면 지금 잘하고 있을까? 천만에. 지금 3천만이 이재명 욕하고 있을 거다. 윤석열한테 당해보고 식겁해야 이재명의 진가를 안다. 세상이 그리 만만치 않다. 왜 노무현이 욕먹었을까? 라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결고리가 없어서 불안해진 것이다.

    노무현한테 직접 연락을 못 하고 나이가 한참 어린 이광재나 안희정, 백원우한테 부탁하려니 자존심 상한다. 그래서 화를 내는 것이다. 노무현이 먼저 전화해 주면 좋겠는데 전화가 안 온다. 눈치가 없으니. 반드시 나이가 되는 중재자가 붙어줘야 팀이 작동한다.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꾸지 않은 것과 같다. 타초경사지계다. 노무현은 시스템을 건드려서 민주주의 적을 드러냈다. 풀숲에 숨은 여우와 늑대와 뱀이 기어코 머리를 드러냈다. 검찰, 언론, 관료, 기득권 학벌 카르텔이다. 가짜 시스템이 완장을 찼다.

    인간들은 각자 대본을 들고 연극을 한다. 좋은 대본을 써주지 않으면 일제히 븅신이 된다. 진보는 운동권 선배들이 대본을 쓰고 보수는 조중동 편집장이 대본을 쓴다. 대본 써주는 작가는 평론가다. 한국이 망한 이유는 평론이 망해서다. 입은 있는데 말을 못 한다.

    정치의 핵심은 좋은 사람을 발탁하고 팀플레이를 하는 시스템이다. 선후배관계, 사제관계 같은 패트론과 클라이언트 관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스스로 크려고 하면 안 되고 키워주는 사람이 있고 경쟁구조가 있어야 한다. 학벌 보고 얼굴 보고 뽑으면 망한다.

    사람을 뽑을 때는 한 명을 뽑지 말고, 그룹을 뽑아야 한다. 한 명을 뽑으면 뽑아주는 사람한테 충성한다. 민주당 내부에서 사람을 키우는 긴장된 경쟁 구조를 만들어내느냐가 핵심이다. 문재인은 외부에서 고립된 개인을 영입해서 망했다. 조금박해 멸망시리즈다.

    이재명과 유시민이 만나고 사실을 공개하는 게 시스템이다. 문재인은 만나지 않고, 만나도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며 눈만 꿈벅할 뿐 대화를 하지 않고, 대화를 해도 그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다. 팀이 작동하지 않는다. 이재명은 당연히 유시민에게 전화해야 한다. 

    전화하지 말랬다고 진짜 전화 안 하는 사람은 아스퍼거다. 유시민이 말을 안 들으면 두들겨 패서라도 군기를 잡아야 한다. 일 안 하는 소는 백정에게 넘긴다. 부려먹는 것도 능력이다. 문재인은 애초에 유시민을 부려먹을 능력이 안 되어서 부려먹지 못한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