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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376 vote 0 2022.08.26 (09:17:31)

    사건을 보는 눈을 얻어야 한다. 사건은 원인과 결과로 이루어진다. 우리의 사유는 결과측을 향한다. 먼저 결과를 확보하고 원인을 찾는 귀납추론에 맞추어져 있다. 원인측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결과는 외부에 전시되지만 원인은 내부에서 작동한다. 원인측인 자동차 엔진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결과측인 바퀴가 도는 것은 알 수 있다.


    원인 - 내부에서 결정된다.

    결과 - 외부에 전시된다.


    원인은 내부다. 내부는 둘 사이다. 그러므로 둘이다. 우주 안의 모든 원인은 2다. 1은 원인이 될 수 없다. 활을 쏜다면 활시위와 활몸 2의 사이가 원인이다. 거기서 격발한다. 총을 쏜다면 뇌관과 공이 사이의 2다. 거기서 격발한다. 반드시 격발장치가 있으며 그 장치는 2로 되어 있고 사건은 둘의 사이에서 일어나며 외부에서 관측되지 않는다.


    원인 - 모든 사건의 원인은 어떤 둘의 사이다.


    우리는 그냥 1을 지목하려고 한다. 결과와 대칭시키려고 한다. 한강 의대생 사건이 그렇다. 피해자는 결과다. 원인은 가해자다. 그냥 한 사람을 지목하려고 한다. 그 사람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결과와 대칭시키려고 한다. 원인은 어떤 둘의 사이다. 사이를 살펴보지 않는다. 사이에 한강이 있고 그곳에 발목까지 발이 빠지는 뻘이 있었고, 거기서 신발을 잃었고, 신발을 찾다가 익사할 수 있다. 그 사이를 살펴보지 않는다. 등잔 밑의 어두운 부분을 살펴보지 않는다.


    우리는 어떤 둘의 사이를 원인으로 지목하지 못한다. 그 사이라는 것이 추상적이고 모호하기 때문이다. 우주 안의 모든 원인은 추상적이고 애매한 둘 사이의 내부의 상호작용의 밸런스다.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 성냥불을 켜는 유황과 적린 사이, 비를 내리고 우박을 만드는 상승기류와 수증기 사이, 아기를 만드는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 거기에 존재의 자궁이 있다. 그 자궁은 외부에서 관측되지 않으나 잘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원인과 결과를 분리하는 사실 자체가 잘못이다. 사건은 둘이 아니라 하나다. 원인과 결과 둘이 아니라 하나의 화살표로 나타내야 한다. 그것이 사건의 방향성이다. 모든 사건은 하나의 -> 형태로 존재한다. 원인과 결과 둘로 나누는 자체가 인간의 편의에 따른 왜곡이다. 자연은 그냥 하나의 ->로 존재하며 거기서 우리는 머리와 꼬리를 찾아야 한다.


    방향성 : 사건은 화살표 ->로 존재하며 방향성이 있다.


    사건은 방향성은 언제라도 2에서 1을 가리킨다. 모든 사건은 2에서 격발된다. 1은 사건을 일으킬 수 없다. 우리가 어떤 하나를 지목하여 원인이라고 하면 안 된다. 모든 원인은 상호작용하는 둘 사이에서 밸런스가 붕괴하는데 따른 것이며 축의 이동으로 격발된다. 마주 보고 대칭되어 상호작용하는 둘 사이 밸런스의 축이 움직인 것이 연쇄적인 이동을 유발하여 사건을 일으킨다.


    활몸과 활시위 2에서 화살 1로, 뇌관과 공이 2에서 총알 1로 사건은 진행한다. 사건은 2를 1로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2로 돌아간다. 화살이 과녁에 맞으면 화살 + 과녁 2가 된다. 엔트로피는 1에서 2로 증가한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맨 처음의 사건을 격발한 상호작용 2다. 대칭된 2가 밸런스 1을 구성하고 그 밸런스의 출렁거림이 사건을 일으킨다.


    원인측 상호작용 2 >의사결정 밸런스 1 > 결과측 변화 2


    자연의 어떤 1은 사건의 원인이 될 수 없다. 질량보존의 법칙에 의해 1은 계속 1로 남아있다. 2는 사건을 격발한다. 물과 씨앗이 만나 싹을 틔우고, 부싯돌과 부싯깃이 만나 불을 켜고, 공과 방망이가 만나 홈런을 만든다. 우주 안의 모든 사건은 반드시 2의 맞물림 형태로 격발되며 예외는 없다. 그러므로 특정한 하나의 객체를 지목하여 저것이 원인이라고 말하면 틀렸다. 언제나 배후에 하나가 더 있다. 자녀가 태어났다면 원인은 엄마 1이 아니라 부부 2다.


    2를 1로 바꾸는 형태로 사건은 격발되고 다시 2의 변화로 전시된다. 우리는 변화한 2의 엔트로피 증가를 포착할 뿐 그전에 일어난 1의 엔트로피 감소를 모른다. 우주 안의 모든 변화는 용수철의 수축과 이완이다. 용수철의 양끝단 2가 가운데 1로 모였다가 다시 2로 돌아가는 것이며 사건은 그 가운데 있다.


    이때 처음의 2와 나중의 2는 다르기 때문에 방향을 잘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엔트로피 증가다. 엔트로피는 1을 거쳐온 2다. 의사결정을 거쳤기 때문에 처음의 2보다 작아져 있다. 부서져 있다. 출력은 입력보다 작다. 엔트로피는 최초의 발사한 2와 마지막의 도착한 2를 구분할 수 있게 한다.


    자연의 자궁은 2, 아기는 1, 삶은 2다. 힘을 쏘는 것은 2, 전달하는 것은 1, 도착된 것은 2다. 상품을 발송하는 사람은 택배사와 만나 2가 되고 중간에서 전달하는 택배는 1, 전달받는 과정은 다시 2다. 공장에서는 부품 2를 조립하여 1을 생산하고 중간 유통은 1을 배달하며 소비자는 다시 2로 깨뜨려서 쓰레기장으로 보낸다. 유리병과 콜라액 2를 한 병의 콜라 1로 감소시켰다가 다시 오줌과 빈 병의 2로 증가시킨다.


    엔트로피는 전달자 1이 소비자의 2로 증가한다는 점을 알게 할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전에 2가 1을 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엔트로피를 감소시킨다. 열린계이므로 엔트로피의 법칙과 충돌하지 않는다. 우리는 개인 1을 원인으로 지목하기를 좋아하지만 비겁하다. 손가락이 하나라서 지목하기 좋은 하나를 지목하는 것이다. 항상 배후에 보이지 않는 2가 있다. 집단이 있다. 상호작용이 있다. 무의식이 집단의 지령을 받고 있다. 암묵적인 공기가 작용하고 있다. 호르몬을 끌어내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2다. 그것은 추상적이므로 표현하기가 힘들어서 지목하기를 꺼려하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공기라는 표현을 쓴다. 공기를 읽는다空氣を讀む고 한다. 한국인은 이해하지 못한다. 공기가 원인이라고? 공기가 오염되었다는 말인가? 집단 내부의 미묘한 밸런스 변화를 한국인은 알아채지 못한다. 지하철에서 전화를 받으면 일제히 째려본다. 한국인은 자신이 째려봄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공기를 읽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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