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817 vote 0 2022.08.28 (13:14:40)

    우주는 디지털이다. 디지털은 수학이다. 우주는 일종의 프로그램이다. 우주는 연출된 것이며, 연출의 주체는 프로그램을 짜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이다. 시뮬레이션 우주론에는 의식이라는 개념이 등장하지만 넌센스다. 의식은 없다. 사람이 꿈을 꾸듯이 외계의 어떤 괴물이나 신의 상상 속에 우주가 존재한다는 말인데 그냥 개소리다. 비유로는 가능하다.


    우주는 디지털이고 디지털은 A면 B다의 규칙이다. 조건은 0으로 수렴되거나 무한대로 발산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중간값을 취하면 그것이 물질이다. 바둑을 둔다고 치자. 바둑돌 위에 바둑알을 올려놓을 수 없고, 바둑판 밖에 바둑을 둘 수 없고, 바둑을 두지 않을 수도 없다. 이런 몇 가지 기본적인 규칙만으로 바둑이라는 존재가 탄생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짜도록 되어 있는 프로그램이 작동하여 0보다 크고 무한대보다 작은 경로를 취하여 프로그램을 계속 짠 결과로 우리우주가 이렇게 만들어졌다. 즉 프로그램은 계속 진행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가능성 중에서 계속 진행할 수 있는 경로를 취한 것이며 그 경로는 0보다 크고 무한대보다 작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파탄난다. 


    우리우주가 이 모양 이 꼴로 된 것은 다른 방식으로 우주를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우리우주가 유일한 성공가능한 모델이었기 때문이며 다른 경로가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0은 아니다. 그것은 최대한 평형을 따르는 경로를 취하기 때문이다. 시뮬레이션이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지속가능한 경로를 찾아서 가는 것이다.


    우주는 시뮬레이션이므로 커지지도 않고 작아지지도 않는다. 어느 쪽이든 질량보존의 법칙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무와 유 사이에 피해 갈 수 없는 관문이 있다. 크기는 원리적으로 없고 단지 비교가 있을 뿐이다. 크기는 스스로 성립하지만 비교는 둘 이상이라야 한다는 점이 각별하다. 그러므로 우주는 디지털이다. 아날로그는 그냥 혼자서 성립하니까.


    우리가 아는 공간이라는 것은 충돌을 방지하는 수학적 규칙일 뿐이다. 즉 공간은 없는 것이다. 공간이 없는데 물질이 있겠는가? 시간은 충돌을 피하는 절차일 뿐이다. 전혀 충돌하지 않으면 우주는 탄생하지 않는다. 계속 충돌하면 블랙홀의 한 점 속으로 말려들어 간다. 적당한 중간값을 취하는 방정식이 우리우주의 모습 외에는 전혀 없거나 거의 없다.


    시간은 무한하고 뭐든 무한반복하면 죄다 붙거나 떨어진다. 어느 쪽이든 망한다. 우주가 큰 것은 공간의 낭비가 아니라 숫자의 낭비다. 숫자는 낭비해도 괜찮다. 숫자에 세금을 매기는 왕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숫자는 지수를 사용하여 줄이면 된다. 신문지를 백번 접기 전에 우리우주 크기를 넉넉히 커버칠 수 있다. 감당할 수 있는 계산영역 안에 있다.


    필자는 양자역학을 배우기 전에 시뮬레이션 우주를 깨달았다. 물론 그런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다. 검색하면 나오는 시뮬레이션 우주론은 필자의 접근과 다르지만 유사점이 있다. 본질은 크기의 문제다. 리니지의 크기는? 그런거 없다. 맵의 크기는 이용자의 숫자와 서버용량의 비율에 달려 있다. 서버 관리자의 할 일은 둘 사이의 균형을 취하는 것이다.


    우주팽창설은 서버증설론이다. 프로그램은 자체적으로 균형을 따라가도록 되어 있다. 적절한 디폴트값이 주어진다. 스위치를 올리면 우주가 작동하고 스위치를 내리면 우주는 꺼진다. 질량보존의 법칙은 우주의 탄생에도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빅뱅은 질량의 증대다. 질량은 증대될 수 없다. 서버는 터질 수 없다. 애초에 질량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숫자일 뿐이다. 질량은 지금 존재하지 않고 앞으로 사라질 일도 없다. 비례가 존재할 뿐이다. 비례는 충돌을 막는 선까지 확장되게 되어 있다. 이 대원칙을 지킬 수 있는 이론은 시뮬레이션이론뿐이다. 하여간 우리 내던져진 아바타들은 설정값을 지키며 맵 내부를 활발히 돌아다니면 된다. 영화를 처음 본 사람은 스크린 속에 배우가 사는 줄 안다. 


   그것은 스크린에 비친 그림자에 불과하다. 우주는 디지털이다. 이건 내가 30년 전부터 떠들어왔고 지금 확인되고 있다. 왜 우주가 디지털일 수밖에 없는가? 그것은 구조론적으로 인간이 지목하는 어떤 단일한 개체로서의 객체가 되는 대상은 없기 때문이다. 우주는 관계의 연결일 뿐 주체인 인간이 지목하는 대상 곧 인간과 객체의 대칭은 없는 거다. 


    문제는 인간의 착각이다. 자신이 있으므로 맞은편에 뭐가 있어야 한다고 우기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신체 감각기관과 대칭시켜 표적을 찾아내는 본능에 불과하다. 자연은 인간의 동물적 본능과 상관없이 자체의 논리로 존재하는 것이다. 내게 코가 있으니까 저쪽에 냄새가 있어야 한다는 식이다. 자연은 인간의 개입을 배제하고 자체의 질서로 작동한다.


    그 질서는 A가 이러하면 B는 저러하다는 상호작용의 규칙이다. 고유한 무엇은 없다. 제법무아. 자성은 없다. 둘은 충돌하면 안 되고 흩어져도 안 된다. 두 사람이 바둑을 두는데 규칙은 누구도 승리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바둑판은 계속 커져야 한다. 우주가 커진 이유다. 어느 쪽도 골을 넣지 못하게 하려면 축구장을 크게 만드는 수밖에 없다. 


    우주론은 게임 속의 아바타가 나의 상대는 누구냐 하고 질문하는 것이다. 상대는 없다. 아바타는 없으니까. 지속가능한 작동으로 설계된 규칙이 있을 뿐이다. 아바타는 게임의 일부이고 주체는 객체의 일부이고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인간이 밖으로 나가서 대척점을 세우려고 한다면 피곤하다. 아바타의 상대방은 없지만 게이머의 상대는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용감하게 진실을 봐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불편한 질문을 회피했다. 우주의 최초 탄생과 최종 종말에 대한 해명을 회피한 것이다. 곤란한 질문을 당하면 난감해지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상대가 추가로 질문을 던질 수 없는 값을 자신의 답으로 삼았다. 우주의 작동원리도 아인슈타인 기술을 쓴다. 우주를 정지시킬 수 없는 값을 따라가는 거다. 


    현재 우리우주는 잘 작동하고 있다. 최초 탄생은 138억 년 전으로 찍혔고 최종 종말은 언젠가 온다. 용기 있게 진실을 말하기로 한다면 지금까지 규명된 양자역학의 모든 성과가 오직 하나의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질량은 보존되고 그러므로 존재의 탄생과 죽음은 없고 원래 없다는 거. 크기라는 것은 원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검색해서 나오는 다중우주 어쩌고 하는 시뮬레이션 우주론과 다르다. 구조론의 시뮬레이션 개념은 제논의 궤변에서 나온 거지 양자역학과 관계없다. 출발점이 다르나 결과적으로 비슷할 뿐이다. 고딩이 양자역학을 알 리가 없잖아. 만약 크기가 존재한다면 절대로 우주를 제작할 수 없다는 본질의 모순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다. 바둑알의 무게는 없다. 


    바둑알의 무게가 0보다 크다면 138억 년을 두기도 전에 우주는 짜부러진다. 바둑판을 계속 키우는데 드는 비용이 너무 많다. 인터넷 바둑에 바둑알 무게는 없다. 우주는 질량이 없다. 우리가 아는 질량은 상대적인 질량이다. 상태를 변화시키는데 드는 숫자일 뿐 고유한 무엇은 없다. 명확한 것은 초기에 설정값을 주고 액션을 주면 이런 전개가 된다는 거. 


    다른 가능성은 없다. 시뮬레이션은 서버를 세우고 수정이 가능하므로 빅뱅 이후 지속적으로 수정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가능하다. 수정의 흔적은 감춰졌을 수도 있다. 우주를 통째로 하드포크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흔적은 발견된 바가 없다. 시뮬레이션 우주는 사전에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시뮬레이션을 실행할 테니까 땜방흔적은 없을 거다.  


    커다란 종이를 마구 구기면 이런 우주가 탄생된다. 종이는 커지거나 작아지지 않는다. 다만 구겨진다. 우리는 그 구겨진 주름을 물질이라고 부르지만 다리미로 잘 펴면 원위치 되므로 물질은 없다. 사실은 종이도 없고 백퍼센트 무에서 시작한다. 지금은 전기세가 아까워서 신규우주를 못 만들지만 먼 미래에 인류의 지식이 극한에 도달하면 달라진다.


    양자컴퓨터 정도는 기본이다. 컴퓨터 안에 우주를 복제하고 구현할 수 있다. 연산량이 좀 후달리기는 할 것이여. 어쩌면 우리우주는 컨트롤 C와 컨트롤 V였던 것이다. 누가 그런 짓을 했지 하고 추궁하지는 마시라. 우리우주의 연출은 프로그램을 짜도록 되어 있는 프로그램의 소행이었다. 그것은 하나의 액션이다. 우주는 그냥 액션에 불과한 것이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설의 어원 김동렬 2024-12-25 2447
6010 무너진 독재자 김동렬 2022-09-12 4060
6009 러시아는 6개월 전에 졌다 김동렬 2022-09-11 3969
6008 영국 여자의 죽음 1 김동렬 2022-09-10 4601
6007 구조의 눈 김동렬 2022-09-08 3865
6006 양자역학과 디지털 우주 김동렬 2022-09-07 4457
6005 윤석열의 복지부동이 사람을 죽였다 김동렬 2022-09-07 4386
6004 인류 문명의 맹점 김동렬 2022-09-06 4447
6003 정의당의 몰락 2 김동렬 2022-09-05 4988
6002 우주의 탄생 1 김동렬 2022-09-04 4341
6001 간사한 이준석 김동렬 2022-09-04 4664
6000 채동욱과 이준석의 운명 2 김동렬 2022-09-03 4550
5999 운동 김동렬 2022-09-03 3445
5998 등가원리 김동렬 2022-09-01 4567
5997 MZ세대의 집단자살 3 김동렬 2022-08-31 5416
5996 세상은 파동이다 김동렬 2022-08-30 4574
5995 반성 성찰 진정성 그리고 쇼 김동렬 2022-08-30 4205
5994 이재명 좀 잘해라 김동렬 2022-08-29 4792
5993 윤석열호 멸망공식 김동렬 2022-08-28 5200
» 시뮬레이션 우주론 김동렬 2022-08-28 4817
5991 간만에 명판결 나왔다 김동렬 2022-08-27 47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