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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258 vote 0 2022.08.12 (10:32:05)

    깨달음은 관점을 깨닫는 것이다. 우리가 진실을 보지 못하는 것은 보여지는 객체의 어떤 사정 때문이 아니라 바라보는 관측자의 보는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올바른 관측법을 얻어야 한다. 내가 어떻게 보는지를 보는 것이 깨달음이다.


    강형욱 훈련사가 지적하듯이 개는 훌륭한데 견주에게 문제가 있다. 사람의 눈이 삐었다. 그렇게 보면 안 된다. 눈에 보이는 것을 쫓아가면 홀린다. 마술사에게 속는다. 물고기는 미끼를 물다가 당하고 사람은 보이는 것을 보다가 당한다.


    본다는 것은 주체와 객체를 대칭시킨다는 것이다. 인간은 대칭에 잡힌다. 하나의 대칭에 잡히면 다른 대칭을 보지 못한다. 양손에 물건을 들고 있으면 누가 다른 것을 줘도 받지 못한다. 


    주체가 객체를 관측한다. 주체와 객체의 대칭이 성립한다. 여기서 관측자의 부당한 개입이 일어난다. 어떤 것을 본다는 것은 그것을 붙잡고 있는 것과 같다. 주인이 개의 목줄을 쥐고 있는 셈이다. 개는 주인에 붙잡혀서 왜곡되고 주인 역시 개에 붙잡혀서 왜곡된다. 그 잡은 것을 놓아야 한다. 대칭을 버려야 한다.


    세상은 변한다. 인간은 객체를 붙잡고 있으면서 변화의 여지를 차단하는 오류를 저지른다. 잡은 것을 놓고 객체 내부로 들어가서 자체의 대칭을 찾아내야 한다. 자동차 밖에서는 내부를 알 수 없다. 자동차를 타야 한다. 내부로 진입해야 한다.


    의사는 환자의 내부를 볼 수 없다. 그러나 청진기를 사용하면 어떨까? 위내시경을 사용하면 어떨까? 구조론이 청진기가 되고 위내시경이 된다. 구조론에 대입하면 환자의 내부를 볼 수 있다. 그것은 주체와 객체의 외부대칭을 버리고 객체 내부의 자체적인 대칭을 찾아가는 것이다. 


    한국이 일본을 보면 왜곡된다. 밖에서 보는 것은 모두 거짓이다. 일본의 관동이 관서를 보게 하면 진실이 드러난다. 남자가 여자를 바라보면 왜곡된다. 여자가 여자를 관측해야 내막을 알 수 있다. 왼발은 오른발을 관측하고 오른발은 왼발을 관측해야 한다. 버스 안에서 버스 밖의 가로수를 관측하면 왜곡된다. 버스 밖에서 버스 내부를 관측해도 왜곡된다. 버스에 올라타고 승객이 운전기사를 감시하고 운전기사가 승객을 감시해야 한다.


    세상은 사건이다. 인류에게는 사건을 추적하는 이론이 없다. 인류문명의 맹점이 된다. 인간은 본질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대칭시켜서 보기 때문이다. 그 대칭이 공간의 대칭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배제되어 있다.


    원자 개념은 공간적 접근이다. 이 방법으로는 존재의 절반만 볼 수 있다. 존재라는 말은 주체에 대해 객체의 존재다. 역시 공간에 잡힌다. 주체인 인간이 객체인 존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관측의 상대성에 따른 오류를 피할 수 없다.


    사건은 움직인다. 변한다. 시간을 따라간다. 인간은 사건을 볼 수 없다. 사건 내부로 들어가야 한다. 내부에 구조가 있다. 인간은 구조라는 도구를 사용해서만 진실을 볼 수 있다. 구조는 structure가 아니다. 구構는 공간의 얽힘이니 structure와 같다. 조造는 시간의 진행이다. 


    공간의 대칭에 잡혀서 시간의 진행을 못 보는게 인간의 실패다. 시간이 흐르면 위치를 이탈하여 움직여가므로 보지 못한다. 버스가 승강장을 떠나버린다. 볼 수 없다. 구조의 버스에 타야 한다.


    구조라고 하면 공간의 건축구조를 떠올리는게 보통이다. 틀렸다. 세상을 움직이는 엔진은 이기는 힘이다. 그것은 질서도 우위다. 쉬운 말로는 권력이다. 사건을 보고 닫힌계를 보고 시간의 흐름을 봐야 진실을 볼 수 있다. 세상은 변화하며 변화는 언제라도 질서도의 우위를 따라간다.


   반대로 질서도 열위가 되면 휘둘린다. 휘두르는 사람이 아니라 휘둘리는 사람이 된다. 의사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당하는 사람이 된다. 밟는 사람이 아니라 밟히는 사람이 된다. 사랑이든, 돈이든, 자유든, 인기든, 행복이든 말은 많지만 본질은 당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는 질서도의 우위상태를 지키려는 것이다. 질서도의 우위상태에서만 어떤 의사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의사결정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환경변화에 대응이 가능한 의사결정의 가능성이라는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다. 


    사람이 명성을 탐하거나, 사랑을 구하거나, 재화를 손에 넣으려고 하거나 간에 본질은 질서도의 우위 유지다. 물이 흐르거나, 바람이 불거나, 열이 전도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모든 변화는 질서도의 우위를 따라간다.


    우리는 보이는 것에 홀린다. 마술사의 손놀림에 속는다. 의사는 환자의 말에 속지 않는다. 강형욱은 견주의 말에 속지 않는다. 그들을 무시한다. 변화 속에서 질서도의 우위가 유지되는 선을 추적하면 진실에 도달한다. 그것이 사회에서는 권력으로 나타나고, 자연에는 기세로 나타나고, 시장에는 이윤으로 나타난다.


    정답은 둘을 유지하고 하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둘을 유지하는 방법은 상호작용의 증대다. 어떤 결정이 옳은지 그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상호작용이 증대되었다면 시간이 흐른 다음에 그것이 옳은 것으로 판명된다. 활력과 역동성과 풍성함을 추구하면 대개 좋아진다. 보통은 고착화된 도덕률에 근거하여 막다른 골목으로 가다가 상호작용이 감소하여 망한다.


    결정이 틀려서 망하는게 아니라 질서도의 우위를 잃어서 집단의 의사결정이 불가능해져서 뜻밖의 환경변화에 대응을 못 해서 구조적으로 망한다. 의사결정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질서도의 우위다.


    좌든 우든 핸들을 잘못 꺾어서 망하는게 아니고 시동이 꺼져서 망한다. 한국 진보는 대개 불교의 무소유를 실천하다가 부동산으로 망하고, 한국 보수는 대개 노자의 무위지도를 실천하다가 갑작스런 환경변화에 선제대응을 못 해서 영삼스럽게 망한다. 작은 정부를 주장하며 아무것도 안 하려는게 그게 케케묵은 노장사상이다. 그것은 이념과 관계가 없다. 그냥 개새끼인 것이다.


    질서도의 우위를 잃은 자는 의사결정에 가담할 자격이 없다. 군대를 장악하지 못하는 지휘관, 공무원을 부리지 못하는 대통령은 자격이 없다. 칼을 이기지 못하는 요리사, 차를 다루지 못하는 운전기사, 몸을 가누지 못하는 자는 나설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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